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세계의 밥 시리즈 마지막 칼럼으로 아시아의 밥 요리를 소개한다. 쉽게 접하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에스닉, 중동권 위주로 정리했다. 이 칼럼을 계기로 밥 요리에 대해 더욱 폭넓게 접근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설탕, 코코넛 밀크, 바닐라가 들어있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밥 요리들도 있었다.

밥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조금 특이한 밥 요리에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 다른 문화권의 밥 요리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밥 요리를 널리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Nasi Goreng (나시고랭-인도네시아 볶음밥)

인도네시아어로 ‘Nasi’는 밥, ‘Goreng’은 튀기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볶아서 만든 요리다. 영어의 ‘Fried Rice' 같은 어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대표적인 요리로 재료나 조미료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메뉴가 있으나, 주된 특징으로는 Sambal, Kecap manis, Terasi 등 현지 특유의 조미료가 사용된다. 주 재료로 닭고기, 쇠고기, 새우 등이 사용되며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돼지고기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으나, 힌두교 지역에서는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2. 캄보디아

1) BarBar Sach chrouk (보보 삿츄룩-돼지고기 죽)

‘보보’는 죽이고, ‘삿츄룩’는 돼지고기로 돼지고기 죽이다. 더울 때 먹는 보양식 같은 것으로 우리의 삼계죽 같은 느낌의 음식이다. 새우, 오징어, 닭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수에 허브와 피시 소스를 넣어 진하게 끓여낸다.

2) Bai Sach Chrouk (바이 삿 츄룩-돼지고기 덮밥)

‘바이’는 밥이라 이것은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올린 덮밥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여 캄보디아의 대표 길거리 음식이며, 아침 메뉴다. 다른 캄보디아 요리보다 향신채를 덜 사용하기에 외국인들이 잘 먹는 메뉴 중 하나다. ‘쯔루억’이라 불리는 피클과 새콤달콤한 소스가 같이 나온다. 캄보디아인에게 있어서 우리의 김밥과 같은 매우 친숙한 음식이다.

3. 태국

Khao Phat Sapparot (카오 팟 샤롯-Thai Pineapple Fries Rice -파인애플 볶음밥)

가운데를 판 파인애플을 용기로 사용하는 파인애플 볶음밥 요리다. 파인애플, 새우, 카레 풍미가 잘 어우러지고 ‘난쁘라’라고 하는 타이의 피시 소스로 맛을 낸다. 파인애플의 반을 갈라 속을 파내고, 모양을 내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다. 태국어로 ‘카오’는 밥이고, ‘팟’은 볶았다는 뜻으로 ‘카오 팟’이라고 하면 볶음밥이다. 돼지는 ‘뮤’, 닭은 ‘카이’, 새우는 ‘쿵’, 게는 ‘푸’, 계란은 ‘커 카이’, 채소는 ‘체’다. 이것만 알아도 맛있는 타이의 볶음밥 요리를 다 주문할 수 있다.

▲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의 밥 <사진= 박성환>

4. 필리핀

Arros a la Valenciana (아로스 아라 발렌시아나-Filipino style Paella-필리핀식 파에야)

필리핀은 중국과 스페인 음식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왕의 궁중 요리사가 세련된 요리를 만들어 냈지만, 통일 국가가 형성되어 있지 않던 필리핀은 ‘궁중 음식’이 없다. 식민지의 지배 계급의 스페인 음식은 엘리트 계층으로, 중국요리는 일반 가정에 보급되었다. 19세기 말부터는 미국의 음식문화도 약간 흡수했지만, 스페인, 중국의 음식 문화 정도는 아니었다.

필리핀 요리는 후추, 고추, 생강, 양파, 토마토 등의 향신채가 사용되지만,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맛은 스파이시하지 않다. 그 이유로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인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인도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페인의 대표 음식이 필리핀에서 토착화되어 필리핀 스타일의 파에야를 ‘아로스 아라 발렌시아나’라고 한다.

스페인의 파에야와 다른 점은 스페인 파에야에는 아르보리오 쌀과 사프란으로 만들지만, 이 필리핀 스타일의 파에야는 찹쌀과 아나토 씨 또는 카수바가 사용된다. 그리고 해산물뿐만 아니라 닭고기와 소시지도 같이 사용된다.

아나토(Annatto)씨는 필리핀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천연 주황색 색소나 과거 버터 마가린 치즈 등의 색소로 사용되었으며, 우리가 먹는 체다치즈의 주황색이 이 아나토 씨다. 원산지가 남아메리카여서 라틴아메리카 요리에도 많이 사용된다.
카수바(Kasubha)는 이집트가 원산지며 우리가 아는 ‘홍화씨’가 바로 이것이다. 붉은색을 내는 꽃술로 사프란과 비슷하게 생겼다. 사프란에 비해 매우 저렴하기에 일명 가난한 사람들의 사프란이라고도 한다.

