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믈리에타임즈가 한국 1세대 대표 바리스타 '임종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올해로 20년 차에 접어든 임종명 바리스타는 2004년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쉽 우승, 유명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자문 등 화려한 이력을 가져 많은 바리스타의 본보기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다. 솔직하지만, 논점이 명확한 그만의 이야기와 대한민국 커피 시장에 대해 ‘소믈리에타임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01. 디자인 전공으로 알고 있는데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는 처음에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러던 중 군대에 가서 전역하고 시간이 남아있던 찰나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먹었던 에스프레소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그 에스프레소와 같이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고 찾아다녔는데 없었습니다. 그때가 스타벅스 1호점이 한국에 막 생기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그때부터 관심을 끌게 되어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인 ‘세가프레도’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제 첫걸음이었습니다.

02. 한국바리스타 챔피언쉽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우승하기 했던 노력은?

2002년 대회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아서 나가는 형식이었어요. 그 시기에 커피를 하는 남자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습니다. 심한 말로는 다방 레지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커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준비 안된 상태로 나가 말도 안 되는 시연을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체계적인 세계 대회 규정을 인지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세계 대회에 나갈 생각도 안 했고요. 그리고 그 해 두 대회에 나가 둘 다 3위를 했어요.

그러다 2004년에 대회에 대한 룰이 파악되고 노하우도 생긴 상태라 아예 작심하고 준비했습니다. 일본은 물론 해외로 나가 바리스타들도 보고요. 그 상태에서 우승했죠.

03. 커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도 ‘음식’입니다.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많은 바리스타가 기계가 만들 듯이 똑같이 따라 하기만 해요. 그럴 순 없거든요. 사람마다 손맛이 있는데 커피 기계와 재료에 의존하고 물론 그게 하나의 기본은 될 수 있겠지만 그 이상부터는 순전히 자기 몫이거든요.

재료에 대한 이해와 본인이 할 수 있는 손기술, 맛을 느낄 수 있는 기술 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정성’입니다. 커피를 만들 때 눈을 떼면 안 돼요. 커피는 단계가 많습니다. 재배-수확-공정을 마치고 마시는 단계까지요. 바리스타는 ‘마시는 단계’를 통해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데 그 단계에서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죠. 또한 커피는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한 잔 한 잔마다 정성이 필요합니다.

저는 계속 새로운 커피를 시음한다던가, 새로운 추출 방식에 대해 알아본다던가, 기존에 잘못돼서 최근에 새로 밝혀진 사실들을 공부하는데 한국에는 아직 그런 최종 단계를 향한 노력의 맛있는 커피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미국이 산미가 높은 커피를 좋아한다고 우리 취향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좋아하니까 따라 마시는 것이요. 물론 누군가는 유행을 따라가야 하지만 그들의 음식 문화나 패턴은 우리와 다른데 외국의 유명한 바리스타들이 산미가 높은 커피를 좋아한다니까 우리가 신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은 바리스타가 그 방향을 따라가요. 소비자가 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약간 갇혀있는 듯해서 아쉽습니다.

▲ 유행을 따라가는 것보단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04.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커피 및 원두는?

저는 에스프레소 외에는 잘 마시지는 않아요. 예전에 커피를 많이 만들고 할 때는 메뉴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시긴 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에스프레소입니다. 예전에는 엄청 많이 마셨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의사님이 줄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셔서 예전만큼 마시는 편은 아닙니다.

의사님과 상담을 할 때 예전에는 “술이나 담배는 이해하는데 커피는 왜요?”라고 따지곤 했는데 말씀을 명확히 해주시지 않았어요. 요즘에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마셔도 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 중간 선상은 ‘적정량’이거든요. 사람마다 적정량이 다르니까요. 저는 하루 에스프레소 기준으로 많이 마실 때는 25~30잔까지 마시고 평균적으로는 15~20잔 정도 마십니다.

사실 국내 어디 카페에서든 제가 원하는 에스프레소를 주는 곳은 없어요. 제가 까다로운 걸 수도 있고 바리스타분들이 제 얼굴을 알아보니까 원래 잘하시는데도 저한테 심사받는 기분이 든다고 하셔서 긴장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대체적으로 카페에서 설탕을 넣어 마실 정도의 신 커피를 많이 주거든요. 안타까운 게 ‘시초가 어디냐’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수입 커피라고 하면 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도 좋은 거 많고 싱글 오리진도 좋은 게 많은데 굳이 왜 수입 커피를 사느냐고 하는데, 실제로 에스프레소의 배경을 보면 기계를 개발하고 로스팅 방법, 먹는 방법은 모두 이탈리아입니다. 한국이 김치를 우리 것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듯이 이탈리아도 에스프레소에 대해 떳떳하게 우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었고 기본을 알아야 하잖아요?

변형하는 건 괜찮아요. 더 좋은 맛이나 기술적인 발전이 생기는 거라면 좋은데 일본 사람이 우리 김치 먹지 않고 자기네들 전용 김치 만들어서 먹는 걸 보면 어이없잖아요? 똑같은 거에요. 외국인들이 봤을 때는 “한국 사람들이 실력도 좋고 카페도 많은데 커피 마실 곳이 없다”라고 말하곤 해요. 저 역시도 제가 해서 집에서 먹지 가서 사 마시는 경우는 없어요. 맛이 좋으면 당연히 사 마실 의향은 물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원두 같은 경우에 너무 시지 않고 균형이 좋은 걸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과테말라나 코스타리카, 브라질 원두 정도를 좋아하고 요즘 유행하는 '게이샤' 같은 화사한 커피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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