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치즈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이름 치즈몽거(Cheesemonger). 영어로 '치즈 장수'라는 뜻인데, 치즈계의 소믈리에로 보면 된다. 치즈몽거는 프랑스에 유난히 많다. 프랑스 곳곳에서 워낙 다양한 치즈 문화가 발달하다보니 치즈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치즈 몽거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각 분야에서 엄격한 시험을 거친 전문가에게 프랑스 최고 장인(Meilleurs Ouvriers de France), 줄여서 모프(MOF)라는 칭호를 부여한다. 치즈와 와인 뿐 아니라 쇼콜라티에, 페인팅, 유리 가공, 헤어 스타일링, 시계 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는 모프가 될 수 있다. 이번달에 소펙사가 개최한 제4회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며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프랑수아 로뱅(François Robin) 치즈몽거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최고 장인이라서 어쩐지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을거라 생각했으나, 치즈만큼 일상생활과 가까운 음식이 없다며 미소짓던 로뱅씨는 따뜻한 첫인상을 풍겼다.

▲ 프랑수아 로뱅 치즈몽거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프랑스의 최고 치즈 전문가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말하는 프랑스 치즈 이야기를 소개한다.

Q. 치즈 분야 프랑스 최고 장인이 되기위한 시험해 거쳐야 하는 일은?

MOF가 되기 위해서는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 준결승전에서 필기시험은 물론이고 계량기 없이 치즈를 정교하게 자르는 일, 치즈 블라인드 테이스팅, 심사위원과의 인터뷰를 거친다. 결승전도 이와 유사하나 난이도가 더 어렵다. 전 세계의 60여가지 치즈를 블라인드 테이스팅해야 하고, 정석대로 치즈를 자르며, 5분간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2년이 지나 타이틀을 얻게 된다.

Q. MOF 타이틀을 얻은 후, 어떤 일을 해왔는가?

타이틀을 얻고 난 후에는 약간 쉬었다(웃음). 농담이고, 파숑(Fachon)이라는 프랑스의 고급 식료품점에서 일했다. 거기서 치즈몽거를 가르치는 교육자이자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리고 현재 해외를 다니며 치즈를 알리는 중이다. 미국, 이탈리아, 영국, 싱가폴, 한국, 두바이, 레바논 등 치즈에 관심이 많은 곳을 다녔다. 치즈샵을 운영할 수도 있지만, 타문화를 접며 치즈를 소개하는 치즈 앰배서더로 일하는 게 더 즐겁다.

Q. 프랑스의 일상 치즈 문화는 어떤가?

▲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 결승전 후 치즈 리셉션을 운영중인 로뱅씨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프랑스인에게 치즈는 한국의 김치와 같다. 일상 식품의 하나인 것이다. 고기 대신 치즈를 더 많이 먹는데, 소고기보다 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소가 끊임없이 유제품을 계속 생산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기본 등급의 치즈를먹고, 가족 모임이나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에는 좋은 치즈를 산다. 이때는 5개에서 7개 정도 다양한 치즈를 놓고 골라 먹는다. 해외 사람들은 치즈 파티를 열거나 와인을 마실때 치즈를 곁들이지만, 프랑스인은 식사 도중은 물론이고식사 후에도 디저트처럼 먹는다. 나는 아침에도 치즈를 먹는데, 빵에 버터를 곁들여 먹는다.

Q. 치즈와 관련한 독특한 경험을 소개한다면?

아주 어릴적 기억이 강하게 남는다. 6살인가 7살일 때, 산타클로스가 학교에 왔다. 친구들은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얘기했지만, 난 그때까지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었었다. 그때 만난 산타클로스는 어딘지 친근하게 생겼었다. 신발을 보니 아버지 것과 비슷했고, 셔츠도 아버지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여전히 산타클로스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산타클로스 옷깃의 냄새를 맡아보니 염소 치즈 냄새가 났다(그의 아버지는 염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때야 나는 산타클로스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Q. 최근 내추럴 와인이 유행하듯, 치즈에도 유행이 있다면?

​내추럴 와인처럼 오가닉 치즈의 소비도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치즈 소비 문화다. 서른 살 전후의 젊은 층 위주로 치즈를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먹기 시작했다. 바로 '선물' 문화인데,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친구집에초대받아 방문할 때 치즈를 선물로 사간다. 또 다른 모습으로는, 해외 사람들이 치즈 파티를 즐기는 데 영향을 받은 프랑스의 젊은 친구들이 치즈파티를 즐기는 모습이다. 

▲ 로뱅씨는 지난 10일 파브리스 소미에 소믈리에와 함께 치즈와인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인터뷰 내내 로뱅씨는 '일상 음식으로서의 치즈'를 강조했다. 슬라이스 치즈나 모짜렐라 치즈를 제외한다면 한국은 치즈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임을 의식해서일거다. 로뱅씨는 치즈는 편안한 음식이므로 너무 무서워할 필요가 없으며, 복잡하게 공부한 후 먹을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이든 일단 시도해보길 추천하고, 맛이 없는 경험을 하더라도 또다른 치즈를 시도하길 부탁했다. 낯선 외모와 복잡한 이름때문에 처음에는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한 마디만 걸어도 친근감을 느끼게 만들던 그는 한 입만 맛보면 반하게 되는 프랑스 치즈를 닮았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 기자 j.kim@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