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스펙테이터 올해의 와인으로 2번이나 선정되는 기염을 토한 와인이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이 와인이 카베르네 소비뇽의 제왕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매해 기복 없이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이 와이너리와 비견할 수 있는 와이너리는 전 세계를 통틀어 극히 드물다”라는 평가를 했다. 이런 세간의 평가를 받는 와인은 무엇일까?

▲ 케이머스를 생산하는 와그너 패밀리 오브 와인의 와인 브랜드들 <사진=나라셀라>

바로 나파밸리의 케이머스(Caymus)다. 1972년 설립된 케이머스는 현 오너인 척 와그너(Chuck Wagner)의 부모인 찰리 & 로나 와그너 부부부터 시작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현재 아들인 찰리(할아버지와 이름이 같음), 딸 제니와 함께 케이머스를 이끌며, 집에서는 자상한 아버지이자 회사에선 빅 보스인 척 와그너를 지난 4월 9일 케이머스&와그너 패밀리 와인 시음회가 열렸던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Q. 안녕하세요. 와그너 씨.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와그너 패밀리 오브 와인(Wagner Family of Wine)의 오너 척 와그너입니다. 이번이 한국에 세 번째 방문입니다. 함께 와인을 만들고 있는 자녀들도 같이 오고 싶었지만 아쉽게 같이 오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함께 오겠습니다.

▲ 케이머스를 생산하고 있는 척 와그너를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왼쪽은 나라셀라 신성호 이사, 오른쪽은 오너 척 와그너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Q.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파 밸리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그중에서도 제왕이라는 평가를 받는 케이머스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케이머스를 이미 잘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와그너 씨께 케이머스와 와그너 패밀리의 와인 브랜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파밸리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1960년대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가문은 프랑스 알자스 출신으로 1906년부터 나파 밸리 러더포드(Rutherford) 지역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1940년대부터 주변 양조장에 포도를 납품했습니다.

제 아버지인 찰리 와그너는 포도 재배에 월등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나파 밸리 와인이 붐 업될 당시 유명 와이너리에 포도를 납품했습니다. 아버지는 대대손손 가족의 유산을 위해 남의 와인이 아닌 우리 와인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결단을 내린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제게 와이너리 사업을 같이하지 않게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1971년 처음 와인을 생산하고 1972년 정식으로 와이너리 ‘케이머스 빈야드’를 설립했습니다.

케이머스라는 이름은 나파밸리의 첫 유럽계 망명자인 ‘조지 욘트(현 욘트빌 지역 이름의 기원)’의 부지인 ‘랜초 케이머스’에서 착안해 지었습니다. 당시 아버지와 저는 카베르네 소비뇽 전문가로 유명한 와인 전문가한테 양조기술을 전수받고 케이머스의 첫 빈티지를 생산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가장 뛰어난 배럴을 골라 스페셜 셀렉션을 출시했습니다. 이 두 와인은 현재까지도 많은 와인 평론지로부터 수많은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 척 와그너는 케이머스 말고도 코넌드럼, 메르 솔레이, 에멀로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나라셀라>

코넌드럼(Conundrum)은 ‘꼭 까베르네 소비뇽이 아니어도 돼’, ‘꼭 나파 밸리가 아니어도 돼’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코넌드럼은 샤도네이, 소비뇽 블랑, 세미용, 뮈스캇, 비오니에를 블렌딩한 화이트 와인으로 출시해 20년 넘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2009년엔 이런 형식으로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한 레드 와인을 출시했고, 현재는 화이트, 레드, 스파클링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메르 솔레이는 첫째 아들인 찰리가 산타 루치아에서 상급의 샤도네이로 만든 와인입니다. 오크통에서 숙성한 리저브 스타일과 오크 터치를 배제한 언오크드 스타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에멀로는 제 딸인 제니가 와인 메이킹을 담당하고 있으며, 프레시한 소비뇽 블랑과 진하고 풍부한 멀롯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Q. 국내에 새로운 와인을 출시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메르 솔레이 실버와 에멀로 와인은 어떤 와인인가요?