5. 베트남

Cơm Tay Cầm (껌 따이 깜-Clay Pot Rice-베트남식 뚝배기 영양밥)

‘껌은 밥이고, ‘따이 깜’은 손잡이라는 뜻으로, 보통 손잡이가 있는 뚝배기에 담긴 볶음밥을 말하는데, 마치 뚝배기 영양밥 같은 느낌이다. 밥 이외 재료도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소시지, 새우, 채소 등 매우 다양하다. Gà(까)는 닭고기, Bò(보)는 쇠고기로 Cơm gà tay cầm (껌 까 따이 깜)이라고 하면 닭고기 덮밥이다. Cơm Chiên(껌찌엔)은 베트남식 볶음밥을 말하는 것이니, 이 단어만 알아도 베트남에서 볶음밥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레몬그라스, 고수 등의 향신채가 많이 사용되는 것도 특징이다.

6. 미얀마

Shan Htamin Chin (샨 타민 친-Shan Style Rice Cake – 미얀마 주먹밥)

2017년 CNN에서 발표한 미얀마에서 먹어야 할 10가지 음식에 선정된 미얀마의 주먹밥으로 밥에 생선과 감자를 함께 섞어 넣고 땅콩 등과 같이 먹는 요리다.

Shan(샨)은 Shan족이 사는 미얀마 북동부 Shan주를 나타내는데, 미얀마에서 가장 음식이 맛있는 지역이다. 샨족의 음식은 우리로 치면 전라도 음식 정도의 수준이다. 그리고 ‘타민’은 밥이란 뜻이다. 일단 미얀마 음식 이름 앞에 ‘샨’이 붙으면 다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늘과 생강을 넣고 볶은 생선에 토마토, 강황, 튀긴 마늘과 양파, 삶은 감자와 밥을 잘 버무려서 동글게 주먹밥을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에 땅콩, 고수, 라임을 곁들여 먹는다.

▲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의 밥 <사진= 박성환>

7. 인도

Pulao /Pulav (프라오-인도의 볶음밥)

인도의 필라프(볶음밥) 요리. 보통 볶음밥은 밥을 지은 후 양념하고 볶지만, 인도의 Pulao는 이렇게 조리하지 않는다.

이 요리의 기원은 메소포타미아로 그 조리법이 터키(Pliav-필라브)를 통해 유럽에 전해져 ‘Pilaf’가 되었고, 다시 인도로 전해져 ‘프라오’가 되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4세기 알렌사드로 3세의 마케도니아 왕국으로 이와 비슷한 시기에 우즈베키스탄에도 기록이 있다. 인도도 기원전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양파, 터매릭, 코리앤더, 고추, 큐민, 시나몬, 클로브, 베이립, 생강, 마늘을 넣고 볶다 후 다시 쌀을 넣고 볶는다. 그리고 물을 익히며, 소금으로 간을 한다. 여기에 토마토, 민트 페이스트, 후추를 넣기도 한다. 쌀 이외 건더기 재료로 콩, 채소, 고기, 견과류를 넣으며, 요구르트 샐러드, 커리 등을 곁들이기도 한다. 

인도의 또 다른 밥 요리 Biryani (비리야니)는 밥과 내용물(커리)을 따로따로 조리하는 것이고 프라오는 한 냄비에 같이 조리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8. 네팔

दालभात  (Dal Bhat -달 바드)

네팔의 대표적인 가정요리로 달(Daal)은 렌틸콩 수프이고, 바드(Bhaat)는 쌀밥이라 의미다. 여기에 야채 카레(Tarkari), 매운 절임 채소(Achar), 그리고 일반 채소 반찬(Sak)이 더해져 네팔의 금속성 접시 위에 담겨 나온다. 네팔에서 거의 매일 먹기에 우리의 정식에 해당한다.

9. 레바논/시리아

المقلوبة الفلسطينية بالزهرة والباذنجان  Makioubeh (마크루베)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요르단 지역에서 매우 인기가 많은 밥 요리다.

쌀, 소고기 또는 양고기, 가지를 넣고 지은 밥이다. 밥을 지은 후 접시 위에 냄비 채 뒤집어 밥을 담고 그 위에 피스타치오, 아몬드, 캐슈너트 등의 견과류를 뿌려 내는 특이한 요리다. 마크루베란 이름도 [뒤집은 것]이란 뜻의 아랍어다. 이 외 아랍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밥 요리는 Mujaddara로 렌틸콩과 쌀, 고기가 들어간다. 아랍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Mujadara를 먹기 위해 영혼을 판다’라는 이야기도 있다.

9. 우즈베키스탄

Palov / Oshi – (팔로프 - 우즈베키스탄 볶음밥)

우즈베키스탄 스타일의 볶음밥 요리로 Palov(팔로프) 또는 Oshi(오쉬)라고 부르며, 러시아에서도 먹는 인기 요리다. 양고기, 쌀, 양파, 당근에 고추와 큐민 등의 향신료를 넣고 볶는 필라프다. 주로 가운데 통마늘을 껍질 채 넣어 조리하고 건포도, 석류와 같은 과일 사용한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생활에서 팔로프는 단순히 대중적인 음식 그 이상의 의미로 의례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출생, 결혼, 기념일 등의 특별한 행사 때의 메인을 차지하는 요리다.

▲ 인도, 네팔, 레바논, 우즈베키스탄의 밥 <사진= 박성환>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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