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퉁쳐서 표현하는 일이 적어졌다. 와인에 대한 관심도가 급속도로 상승하지는 않았으나, 와인 소비량과 애호가가 꾸준히 늘어난 덕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는 여전히 샴페인이 브랜드 이름인지, 지역 이름인지 헷갈려 하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마트에만 가면 1만 원도 안 되는 술이 많다 보니, 와인을 접하는 초반에는 와인 중에서도 기본 가격이 높은 샴페인을 집어 들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샴페인을 포함한 스파클링 와인은 미지의 세계로 남겨질 때가 많다.

탄산이 있는 모든 와인이 곧 샴페인은 아니다. 이전 칼럼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특정 방식으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만이 샴페인이다. 또 나라마다 제각각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이름이 있는데, 다양한 이름만큼 맛도, 매력도 천차만별이다. 보글거리는 와인을 마시려면 꼭 샴페인만이 답은 아니다. 처음에는 가격대가 낮은 스파클링 와인부터 시작해도 좋다.

▲ 나라별로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이름뿐 아니라 맛도, 특징도 다르다. <사진= 김지선>

프로세코(Prosecco)
최근 몇 년 사이에 영국 등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베네토주(州)와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Friuli-Venezia Giulia)주에서 생산되며, 주로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글레라(Glera)로 만든다. 최소 85%는 꼭 글레라가 들어가야 하며, 나머지는 피노 그리지오나 샤르도네, 피노 누아 등이 사용된다. 샴페인과 같은 방법으로 생산될 수도 있으나, 보통은 커다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하며, 이후 한꺼번에 병에 담긴다. 최소 병 숙성기간은 30일이다. 샴페인의 최소 숙성기간이 15개월인 점을 생각하면 매우 짧은 편이다. 생산 비용이 낮은 덕에 1만 원대에서도 맛있는 프로세코를 만날 수 있다.

스푸만테(Spumante)와 프리잔테(Frizzante)?
나를 항상 헷갈리게 만드는 이름이다. 이 두 이름은 특정 지역의 와인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스푸만테는 '탄산이 센 스파클링 와인'을, 프리잔테는 '탄산이 부드러운 스파클링 와인'을 뜻한다. 둘 다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을 칭한다. 프로세코는 두 가지 형태로 다 만들어질 수 있으나, 생산량의 약 90%는 스푸만테로 생산된다. 

아스티(Asti)
흔히 아는 '모스카토 다스티'에 쓰이는 그 아스티다. 이탈리아 북서부 아스티 지역에서 생산되며, 달콤한 청포도 맛을 내는 모스카토 비앙코만으로 만들어진다. 탱크에서 알코올도수는 7도, 기압은 5도에서 6도가 될 때 발효를 멈춘다. 발효되지 못한 당분이 와인에 남아있어(약 100g/L) 달콤한 맛이 감돈다. 엄연히 말하면 모스카토 다스티는 아스티와 다른 와인이다. 이 둘은 각각의 지역 등급 명칭이 있으며(모스카토 다스티 DOCG, 아스티 DOCG), 모스카토 다스티는 기압이 약 2도 정도여서 아스티보다 탄산이 약하다. 생산량도 아스티보다 적다.

람브루스코(Lambrusco)

▲ 적포도로도 화이트 스파클링을 만들 수 있다. <사진= 김지선>

'레드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모습으로 나를 흥분케 했던 와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적게 들어올 뿐이지, 알고보면 전부터 큰 인기를 몰며 대량으로 생산되어 왔다. 람브루스코는 이탈리아의 적포도 품종 이름이면서 스파클링 와인 이름이다. 화이트, 로제, 레드 등 다양한 스타일의 스파클링으로 만들어져(와인을 만드는 중 포도 껍질이 제거되는 시기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1980년대 미국과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프로세코나 아스티보다는 인지도가 덜하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Emilia) 지역에서 생산되며, 람브루스코라는 이름 아래 10여 가지의 품종으로 나뉜다. 수출되는 와인의 대부분은 달콤한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다. 대량 생산을 위해 수작업보다는 기계로 생산되는데, 이 때문에 지역이나 품종별 특징이 사라져가고 있다.

크레망(Crémant)
샴페인을 제외한 프랑스 지역 중 샴페인을 만드는 전통 방식에 따라 생산된 드라이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알자스, 부르고뉴, 루아르, 리무가 크레망의 주요 생산지며 크레망 드 리무(Crémant de Limoux), 크레망 드 부르고뉴(Crémant de Bourgogne) 등으로 표현된다. 샴페인과 같이 크레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정해져 있다. 총 8군데에서 표기할 수 있는데, 위의 네 지역을 포함해  보르도, 디(Die), 쥐라, 사부아에서 쓰일 수 있다. 지역마다 사용하는 품종으로 만들어지기에 크레망의 스타일은 꽤나 다양하다. 그러나 역시 샤르도네나 피노누아 등을 사용해서 샴페인과 비슷한 풍미를 보이는 크레망이 가장 인기가 좋다. 최소 병 숙성기간은 12개월이다.

카바(Cava)

▲ 전통방식에 사용되는 도구 푸피트르. 손으로 병을 조금씩 돌리며 와인의 풍미를 살린다. <사진= 김지선>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이름이다. 샴페인을 만드는 방식과 똑같이 만들어지며, 최소 9개월 병에서 숙성해야 한다. 스페인 포도품종인 마카베오, 파레야다, 사레요가 사용된다. 이외에 사용될 수 있는 청포도 및 적포도는 비교적 다양하게 지정되어 있다. 생산지역은 카탈루냐, 발렌시아, 리오하 등인데 95% 이상이 카탈루냐에서 생산된다. 프레시넷, 로저 구라트 등 대량 생산 브랜드가 많아 가격 접근성이 좋다.

젝트(Sekt)
독일어로 '스파클링 와인'을 뜻한다. 젝트는 독일에서만 약 80%가 소비될 정도로 현지에서의 인기가 상당하다. 5000원대의 저렴한 젝트가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니, 이곳의 스파클링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맥주 정도로 보인다. 독일의 대표 품종인 리슬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며, 피노 블랑이나 피노 누아도 사용된다. 역시 대량 생산을 위해 탱크에서 만들어지며 최소 3.5기압, 10%의 알코올 도수에 다다라야 한다. 잘 만들어진 젝트에는 리슬링 특유의 레몬 등 청량한 과일과 석유향이 잘 드러나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 칼럼니스트 j.ki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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