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실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면?

일반적인 갤러리(Gallery)는 미술시장에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전시, 판매하는 곳으로 화랑(畵廊)이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인 ‘갤러리’는 미술 작품등을 감상하기 위해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보통이다. 이러한 갤러리에서 술 시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통주 갤러리’에서는 술 시음이 가능하다. ‘전통주 갤러리’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통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연결하면 ‘박물관’ ‘양조장’ ‘주점’ 등이 어울릴 듯하다. ‘전통주 갤러리’도 전통주와 관련된 것을 전시, 관람을 한다. 그래서 ‘갤러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일반 미술 갤러리와 차이가 있다면 관람이 끝난 후 전통주 시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미술 갤러리의 조용한 분위기 @픽사베이

‘전통주 갤러리(이하 갤러리)’는 2015년께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문 연 전통주 홍보 공간이다.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지역에서 전통주를 홍보하자는 정부의 취지가 녹아 있는 곳이다. 한때 강남 테헤란로에서 홍보를 하다가 다시 올해부터 북촌으로 자리를 옮겼다(종로구 북촌로18). 과거 전통주를 상시적으로 홍보하거나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전통주 생산자들이 정부에 전통주를 상시 전시하고 시음,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갤러리’가 탄생했다.

▲ 다양한 술이 전시된 ‘전통주 갤러리’ @전통주 갤러리

그동안 갤러리를 통해 다양한 전통주 홍보 사업 등이 진행되었다. 갤러리를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매달 새로운 테마로 전통주를 설명하며 무료 시음을 진행했다. 올해 5월 시음회는 ‘가족의 달, 마음의 사랑을 우리술로 표현하세요’라는 주제로 5개의 무료 시음을 진행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5월 12일-15일까지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전통주 특별전-품질 좋은 경기도 농산물로 빚은 우리 술을 맛보다’라는 특별 시음회도 진행 예정이다. 이처럼 갤러리에는 다양한 술들이 애주가들을 1월 한 달 내내 기다리고 있다. 포털 네이버 예약 사이트에 사전 예약하면 참여가 좀 더 간편하다.

▲ 경기도농업기술원 전통주 특별전 @전통주갤러리

전통주 홍보를 위해 예능 방송의 주요 무대가 되기도 했으며, 방송관계자들에게 전통주를 시음시키고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호텔이나 고급식당 관계자들에게 업장에서 판매되는 음식과 어울리는 전통주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호텔에서의 전통주 판매를 가능케 했다. 최근에는 전통주 바틀샵이나 전통주 전문주점들에 대한 컨설팅도 많이 하고 있다. 해외 공관이나 박람회에서 전통주를 알리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전문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전통주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전통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기에 이곳이 그러한 창구 역할을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최근 갤러리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 국세청과 협업을 해서 ‘주류제조면허절차 및 최신주세법’ 세미나나 팝업 형태의 ‘작은술전시회-서울양조장편’ 등도 진행했다.

▲ 1박2일 촬영장소 전통주갤러리 @KBS

전통주 갤러리가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한계 역시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과 연계된 갤러리 특성상 행정적인 제약과 공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형태의 행사나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운영진이나 바라보는 쪽이나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800여 개 곳의 양조장들이 있다. 이 많은 술을 갤러리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현재 갤러리의 선정기준은 품평회에서 입상했거나 찾아가는 양조장, 전통주 등으로 한정되어 전시 및 시음하는 실정이다. 우리 술의 발전과 홍보라는 입장에서 보면 조금 더 전통주 갤러리와 같은 홍보 채널이 많아지고 꾸준한 지원만 가능하다면 지금까지의 그 어떤 지원이나 홍보보다도 그 성과는 크다고 본다.

▲ 포천 산사원(겨울풍경) @산사원

갤러리는 서울에 있기에 지방에 거주하는 애주가들에게 갤러리의 각종 이벤트는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지방에도 갤러리와 비슷한 콘셉트의 공간들이 더러 있다. 전통술박물관 산사원(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512), 완주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전북 완주군 구이면 덕천전원길 232-58), 전주전통술박물관(전북 전주시 완주군 풍남동3가) 등이다. 전통주 및 여러 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지방의 숨은 장소들이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지금 주말 갤러리에서의 전통주 시음을 하고 북촌 지역을 산책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대형박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 하는 농업연구사로 근무중이다. '15년 전통주 연구로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 진흥 대통령상 및 '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수상, 우리술품평회 산양삼 막걸리(대통령상), 허니와인(대상) 등을 개발하였으며 개인 홈페이지 www.koreasool.net을 운영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이대형 koreasool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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