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보이차 애호가들이 품질 좋은 보이차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현지를 방문해 본적이 없으니 보이차를 판매하는 차장, 보이차 동호회에서 알려주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명품 보이차는 해발이 1,500m이상 되고 천혜적인 자연조건 속에 고수차(古樹茶;차나무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집하여 만든 차)로 쇄청모차이면 안심해도 좋다.

운남성에서 보이차의 4대 명품이라고 하면 서쌍판납(西双版納)에 위치한 구(舊)육대차산에 속하는 의방의 만송 보이차, 신(新)육대 차산에 속하는 맹해 포랑산의 노반장 보이차, 그리고 임창지구의 빙도 보이차, 석귀 보이차라고 한다. 사실 임창지역에서도 쌍강 맹고 고수차는 꾸준하게 지명도가 있어 보이차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지만 반면에 동쪽 방동 지역의 고수차는 그동안 알려진 것이 없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석귀 보이차가 최근 몇 년 동안 인기가 많아졌지만 생산량은 매우 적어서 고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여전히 맛과 품질 때문에 많은 보이차 애호가들이 소장하기 위해 찾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석귀 고수 보이차는 1㎏의 쇄청모차 가격이 200만원을 넘어가는 기록을 세우면서 빙도 보이차와 더불어 임창 지역의 위상을 높였고, 서쌍판납(西双版納)의 노반장, 만송, 괄풍채 등의 차산 가격을 위협하기도 했다.

▲ 임창의 노반장으로 각광받은 석귀 고수차

필자도 석귀(昔归)차산을 2015년, 2016년에 2회 방문하면서 해발이 1,000m 조금 넘은 석귀 보이차가 왜 유명한지에 대해 떼루아에서 답을 찾았다.

석귀 차산은 뒤로는 망록산(蟒鹿山)이 위치하고 앞에는 한강보다 넓이가 큰 란창강이 흐르고 있어 차산은 높은 산허리를 휘감는 구름과 아침저녁으로 수시로 피어오르는 짙은 안개로 좋은 고차수가 나올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풍수상으로  배산임수의 좋은 명당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석귀 보이차를 마시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가 있다는 소문 때문에 더욱더 각광을 받았다. 필자가 만나 본 그 곳 원주민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석귀 보이차는 란창강 유역의 적홍토양과 망록산의 광천수가 풍부하고 품질이 좋아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맛과 우려낸 차안에 많은 미네랄이 있어 차별화 된다고 했다.

▲ 란창강이 흐르고 망록산의 천혜적인 석귀 차산

석귀 고수차가 ‘임창의 노반장’이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면서 방동지역 망록산 고수차 전체가 큰 사랑을 받게 되었고, 사람들이 많이 찾고 즐겨 마시는 보이차로 거듭났다. 석귀 보이차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기가 많아지면서 생산량에 비해 찾은 사람이 많아 가격이 비싼 것이 아쉽기만 하다. 현재 석귀 보이차는 연간 생산량이 매우 적어서 진귀한 보이차로 취급 받고 있으며, 중앙정부의 공산당이 선물로 많이 사용하고 특히, 보이차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소장용으로 구입을 많이 하므로 가짜도 많다. 

또한 첩첩산중 험한 석귀 차산에도 자본금이 많은 중국의 대기업이 들어와서 보이차 사업에 손을 대면서 농민들의 순수한 마음도 변해가고 있었다. 즉, 망록산의 고차수 차산 중 2/3 정도는 란창강맥주회사가 임차하여 보이차를 만들어 고가에 판매하고 있으며, 나머지 1/3은 지역의 농민들이 차나무 찻잎을 채집하여 쇄청모차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돈에 눈이 어두운 농민들 간에 경쟁이 심해져서 옛날의 민심은 점차 사라지고 돈을 쫒아가는 농가를 보면서 걱정이 되었다. 그 이유는 석귀 보이차는 고차수 보호를 위해  하차(夏茶)를 생산하지 않은 것이 관례이지만 불문율을 깨고 하차를 생산하고 있다.

▲ 석귀 차산에 가는 길에 초제소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곤명(昆明)에 내려 다시 임창까지 1시간의 비행기를 타야 한다. 임창시에서 80km자동차로 3시간 정도를 가면 현대식 주택단지가 나타나는데 임상구(臨翔區) 방동향(邦東鄕)의 석귀(昔歸)마을로 약 113가구가 살고 있으며 주민은 주로 한족(漢族)과 태족(泰族)이다. 과거에는 고차수 차산 옆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1958~60년 중국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 소련식 모델을 모방하여 대규모 농촌인민공사를 조직하여 개혁한 운동)때 모두 현재의 석귀촌으로 이주하였고, 그 당시에 살던 마을은 집터의 흔적만 남아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석귀촌은 아주 가난한 농촌마을로 전통가옥에 생활하였으나 보이차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고가 판매가 되었고 부를 축적하면서 현대식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 오지였던 석귀 마을에 현대식 가옥

이곳에서 다시 란창강을 따라 12km를 더 산으로 올라가면 석귀 고수차산이 눈앞에 나타난다. 망록산 위에 펼쳐있는 고차수 차산에서 란창강을 바라보면 힘들게 온 여정을 한숨에 날려 보낼 수가 있다. 석귀 차산의 고차수의 수령은 200년 이상이며, 가장 큰 차왕수는 수령 800년이 된 것으로 나무 아래서 '망녹웅이(蟒鹿熊二: 망녹산의 웅이라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차나무)'라고 적혀 있는 비석이 우리 일행을 반겨준다.

▲ 수령 800년 된 망녹웅이의 차왕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청나라말기 면저현지<缅宁县志>에 ‘우리 현에는 차를 기르는 사람이 6~7천 가구가 넘으며, 그중에 방동향 망록산 석귀 보이차가 색과 맛이 아주 좋아서 다른 차산에 비해 우수하고 특별하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석귀 고수차는 키가 3미터가 넘고 수령 300~500년 정도로 차나무에서 채집한 것으로 엽저를 보면 타 차산지역보다 찻잎이 길고 줄기가 얇은 특이한 지역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석귀의 고차수는 맹고대엽종(勐库大葉種)을 임창(臨滄)지역으로 옮겨 심은 후에 차나무에 변이가 생겨 방동흑대엽차종(邦東黑大葉種)으로 분류되었는데 이차나무가 석귀의 교목형 차나무이다.

▲ 석귀 차산의 수령 300-500년 된 교목형 차나무

필자가 음미한 석귀 보이차는 2015년 춘차(春茶)로 쇄청모차를 하였다. 외형은 검은색으로 밝고, 잎이 단단하게 잘 말려 있으며, 찻잎이 길어 보였다. 찻물색은 황록색으로 맑고 투명하였으며, 우린 잎은 황록색으로 균일하며 윤택해 보였다. 산야기운은 비교적 강하며, 상쾌한 기분이 온몸을 감싸고, 몸에서 온기를 직접 느낄 수가 있었다. 향기는 은은한 난초 향과 인삼향이 올라오며, 찻잔에 향이 은은하게 지속적으로 올라오면서 마시자마자 입안에 침이 생기는 현상을 느낄 수 있으며,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고 회감이 빨랐다. 맛은 쓴맛이 뚜렷하고 떫은맛 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으며, 쓴맛은 곧 단맛으로 바뀌면서 입안의 상쾌함과 기분을 전환시켜 주었다. 후운은 회감이 비교적 좋고 매끄러우며 부드러웠다.

▲ 2015년 봄에 채집한 찻잎으로 만든 석귀 고수차의 탕색
▲ 고재윤 교수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이면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120여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고재윤교수 jayoun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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