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분위기를 만드는 술이다. 붉은데이든 푸른데이든 소주가 아무리 분위기를 잡아도 못하는 일을 와인은 참 잘 해낸다. 그 이유를 하나로 콕 찝어 설명하기 어렵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와인의 다양성 때문일 것이다. 물에 번진 물감에서 한 가지 색을 고르듯 와인에는 각자만의 이야기와 맛이 있다. 이 고유한 이야기가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나 음식과 만나 그 순간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와인만이 만들 수 있는 분위기도 있다. 이 하나 만으로도 여러 생각이 떠오르지만, 오늘은 한식 상차림과의 만남에 주목하려 한다.

지난 1월 30일, 국내 와인 생산자와 소믈리에가 광명동굴 와인 연구소에 모였다. 한국 와인과 한식의 마리아주를 집중적으로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이날 선정된 와인은 지난해에 출시한 와인이었는데, 소믈리에를 위주로 한 모든 참석자가 각 와인의 시음평 및 와인과 어울릴 법한 한식을 추천해주었다.

1. 아이비협동조합 '허니비 2011'

▲ 아이비협동조합 '허니비 2011' <사진= 김지선 기자>

차진선 소믈리에(시스트로): 은은한 향기와 텍스처가 좋아 꿀에 절인 견과나 약과와 함께하면 좋겠다. 식전주로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2. 도란원 '샤토미소랑 2017'

▲ 도란원 '샤토미소랑 2017' <사진= 김지선 기자>

안혜성 소믈리에(파라다이스세가사미): 청포도의 산뜻한 향과 흰꽃향이 좋다. 향기가 수준급이고 적당한 단맛이 부담스럽지 않다. 탕평채같은 간이 세지 않은 음식과 어울릴 것이다.

3. 신례명주 '감귤와인'

▲ 신례명주 '감귤와인' <사진= 김지선 기자>

노태정 소믈리에(앙스모멍): 외관이 깨끗하다.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가 많고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알코올 도수에 비해 향의 강도가 다소 약하지만, 와인의 발효를 중간에 멈추어 당도를 높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4. 써니헬프 '무화과 로제'

▲ 써니헬프 '무화과 로제' <사진= 김지선 기자>

최정욱 소믈리에: 와인 단독으로 즐기기보다 한국 음식과의 마리아주를 생각하면 무화과 와인이 가능성 있어 보인다.

5. 수도산산머루농원 '크라테 로제 2014'

▲ 수도산산머루농원 '크라테 로제' 2014 <사진= 김지선 기자>

차진선 소믈리에: 라즈베리의 달콤한 향이 매력적이다. 도라지 등 쌉쌀한 나물과 잘 어울릴 것이다.

6. 비노캐슬 '비노 페스티바 로제 2014'

▲ 비노캐슬 '비노 페스티바 로제' 2014 <사진= 김지선 기자>

정영경 사무국장(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감미로운 과실향이 더 많이나면 좋겠지만, 이 자체로도 음식과 반주로 마시기에 좋다.

7. 갈기산와이너리 '갈기산 블루베리'

▲ 갈기산와이너리 '갈기산 블루베리' <사진= 김지선 기자>

변수환 대표(블루썸 와이너리): 후미에서 느껴지는 베리향이 좋다. 생딸기 케이크와 잘 어울릴 것 같다.

8. 예산사과와인 '추사 블루 스위트'

차진선 소믈리에: 달착지근한 소스가 들어간 조림류와 잘 어울릴 것이다.

9. 한국와인 '뱅꼬레 로제'

▲ 한국와인 '뱅꼬레 로제' <사진= 김지선 기자>

김지선 기자(소믈리에타임즈): 한국 포도향이 많이 나고 달콤해서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울 것이다. 달콤한 백설기나 시루떡과 어울리겠다.

10. 산내들와이너리 '샤토 소백' 

▲ 산내들와이너리 '샤토 소백' <사진= 산내들와이너리>

차진선 소믈리에: 전체적으로 향이 화사한데, 입 안에서의 맛이 더 좋다. 흩날리는 스파이시함이 육전이나 김치 볶음, 메밀전병의 기름기를 잘 잡아줄 것 같다. 단순하면서도 캠벨의 이미지를 벗어난 드라이함이 좋다.

11. 컨츄리와이너리 '컨츄리 산머루 드라이'

▲ 컨츄리와이너리 '컨츄리 산머루 드라이' <사진= 김지선 기자>

안혜성 소믈리에: 빈티지 어린 포트와인의 향이 난다. 전체적으로 목넘김이 좋고 균형감이 좋지만, 마시는 초반에 치고 올라오는 산미가 있다. 차갑게 마시기도 좋지만 말린 파인애플 등 건과일과 간편히 마시면 어울리겠다.

12. 블루썸와이너리 '아젤리아'

▲ 블루썸와이너리 '아젤리아' <사진= 김지선 기자>

정영경 사무국장: 오크향이 좋고 바디감 높으며, 산미가 살아있어 스테이크와 잘 어울릴 것 같다. 전체적으로 와인의 품질이 좋아 다양한 음식과 매칭하기 쉬울 것이다. 타닌이 있어 숙성하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13. 내변산 '프리미엄 부안 참뽕 와인'

▲ 내변산 '프리미엄 부안 참뽕 와인' <사진= 김지선 기자>

차진선 소믈리에: 검붉은 과실향과 잔잔하게 올라오는 산도가 좋다. 할머니께서 장독대에서 만드신 간장같은 향이 나는데, 이런 향이 한국인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듯 하다. 간장 베이스에 생강을  저민 음식과 어울릴 것이다.

14. 예인화원 '가을빛'

▲ 예인화원 '가을빛' <사진= 김지선 기자>

김덕현 대표(컨츄리 와인): 타닌이 풍부해서 향을 빼면 우리나라 와인같지 않다. 훈제 오리나 닭고기와 어울릴 것이다.

15. 도란원 '샤토미소 아이스' 

노태정 소믈리에: 캠벨의 향을 잘 살리고 균형감이 좋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아이스 와인이다.

16. 신례명주 '신례명주 마일드' 

▲ 신례명주 '신례명주 마일드' <사진= 김지선 기자>

안혜성 소믈리에: 블렌디드 위스키의 인상을 많이 받았다. 첫향에서 나무향이 많이 나고, 목넘김에서 잔향이 고소하게 올라온다.

17. 예산사과와인 '추사 브랜디'

▲ 예산사과와인 '추사 브랜디' <사진= 김지선 기자>

노태정 소믈리에: 병이 아기자기하고 사과 브랜디의 느낌이 은은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과 타르트 향이 있어 새콤달콤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 저격용 술이 될 것 같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최정욱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와인은 김치 등 한국 고유의 음식과 어울리는 형태로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제 한국 와인은 한식을 더욱 한식답게 만들어주는 와인으로까지 발전했다. 전통주와 서양 와인 사이의 애매함을 벗어나 한국 와인만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발전이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져 세계의 다양한 음식과도 어울릴 수 있는 와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기자 j.ki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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