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맥주 업계와 수입 맥주 업계의 대립이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다. <사진=Pexels>

지난 11일, 조세재정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맥주 과세 개편 공청회에서 ‘맥주의 주세를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서의 전환’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국산 맥주 업계는 수입 맥주와 다른 세금 부과 구조로 피해를 보며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의 가격이 차이가 날 수 없는 환경을 지적하며 업계 간 불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주류수입협회’가 발표한 입장문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종량세 전환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하며 이미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이 더욱 독점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또한, 여러 유명 해외 맥주를 수입하고 있는 국내 맥주 대기업들은 국내맥주 뿐만이 아닌 해외 맥주로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가 발표한 입장문의 전문은 이러하다.

첫째, 종량세로의 개편은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불 형평성을 해소하자는 데서 출발한 과세체계 개편 논의에는 소비자의 권익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어 있다. 과중한 세금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되며, 종량세로의 전환 시 맥주뿐 아닌 전 주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공청회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종량제로의 전환 시 수입 맥주의 가격이 낮아져 현재 1만 원에 4캔을 살 수 있는 맥주 가격이 1만 원에 6캔을 살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금이 낮아지는 맥주는 일부 수입 맥주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맥주는 세율이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또한 현재 수입 맥주 수입사의 대부분이 수출사의 가격 인상에 대해 종가세를 원인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수입가가 높으면 국내의 세율이 높아져 소비자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수출원가가 높아져도 L당 세금은 같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일부 해외 공급자는 원가를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원가 상승은 곧 소비자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이 심화할 것이다.

종량세가 적용될 경우, 수입가격이 높은 수입맥주는 주세부담이 낮아지고, 수입가격이 낮은 수입맥주는 주세가 높아진다. 

맥주 수입은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에서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종량세 적용은 대기업이 국내 맥주의 세제 혜택뿐 아니라 고가 수입맥주의 세제혜택까지 이중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 형성을 도울 수 있다. 결국 수입맥주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세금으로 대기업에서 덜 내는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

종량세로 인해 양질의 해외 맥주를 발굴해 낮은 가격에 선보이고 있는 수많은 국내 중소 수입유통사는 퇴출당할 것이다. 종량세 개편 시뮬레이션 결과, 품질 좋은 유럽산 맥주를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한 업체는 현재보다 2배 이상의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맥주 수입유통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대기업 못지않은 국내 고용 창출과 소비자 편익 향상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맥주 종량세가 도입되면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지난 11일 진행된 공청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기업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약 90%(국내 제조 맥주 및 수입 맥주 포함)에 달해 종량세는 결국 대기업의 독점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따라서, 주세개편의 논의는 좀 더 자세히 검토되어야 한다.

종량세, 종가세 체계의 선택 문제는 맥주만이 아닌 전 주종에 걸쳐 보다 고차원적인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단순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사이의 과세표준 구성항목 차이를 해소하려는 방편으로 사용하기에는 소비자의 부담과 중소기업의 생존문제라는 더 큰 부작용이 따른다.

주세개편은 소비자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개편 취지 및 그 당위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맥주 종량세 도입검토는 시장 참여자 전체의 이해를 구해야 함은 물론, 중소 수입맥주유통회사의 입장 역시 반영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진행 상황은 일부 대기업의 의견을 대변하여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주세개편은 일부 시장 참여자의 이익 확대가 아닌 음주의 외부불경제와 소비자 편익을 반영하고,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주류수입협회는 종량세로의 전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방향을 자세히 재검토하고 지향점을 재설정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이상 한국주류수입협회가 발표한 입장문의 전문이다. 계속해서 국내 맥주 업계와 수입 맥주 업계가 상반된 의견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견해 차이로 벌어지고 있는 그들의 대립은 확실한 정부의 규제가 없는 한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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