기존의 메르 솔레이는 햇빛(Soleil)이 내리쬐는 바다(Mer)의 특징을 살린 활력 있는 산도와 오크 숙성으로 복합미를 주어 폭발하는 향이 매력입니다. 메르 솔레이 실버 샤도네이는 몬테레이에서 키운 샤도네이로 만들며 오크 숙성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르고뉴에서 수입한 콘크리트 탱크에서 발효와 숙성해 조금 더 명확하게 전달되는 풍미가 특징입니다. 몬테레이는 샤도네이의 천국입니다. 천국에서 나오는 샤도네이 그대로의 고유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 올해 국내에 출시한 에멀로 와인. 왼쪽은 멀롯, 오른쪽은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다. <사진=나라셀라>

에멀로 와인은 소비뇽 블랑과 메를로로 만들고 있습니다. 에멀로 소비뇽 블랑은 젖산발효를 하지 않고 명확한 산도를 내는 데 집중을 했습니다. 소비뇽 블랑으로 유명한 프랑스 루아르 와인은 풀, 허브 등 초목향이 많이 나는데, 우리는 그 향이 발현되지 않도록 극단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멀로 소비뇽 블랑은 과숙된 과실미 보다는 신선하고 세련된 미네랄리티와 산도가 특징입니다.

에멀로 멀롯은 서늘한 나파 밸리 오크 놀(Oak Knoll) 지역에서 나무수령 15년 정도의 젊고 건강한 나무에서 메를로를 재배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자갈과 핑크빛 토양으로 양분이 많지 않아 뿌리가 고생해서 깊게 내렸습니다. 오크 놀 지역이 비교적 서늘해 조생종인 메를로를 천천히 익히고, 늦수확해 포도는 당도와 탄닌이 충분히 숙성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진하고 풍부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에멀로를 생산하고 있는 러더포드지역에서는 화이트 와인 생산이 이례적이라고 해요. 훌륭한 에멀로 소비뇽 블랑 와인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러더포드에서 좋은 화이트와인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떼루아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저는 와인을 만드는데 대자연의 요소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만드는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와이너리는 소비뇽 블랑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 세미용을 섞어서 조금 더 풍부한 스타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초목류의 향이 발현되지 않도록 포도송이 배치에 신경을 써 듬성듬성 열리도록 합니다. 또 오후 햇살이 오전 햇살보다 강합니다. 그래서 서쪽에 있는 풀잎들은 더 높게 배치해 해를 가리도록 합니다. 이렇게 키운 포도를 빨리 수확해 당도를 낮추고 허브 향을 줄였습니다.

Q. 일반화의 오류, 즉 편견을 깨고 적절한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셨군요.

그렇죠. 에멀로 멀롯의 경우는 소비뇽 블랑과는 다르게 조생종 품종인 메를로를 늦수확해 와인을 만듭니다. 포도 껍질은 쭈글쭈글해지고 씨앗은 갈색입니다. 완숙한 포도로 만들어 산도는 낮지만, 향이 더 풍부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영 빈티지에서도 바로 마시기 좋습니다. 그리고 와인이 코르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크류 캡을 사용했습니다.

또 나파 밸리는 기계 수확보다 손 수확이 쌉니다. 보통 손 수확이 더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기계는 규모의 경제에 의해서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낮춰집니다. 하지만 나파 밸리에서는 거의 손 수확을 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아 기계 수확이 더 비쌉니다.

▲ 척 와그너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와인 생산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45년이 넘는 세월동안 최고의 와인을 만들었다. <사진=나라셀라>

저는 그리고 올드 바인을 믿지 않습니다. 올드 바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포도를 수확할 만큼 건강한지가 중요합니다. 질병에 취약한 나무는 잎이 붉은색입니다. 나뭇잎은 초록색으로 시작해 노란색, 갈색으로 변한 뒤 떨어집니다. 빨간색 나뭇잎은 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건강한 나무로 볼 수는 없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나파 밸리는 보르도 스타일을 쫓았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필록세라가 나파 밸리의 밭을 황폐화시킨 후에는 보르도 스타일이 아니라 확실한 나파 밸리 스타일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시절 보르도 스타일과는 확실한 선을 그은 덕분에 지금 나파 밸리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Q.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에 케이머스의 내일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일이요? 내일은 가벼운 일정을 소화하고 대만으로 갑니다. 대만 이후에는 아시아 몇 개 도시 들렀다 두바이로 가는 긴 여정을 소화합니다. (웃음)

▲ 케이머스의 오너 척 와그너는 앞으로 긴 여정의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케이머스의 미래를 말하는 거죠? 케이머스는 현재 아르헨티나 멘도사와 호주 바로사 밸리에서도 포도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식 와인 생산을 시작하진 않았습니다. 저희가 새로운 지역에 와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니 거의 모든 와이너리가 약간의 견제를 합니다. 아직 와인을 생산할지 결정하진 않았습니다. 첫째 아들 찰리의 주도하에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케이머스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