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학창 시절 기억나는 음식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떡볶이다. 하굣길에 떡볶이집이 하나 있었는데 컵볶이를 먹든지 떡볶이에 순대까지 먹든지 아무튼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끔은 급식 시간이 몰래 나가서 라볶이를 사 먹기도 했다. 겨울이면 붕어빵이 떡볶이의 위상에 도전하곤 했지만 사철 간식인 떡볶이에 감히 붕어빵이 대적할 수 없었다.

이러한 떡볶이와의 추억은 필자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수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떡볶이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 핫도그와 각종 간편식들이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긴 했지만, 떡볶이는 여전히 학생들의 주요 간식이자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다. 세월이 지나도 세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어 배달 서비스 제공, 인스턴트 식품화 등으로 그 저변을 더욱 넓히고 있다. 이번 솜대리의 한식탐험에서는 이 떡볶이라는 음식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 우리나라 어느 도시의 어떤 거리를 가도 쉽게 떡볶이 파는 곳을 찾아볼 수 있다.

이름만 보면 떡볶이는 떡을 볶은 음식이어야 한다. 하지만 떡볶이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육수에 양념을 풀고 떡과 각종 부재료를 조린다. 양념이 타지 않게 자주 섞어주긴 하지만 볶은 음식은 아니다. 물론 기름에 떡을 볶다가 고춧가루 양념을 넣은 기름 떡볶이가 있긴 하지만 소수파다.

도대체 이 이름은 어디서 온 걸까? 추측건데 조선 시대 떡볶이, 소위 말하는 궁중 떡볶이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떡볶이의 역사는 매우 짧다. 1950년대에 들어서야 생긴 음식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도 떡볶이가 있었다. 떡과 고기, 야채들을 간장 양념에 볶은 음식으로, 오늘날의 떡볶이보다는 떡이 들어간 잡채에 가깝다.

당시의 떡볶이와 오늘날의 떡볶이는 맛과 모양은 아주 다르지만, 당시 익힌 재료와 떡을 마지막에 볶으면서 '볶이'라는 어미를 붙인 것이 지금까지 남은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오늘날의 고추장 떡볶이는 위에 잠깐 언급한 것과 같이 1950년대에 만들어졌다. 명확한 유래를 알기는 어려우나 가장 일반적인 설은 신당동 떡볶이의 원조, 마복림 할머니가 발명했다는 설이다.

새로 연 중국집에 외식하러 간 할머니가 개업 기념이라며 받은 떡을 짜장면에 빠트렸는데 그 맛이 좋아 떡볶이를 개발했다고 한다. (실제로 분식집 떡볶이에는 짜장면의 소스 재료, 춘장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할머니는 신당동에 떡볶이집을 차렸고, 인근에서 슬슬 입소문이 나던 떡볶이라는 음식은 70년대 한 방송에서 소개되며 전국적으로 알려졌다고 전해진다.

달콤하고 매콤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한 번 인기몰이를 한 떡볶이는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음식인 만큼, 떡볶이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언급하더라도 소스를 달리 한 짜장 떡볶이, 크림 떡볶이, 카레 떡볶이, 궁중 떡볶이(잡채와 닮았던 과거의 궁중 떡볶이와 달리, 오늘날의 궁중 떡볶이는 떡이 위주다), 국물이 자작한 국물 떡볶이, 손님상에서 끓이기 시작하는 즉석 떡볶이 등이 있다.

워낙 종류가 다양해지다 보니 떡볶이 떡만 들어갔다뿐이지 일반적인 고추장 떡볶이와 공통점을 찾기 힘든 떡볶이 음식도 많다. 떡볶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달콤한 고추장 양념이지만, 떡볶이의 범주가 넓어지다 보니 떡볶이 떡이 주재료로 사용되었는지 여부가 떡볶이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 가장 일반적인 고추장 떡볶이

요즘에는 인스턴트 떡볶이도 많이 나온다. 마트에 가면 소스와 떡이 함께 들어있어 데우기만 하면 완성되는 레디메이드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에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컵 떡볶이 제품도 많이 판다.

간편식 시장의 성장에 따른 떡볶이의 변신이다. 이러한 변화 또한 (위에서 살펴본 떡볶이의 다양한 종류처럼) 떡볶이의 꾸준한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세월이 변하고 식품 섭취 트렌드가 바뀌어도 떡볶이는 꿈쩍하기는커녕 시대에 맞춰 진화해 나가고 있다. 

▲ 마트에서 판촉 행사 중인 인스턴트 떡볶이

떡볶이가 항상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십 년, 한식의 세계화와 웰빙이라는 트렌드 아래 떡볶이는 종종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정부에서 대대적인 떡볶이의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큰 성과 없이 그쳤고, 맛과 영양의 균형이 없는 정크푸드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생각해보면 떡볶이의 자극적인 맛과 싼 가격은 세계화와 웰빙과 어울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모든 음식이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웰빙 음식의 기준에 맞춰야 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에서 '떡볶이 맛집'을 찾아보면 수십 년 된 노포들과 새로 생긴 힙한 가게들이 함께 검색된다. 서로 다른 시대의 떡볶이가 동시대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세대를 넘어서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는 아직 이런 음식이 별로 없다.  먹을 것 앞에서 평화주의자가 되는 필자는 그저, 50년 된 떡볶이집도 새로 생긴 힙한 떡볶이집도 함께 있어서 언제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그리고 조금 더 바란다면 다른 우리 음식도 떡볶이처럼 여러 시대의 음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되면 참 좋겠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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