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채식주의라고 불리는 베지테리안은 허용하는 식품에 따라 페스코(Pesco), 락토(Lacto), 오보(Ovo), 비건(Vegan)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비건은 채식주의에서 가장 엄격하게 재료를 고른다. 이들은 고기와 생선은 물론이고 동물에게서 얻어지는 유제품과 알도 먹지 않는다. 나아가 어떤 이들은 꿀, 실크나 가죽같이 동물이나 곤충에게서 원료를 얻는 제품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다이어트식이나 건강식의 개념으로 소개가 되고있으나, 외국에서는 동물권익이나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비건베이킹 에세이에서는 앞으로 수 회에 걸쳐 비건 베이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한다.

<2> 파리에서 본 비건 2

며칠 뒤, 파리에서 비건 레스토랑이 있어 방문하였다. 비건 레시피 책도 출판한 유명한 곳으로, 레스토랑과 디저트 매장이 함께 있는 곳이다.

명성보다 매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2인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5개 정도가 있었고, 매장 밖에는 2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 비건 전문 레스토랑 <사진=정채림>

밖에서 얼핏 주방을 살펴보았는데 규모를 확실하게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쇼케이스에 진열된 제품의 수로 보아 작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는 대략 5명 정도의 직원들이 작업하는 것 같았다.

매장만 둘러보았을 때, 비건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특히 쇼케이스에 진열된 제품들을 보니, 과연 저 제품들이 다 비건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 쇼케이스 <사진=정채림>

진열된 제품 중에 비건 키쉬, 비건 크로와상 샌드위치, 비건 피자, 그리고 ‘바바 오 럼’이라는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었다. 

먹어본 제품 중 제일 신기하게 여겼던 것은 크로아상이 비건제품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버터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베이킹“의 제품으로 ”버터 맛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크로아상”이라니...

키쉬는 특유의 두부 맛이 나지 않아서 좋았을 뿐만 아니라, 식감 또한 두부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피자 또한 비건이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의 맛이었다.

▲ 크로아상 샌드위치와 피자 <사진=정채림>
▲ 키쉬 <사진=정채림>

단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대체로 간이 약하다는 것. 하지만 식감과 비주얼 적인 면에서는 none 비건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생크림같이 하얀 크림이 올라가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바바오럼 케이크는 눈을 감고 먹으면 비건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의 맛이었다. 물론 럼의 향이 강하기도 하였지만, 럼에 적셔진 시트의 촉촉함은 비건 제품이 아니라 해도 믿을만하였다. 하얀 크림 또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생크림의 식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입안에 거칠게 남아돌지도 않았다.

동물성 크림에 너무 적응한 내 혀가 살짝 낯설게 느끼는 정도였지, 사실 비전문가라면, 동물성 크림이라 해도 믿을만한 부드러움과 맛을 표현하고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옛날 초등학교 때 먹었던 버터크림 케이크의 휘핑크림을 먹는 정도의 느낌이었다고 하면 가장 비슷할 듯하다. 

▲ 바바오럼 <사진=정채림>

비건이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비건이라 하면, 건강한 맛. 즉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느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 매장을 방문한 뒤, 나의 그러한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고, 또한 이렇게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제과인으로써 부러움도 생겨났다.

한국에도 언젠간 이렇게 비건 제품이 전문적으로 다루어지고, 또한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이 먹었는데도, 보통 밀가루를 먹었을 때의 더부룩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소화가 너무 빨리 된다는 점. 음식들이 내 위에서 오래 머물러 주지 않는다는 점? 정도였다.

일정상 다른 비건 디저트 매장을 방문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틈날 때마다 들러보았던 로컬 슈퍼와 마켓을 보니, 역시 파리에서의 비건은 아직 시작 단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비건이였다면, 파리에서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뒤에는 비건 제품들도 쉽게 슈퍼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파리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런던의 비건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가 더 커져만 갔다. 마침 숙박할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부부가 채식하신다는 걸 알게 된 후로, 더 기대되었다. 가까운 나라이니 크게 차이가 날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채 런던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정채림 베이킹 전문가는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귀국 후 해외영업 및 통역 등으로 여러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를 접하며 요리에 대한 꿈을 실현했다. 푸드 코디네이터 과정과 전문 베이킹 과정을 수료 후 베이킹 전문가로서 현재 라크렘제과학원(l'ecole patisserie LA CREME)에서 구움과자와 비건베이킹 강의를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정채림 베이킹 전문가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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