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에는 두 종류의 버블이 있다. 하나는 기포요, 다른 하나는 가격이다. 그리고 이 두 버블은 마치 강남 부동산 가격과도 같아서,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여러 스파클링 와인 중에 신기하게도 샴페인에만 해당된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샴페인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저 기포가 있는 비싼 와인이구나 하고 아무 생각없이 분위기에 취해 들이켰을 것이다. 그리고 이 비싼 샴페인을 누군가가 계산해주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이는 사실 필자의 경험담이다. 하지만 모든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처럼 비싸지는 않다. 유독 샴페인만 이렇다. 이탈리아의 프로세코(Prosecco), 스페인의 까바(Cava) 는 마트에서 1만 원, 2만 원대에서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 똑같은 버블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샴페인과 다른 스파클링 와인의 버블은 다른 버블이란 말인가. 다르다면 다른 이유가 무엇이고, 그 다름이 어떠한 가격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이렇게 시작된 필자의 궁금증을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답해보려 한다.

▲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전 세계의 여러 스파클링 와인. 여기서 샴페인은 폴 바라와 샤르토뉴 타이유다.<사진= 최태현>

샴페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프랑스 샴페인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만으로, 샴페인 지역 내에 위치한 와이너리가 전통방식(Traditional method)로 만든 발포성 와인’. 여기서 샴페인의 첫 번째 버블의 비밀은 바로 ‘전통방식’에 있다. 스파클링 와인은 두 번의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다. 우선, 와인 메이커는 착즙을 거친 포도 과즙에 효모를 투입하여 첫 번째 발효를 시작한다. 첫 번째 발효가 끝나면 이때 완성된 와인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드, 화이트 와인인 비발포성 와인, 다른 이름으로 스틸와인(Still wine)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여기에 추가로 효모와 당분을 집어넣어 2차 발효를 진행하고, 이때 추가로 소량의 알코올과 3~6기압의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입안에서 느끼는 기포는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와인에 가두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전통방식은 이 2차 발효를 병에서 진행한 것을 의미한다. 효모 찌꺼기 제거 방법에 따라 이전방식(Transfer method)이 될 수도 있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전통방식은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량 생산이 힘든 방식이다. 1차 와인이 들어있는 750ml 용량의 병에 총 24g/L의 설탕과, 이산화탄소의 압력을 견딜 수 있고 높은 알코올을 견딜 수 있으며 병에 잘 들러붙지 않는 성질로 특별히 개량된 효모, 그리고 효모가 24g/L의 당분을 다 먹어치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양제를 함께 넣어준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6기압(트럭 타이어의 기압)의 이산화탄소가 와인에 녹아든다. 기압이 높을수록 버블의 크기는 작아지고, 입안에서의 질감은 부드러우면서 풍성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버블은 샴페인 생산자들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샴페인 병이 비 발포성 와인보다 무거운 이유는, 바로 이 압력을 견뎌내기 위해 두껍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탈리아의 대표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는 전통방식이 아닌, 탱크방식(Tank method)로 만들어진다. 1차 발효까지는 그 과정이 동일하지만, 2차 발효를 병이 아닌 대형 압력 탱크에서 진행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1차 와인을 압력 탱크에 붓고 효모와 당분을 집어넣어서 2차 발효를 진행한다. 그리고 샴페인과 달리3.5기압 정도가 되었을 때 발효를 중단시킨다. 계속 발효를 진행할 경우 프로세코의 과실향과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알코올(10-11%) 도수를 초과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세코의 버블은 샴페인의 그것에 비해 크기가 크고 입안에서의 질감이 거칠며, 버블의 양이 적어서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샴페인의 두 번째 버블인 높은 가격은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비용이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가는 생산 방식과 시장 출시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이다. 압력 탱크 하나만 필요한 탱크 방식과는 달리, 전통방식은 2차 발효를 위해 효모와 설탕을 병에 집어넣는 기계, 발효가 끝난 후 효모 찌꺼기를 모아주는 사람의 인건비 혹은 기계(Gyropalette), 그리고 모아진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계가 모두 높은 비용을 초래한다. 또한, 시장 출시까지 법적으로 최소 15개월 숙성을 시키지만 실제로는 보통 3년 이상을 숙성시킨다. 그리고 이는 부족한 현금 흐름을 보완하기 위한 높은 시장 가격으로 귀결된다.

둘째, 명품 마케팅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인 모엣 샹동, 뵈브 클리코, 그리고 마이클 조던급 퀄리티의 크루그 샴페인의 모 회사는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LVMH이다. 자연스레 명품의 이미지가 샴페인에 반영되고, 높은 가격이 시장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또한, 2000년대 초반, 미국 힙합씬의 래퍼들이 본인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샴페인을 가사에 집어넣으면서, 샴페인은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가 더욱더 강해졌다. 마릴린 먼로의 말 한마디로 유명해진 두 개가 바로 샤넬 No.5 와 파이퍼 하이직 샴페인이다. 샤넬과 동급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말 한마디야 말로 당시 최고의 명품 마케팅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샤넬 No.5 를 입고 잠이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해요.”

셋째, 정성이다. 샴페인 생산의 꽃은 1차 발효를 마친 베이스 와인들의 블렌딩 과정이다.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의 각기 다른 품종과, 샴페인 지역 삼대장인 몽타뉴 드 랭스, 발레 드 라 마른, 꼬뜨 데 블랑의 세부 마을, 그 마을 안의 개별 포도밭을 모두 구분하여 각각 따로 발효를 시켜서 수십 개의 1차 베이스 와인을 만든다. 그리고 셀러 마스터(수석 와인 메이커)는 이를 하나하나 집중하여 테이스팅하며 최고의 조합을 완성한다. 크루그의 경우, 100가지가 넘는 1차 베이스 와인을 조합하여 크루그 그랑 뀌베 샴페인을 만든다. 매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최고의 샴페인만을 만들겠다는 이 집념과 정성이 높은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샴페인의 이 지칠 줄 모르고 내려올 줄 모르는 두 버블은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따라서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마실 샴페인, 버블의 비밀을 알고 마신다면 그 순간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소믈리에타임즈 최태현 칼럼니스트 cth9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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