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빈티지 정보는 교통방송' <사진=Pexels>

“와인은 빈티지를 보고 골라야 한다.”라고 하지만, 이는 아주 비싼 와인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고급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서 그 값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기 때문에 똑같은 샤토의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서 값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빈티지의 좋고 나쁨이 가격에 반영이 되어 수입되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도 구태여 빈티지 차트를 꺼내 볼 필요도 없이 좋은 빈티지의 와인은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반면에 평범하고 싼 와인은 빈티지에 상관없이 그 가격이 그 가격이니까 이것도 빈티지 정보가 무용지물이다. 그러니까 빈티지란 와인을 선택할 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정보가 된다.

나만 알고 선택해야 좋은데, 전 세계가 다 알고 있으니 이미 값은 뛰고 난 후다. 교통방송과 똑같다. 나만 알면 좋겠는데, 모두에게 방송을 하니까 그 길로 가봐야 거기도 막힌다. 빈티지와 교통방송은 유료회원을 모집하여 회원들에게만 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빈티지는 항상 좋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올해 보르도 와인은 날씨 때문에 망쳤다고 방송이나 신문에서 발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해 보르도 와인은 세계 시장에서 완전히 죽을 쑤게 되니까 업체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서리가 내리고 비가 많았으나 수확기에 뭐가 어쩌고저쩌고해서 평년작이라고 발표를 한다. 그러면 사실 망쳤다는 말이다. 그래서 최근 빈티지는 믿을만한 정보가 아니다. 그러면서 세월이 흐르다 보면 좋은 빈티지는 10년에 한두 번 정도 된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만약 무인도에 세 가지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시집과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이 척박한 시대에 살아남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와인을 넉넉하게 가져 갈 것이오.”

거기서 두 가지만 가져 갈 수 있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버리겠냐고 묻자 “시집!”이라고 과감하게 대답했다. 질문하던 사람이 다소 놀라며 계속 물었다. “선생님, 만일 여자와 와인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하신다면 무엇을 버리겠습니까?”

한참 생각을 해 보던 괴테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빈티지에 따라 다르지!”

▲ 김 준 철 원장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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