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와인 소믈리에와 같이 전통주를 소개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공식적인 명칭이 없기에 이 글에서는 ‘소믈리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얼마 전 끝난 서울바앤스피릿(Seoul bar & spirit show)에서 ‘전통주 소믈리에 리얼 토크’라는 주제로 다른 전문가들과 토크쇼에 참석했다. 전통주를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전통주 테이스팅을 오랜 기간했고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도 있기에 토크쇼에 초청받은 듯했다. 무대에서 ‘전통주 소믈리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전통주 소믈리에’대해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전통주 소믈리에가 많다는 걸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방송에서 개그맨 정준하가 막걸리의 맛만 보고 제품 맞추기 대결을 하면서 본인을 ‘전통주 소믈리에’라고 소개했다. 개그맨 류담도 전통주 소믈리에 시험에 합격했다고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렸다. 전통주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개그맨 정범균도 본인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인 중에서는 전통주 방송에 출연했던 더스틴 웨사도 자신을 전통주 소믈리에라고 소개한다. 이처럼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전통주도 낯선데, 전통주 소믈리에는 무엇이기에 연예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일까?

전통주 소믈리에 연예인 정준하 (사진=술스트리트파이터 캡쳐, 스튜디오 훜 : STUDIO HOOK)
전통주 소믈리에 연예인 정준하 (사진=술스트리트파이터 캡쳐, 스튜디오 훜 : STUDIO HOOK)

‘소믈리에’라는 단어는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작은 범위에선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 주고 서비스하는 사람’을 말한다. 큰 범위에선 와인을 시음, 평가, 관리 등 식료품 전반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에는 와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관능 및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워터 소믈리에, 티 소믈리에, 밥 소믈리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소믈리에’가 잘못 인식된 부분도 있다. 단순히 맛을 보고 이 와인이 어떤 나라의 어떤 술인지를 맞추는 감별사처럼 인식이 된 부분이다. 하지만 ‘소믈리에’들은 와인의 제품을 맞추는 것이 아닌 와인 전체의 문화를 소비자들에게 설명하는 사람들이다.

콘래드 도쿄 소믈리에  '미유키 모리모토(Miyuki Morimoto)'
콘래드 도쿄 소믈리에  '미유키 모리모토(Miyuki Morimoto)'

특히, 와인 산업에서 소믈리에는 와인이나 매장을 관리하는 단순한 사람도 아니다. 소믈리에들은 와인을 설명하면서 떼루아를 통해 와인이 생산된 나라의 포도 품종, 지리적 이야기, 기후 그리고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설명한다. 와인의 가치를 만들고 와인이라는 문화를 만드는 스토리텔러이자 길잡이인 것이다. 소믈리에는 와인의 표현을 풍부하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와인의 관능을 비교하고 설명을 하면서 표현이 다양해지고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취하기만 하는 술이 아닌 맛과 향을 즐기는 술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들로 인해 와인은 공산품 술이 아닌 문화 상품으로 탈바꿈되었다.

소믈리에의 중요성을 일찍 인식한 술 생산 국가들은 자신들의 술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소믈리에 직업군을 만들었다.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에는 키키자케시(きき·酒師)가 있다면 맥주 업계는 시서론(cicerone)이라는 자격증이 있다. 위스키 업계에선 바텐더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중국 역시 백주(고량주)를 관능평가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는 역사적으로 전통주를 제공하거나 맛이나 문화 등을 소개하는 직업군과 명칭이 없었다. 전통주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와인 소믈리에와 비슷한 일을 할 직업군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고, 중요성도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전통주 소믈리에 강의가 개설되었다. 수업을 듣고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주기 시작했다. 몇몇 기관에서 소믈리에를 대신할 명칭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많은 곳에서 '전통주 소믈리에' 또는 '막걸리 소믈리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명칭이 우리 현실에 맞는 것인지는 고민이 든다.

초기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은 전통주 종사자들 위주로 취업 또는 전문가로 일을 하기 위해 취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인들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와인은 취미 또는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일반인들도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을 많이 한다. 전통주도 이제 그러한 시대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늘고 있다. 전문점이나 바틀샵, 박람회 등에서 그들의 활동은 돋보인다. 전통주 소믈리에들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도 생겨나서 매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통주의 소비 증가는 전통주 소믈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믈리에 수업을 듣기 위해 대기 중이다.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모습 (2022년 8월 대전컨벤션센터)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모습 (2022년 8월 대전컨벤션센터)

이제 전통주도 일반 소비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전통주 소믈리에’ 대신 할 정식 명칭이 만들어져서 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교육시킬 교제 역시 전통주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없다. 전통주 서비스 분야 및 마케팅의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단순히 직업군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전통주를 소개하고 새롭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분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많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사회적 분위기들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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