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쉬소스가 없으면 액젓으로 대체 가능'. 인터넷에 올라온 베트남 음식 레시피를 보면 이런 문구가 자주 나온다. 피쉬소스와 액젓은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비슷해 자주 대체 재료로 사용된다. 해외에 사는 한인들이 김치를 담글 때도 액젓 대신 피쉬소스를 많이 사용한다. 피쉬소스 외에도 우리나라 젓갈류와 비슷한 식재료는 세계 각지에서 나타난다. 이번 달 칼럼에서는 우리 젓갈과 세계 각국의 젓갈을 알아보려 한다.

▲ 동남아 피쉬소스. 색깔도 맛도 우리나라 액젓과 유사하다

젓갈은 냉장시설이 없던 과거, 어패류를 보관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했다. 소금을 뿌려 해산물을 발효시킴으로써, 냉장시설이 없이도 해산물을 장기 보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보관법은 중국 남서부와 메콩강 유역에서 시작되어 차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생선을 소금으로 절이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양한 형태가 생겨났다. 젓갈류는 크게 젓갈, 액젓, 식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젓갈은 소금 등 양념류로 발효시킨 생선이다. 이 젓갈을 오래 발효시킨 후 그 즙만 거른 것이 액젓, 해산물과 곡식을 함께 삭힌 것이 식해다. 

초밥도 처음에는 식해, 즉 젓갈의 일종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신선한 생선과 밥을 사용해 만들게 되었지만 여전히 식해의 흔적이 남아있다. 초밥의 밥에는 식초를 넣어 시큼한 맛을 낸다. 식해는 곡류가 함께 삭으면서 독특한 향이 나는데, 초기 초밥의 그 흔적이 현대의 초밥에도 남은 것이다. 서양에서 많이 먹는 앤초비도 젓갈이다. 멸치과의 생선을 소금에 절인 것이다. 세계 최고의 악취 음식으로 이름을 날리는 북유럽의 발효 생선 수르스트뢰밍도 청어를 낮은 염도의 소금에서 삭힌 것이다. 심지어 케첩도 젓갈에서 유래했다. 동남아의 젓갈 중 하나가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변형된 것이다. 실제로 케첩이라는 단어도 생선으로 만든 즙이라는 뜻의 한자 ' 鮭汁' (규즙)에서 유래했다.

▲ 왼쪽은 서양의 멸치 젓갈인 앤초비, 오른쪽은 앤초비로 만든 파스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젓갈 문화가 많이 발전했다. 대중적인 것만 해도 새우젓,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조개젓, 명란젓, 창난젓, 낙지젓 등이 있다. 이외에도 내장만 모아 담근 젓갈, 생식소를 모아 담근 젓갈 등 특이한 젓갈도 많다. 쓰임새도 광범위하다. 김치를 담글 때 쓰기도 하고, 계란찜이나 순댓국 등 음식의 간을 맞추는데도 쓴다. 하지만 젓갈은 뭐니 뭐니 해도 대표적인 밥반찬이다. 먹을 것이 많지 않던 시절, 감칠맛과 염도 높은 젓갈은 밥도둑 노릇을 톡톡히 했다.

▲ 젓갈 가게의 다양한 젓갈들

하지만 식생활의 변화로 젓갈의 쓰임새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반찬으로서 젓갈의 사용이 많이 줄었다. 건강을 위해 저염식, 저탄수화물식을 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퓨전 음식에 젓갈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젓갈 파스타,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영향이 컸다. 20세기 초 한국에서 명란젓이 전파된 이후 일본에서는 명란젓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일본에서는 명란젓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 심지어 마트에 가면 명란 맛 과자, 명란 맛 마요네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명란 활용법이 다시 한국에 전달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명란젓을 활용한 퓨전 요리가 유행하게 되었다.  명란젓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다른 젓갈들도 퓨전 요리의 재료로 쓰이기 시작했다. 

▲ 명란젓으로 만든 파스타

오늘 젓갈을 먹었는가? 안 먹었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치를 먹었다면 그 안의 젓갈을 먹었을 것이고, 설사 한식을 안 먹었다고 해도 파스타, 샐러드, 동남아 음식을 먹었다면 가능성이 있다. 변화된 식생활과 인식 속에서도 젓갈은 우리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외국의 젓갈이 들어오고, 우리 젓갈이 다양하게 사용되면서 젓갈의 지평이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일어날지 지켜볼 일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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