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명한 와인 전문가 휴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레이블을 보지 마라. 가격도 무시하라. 오직 하나만 생각하라. 바로 지금 잔에 든 이 와인이 얼마나 맛이 있는가 하는 것만 생각하라!” 이보다 더 간단하고 명확하게 와인을 대하는 자세를 설명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남는다. 마치 ‘삶이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이라는 인생의 깨달음을 깊이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삶은 어떻게 즐기는 건데요? 내 앞에 놓인 와인은 대체 어떻게 즐겨야 하는 건가요? 이 책은 와인을 알고 싶지만 그 낯설고 방대한 세계와 어려운 이름 때문에 알아가기 망설이던 사람들을 위한 와인 에세이다.
저자 송정하 소믈리에는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한국으로 돌아와 와인 강의를 하고 있는 지금에 걸쳐, 오랜 시간 품어왔던 와인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하고 포도 품종을 외우고, 유럽의 지도를 꼼꼼히 따져가며 그가 와인을 공부해왔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 와인을 바라본 이야기다.
향수병으로 울면서 한국 라면을 먹고 난 후에 마셨던 달디 단 디저트 와인, 달달한 모스카토인줄 알았지만 레몬 같은 신맛이 났던 뮈스카데를 마시며 즐거웠던 소풍날, 쿨해 보이지 않더라도 달콤한 메를로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던 순간,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던 그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와인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마치 와인이 숙성되어 가듯, 좀 더 여유롭고 느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이 책은 우리 삶에서 와인이 필요한 순간이나, 와인이 주는 즐거움을 말하면서 동시에 실질적으로 와인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또 어떤 때 어떤 와인이 어울리는지, 와인을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한 작은 방법들과 기본적인 와인 에티켓들, 그런 실용적 정보를 사이사이에 함께 풀어내고 있다. 아직 라벨이나 품종을 잘 모르는 초심자, 그렇지만 조금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와인과 조금 더 친해지도록 안내할 것이다. 달달한 레드 와인을 좋아해도, 와인 잔을 어떻게 들고 마셔도 상관없다는, 편안하면서도 유용한 와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와인은 특별한 날, 분위기 있는 자리에서 마신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강하지만 사실 날씨, 분위기, 음식에 맞춰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만만한 술이다. 어떤 상황과 자리에 있어도 어울릴 수 있을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날에는 뭘 마셔야 하지? 이 음식에는 어떤 와인을 곁들여야 하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와인을 마시는 방법은 단순하다. 와인은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인 즐길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는 것. 옷처럼, 이 옷이 내 부족한 몸매를 커버해 주는지 혹은 새로운 스타일이 나에게 너무 튀지는 않는지 등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일단 마셔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와인은 일단 마시는 음료일 뿐이니까 말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법대를 나왔지만 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아 프랑스 보르도로 떠났다. 주량은 와인 두 잔이지만 와인과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몇 시간이고 두 잔으로 버틸 수 있다. 와인을 알아가고 좋아하면서,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법을 배웠고, 이전보다 조금은 느슨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보르도 CAFA에서 CES(Conseiller en sommellerie), 파리 Le COAM에서 WSET Level 3를 취득했다. '소믈리에 타임즈'에 〈송정하의 와인 스케치북〉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으며, 현재 강남와인스쿨에서 와인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사람이 주인공인 따뜻한 와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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