스트레스를 받지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사는것이 스트레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라캉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이런 사람일거야" 라고 생각했던 나와, 현실속에서 욕망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발견할때 사람들은 당황하게되고, 정직한 자기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그 상대가 가족이거나, 가까운 사람일때 마음의 평정을 되찾기가 더 어렵다.
유럽의 포도밭들을 다녀보면 도저히 식물이 살수없을것 같은 곳에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는것을 흔히 보게된다.
지표면을 태워버릴것 같이 강렬한 태양.
못이 들어가지도 않을것 같은 자갈땅,
뿌리가 썪어버릴것 같은 진흙땅,
여기에서 명품 와인들이 생산된다.
포도나무는 흙에서 자라지 않는다.
토양에서 자란다.
흙은 토양이 아니다.
흙과 타협하는 포도나무와,
흙을 극복하는 포도나무가 있다.
무기질과 물, 공기, 유기물, 미생물의 혼합체인 토양에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전세계 생물다양성의 25%를 책임지고 있고 지구표면의 생명을 유지하는 곳이다.
포도나무는 단단한 표토를 뚫고 토양으로 생명의 뿌리를 내린다. 기름진 흙의 유혹과 돌산을 뚫어내는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포도나무만 토양의 기운과 생명을 열매로 뽑아낸다.
우리 어머니가 자주 쓰는 표현중에,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
품은 뜻이 높아야 하는 생각도 깊다는 뜻이겠지만, 제가 어려운 상황에 빠질때 마다 해 주시는 위로이니, 뜻을 품으면, 그만큼에 상응하는 십자가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Adagio sostenuto !
음 하나하나를 충분히 눌러 무겁고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그래야 음표와 음표사이의 침묵의 공간에 음이 밀려 들어갈 수 있다.
Adagio sostenuto !
충분하게,
너무 급하지 않게,
사이 사이의 빈 공간을 아름다운 음으로 채우며, 살아가라는 뜻 이다.
여기에 와인 한잔.
gute nacht!
권기훈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의대를 다녔고, 와인의 매력에 빠져 오스트리아 국가공인 Dip.Sommelier자격을 취득하였다. 이후 영국 WSET, 프랑스 보르도 CAFA등 에서 공부하고 귀국. 마산대학교 교수, 국가인재원객원교수, 국제음료학회이사를 지냈으며, 청와대, 국립외교원, 기업, 방송 등에서 와인강좌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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