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셋째 주말을 이용하여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안중민, 조현철 그리고 본 협회  정영경 총무부회장과 함께 일본 교토의 사케 양조장, 후지산 중턱에 시즈오카(靜岡)의 녹차, 사쿠라 새우, 와사비, 오뎅 문화 그리고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면서 일본 와인의 본고장 야마나시현(山梨縣)를 다녀왔다.

▲ 사진 좌측부터 한국 국가대표소믈리에 조현철, 필자, KISA 정영경부회장 , 일본 교토의 츠키노 카츠라(月桂) 사케 양조장 대표이사 도쿠배에 마스다(增田德兵衛)와 한국 국가대표소믈리에 안중민

특히 일본의 와인투어를 몇 번 다녀왔지만 최근 일본의 와인이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고, 2010년 일본의 포도품종 고슈(甲州), 2013년 머스캣 베일리 A가 국제와인기구인 세계양조가협회(OIV)에 양조용 포도품종으로 정식 등록하면서 아시아에서 와인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여 일본의 와인이 궁금해졌다.

‘복숭아와 와인의 고장'이라는 야마나시현의 홍보문구처럼 이곳엔 90여개의 와인 양조장들이 몰려있는데 그중에서도 일본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로리앙 시라유리(L’orient, 白百合 釀造)와이너리‘와 '샤토 메르시앙(Chateau Mercian)와이너리’를 찾았다.

우리 일행은 야마나시 고후(甲府)에서 1박을 한 후 오전 8시에 로리앙 시라유리의 타카오 우치다(內田 多加夫)사장이 직접 호텔까지 와서 자신의 와이너리로 안내했다. 후지산의 흰 눈이 보이고 대분지에 차분하게 자리 잡은 마을에는 복숭아, 포도밭이 눈에 들어 왔다. 포도를 수확하고 난 후에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바이어, 관광객을 위해 포도송이를 남겨두었다.

▲ 포도밭에서 설명중인 로리앙 시라유리의 타카오 우치다(內田 多加夫)사장

로리앙 와인 양조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족경영 와이너리이며, 사쿠라 와인의 산실이다. 시라유리 양조의 브랜드인 '로리앙(L’orient)은 프랑스어로 동양을 의미하며, 유럽보다 품질이 높은 와인 양조를 하겠다는 열정과 목표가 함축되어 있다. 1938년 쿠니타로 우치다(國太郞 多加夫)가 자신의 포도 재배를 하고 와인을 양조하면서 창업하였고, 1976년 3세대인 타카오 우치다가 프랑스 남부지방에 가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배우고 돌아와 새로운 와인 양조기법을 접목시켰고, 1995년부터 와이너리의 가업을 이어 받아 사쿠라 와인으로 성공하였고, 최근에는 와인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와인철학은 포도밭에서 최고품의 포도를 선별하고자 떼루아 연구에 몰두하고, 현대적인 양조기법에 전통적인 일본 앙조 기법을 접목시켜 새로운 와인 세계를 구축하였다.

▲ 로리앙 시라우리(L’orient, 白百合 釀造)와이너리

특별히 9병의 와인 중 5병의 고슈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세계를 시음하였는데 스위트한 것부터 드라이한 것까지 다양한 고슈 와인 세계를 접하였다. ‘고슈 樽發酵 2016년 빈티지’는 1283병을 생산하는 한정생산 와인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토착 품종인 코슈로 만든 미디엄 바디의 화이트 와인으로 7개월 동안 오크통 속에서 효모 찌꺼기와 함께 숙성해 과일 고유의 농밀한 맛과 다채로운 향을 지니고 있다.

코슈 품종 특유의 산뜻한 과일 향과 흰 꽃 향이 인상적이며, 감귤, 복숭아, 시트러스 꽃 향이 짙고, 기분 좋은 산미로 9°C에서 제공되었는데 코슈의 포도의 농밀한 향과 섬세한 맛이 일품이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로는 생선, 야채 튀김, 생선회, 스시, 닭고기 요리, 오리구이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 로리앙 시라유리(L’orient, 白百合 釀造)와인 들

시간에 쫒기면서 오전 10시에 샤토 메르시앙을 방문했는데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수석 양조가이면서 양조책임을 맡고 있는 가츠히사 후지노(藤野 勝久)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2016년부터 대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와인 트로피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것이 인연이었다.

야마나시 카츠누마(勝沼)에 위치하고 있는 샤토 메르시앙은 2016년도에 8개의 국제품평회에서 총 25종의 와인이 수상하였고, 2017년도에는 7개의 국제품평회에서 32종의 와인이 수상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부동의 최고 와인으로 인정받았다. 일본와인을 대표하는 만큼 국제와인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일본와인의 세계화를 목표로 지역의 소규모 와이너리와 공조하면서 양조기술도 전수해주는 모습이 위대해 보였다.

▲ 현재의 샤토 메르시앙(Chateau Mercian)와이너리

1877년 일본에서 전통적인 사케에 도전장을 낸 ‘대 일본 야마나시 포도주’ 회사는 무모한 용기라고 했다. 유럽의 와인양조와 포도재배 기술을 배우기 위해 20대의 2명의 용기 있는 젊은이 ‘츠지야(土屋 龍憲)’와 ‘다카노(高野 正誠)’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가서 1년간 공부하고 돌아와서 1879년부터 본격적인 와인양조를 하였지만 그 당시 와인 수요가 많지 않았고, 사케 시장에 밀려 문을 닫았다.

▲ 샤토 메르시앙(Chateau Mercian) 구 양조장, 시음장

이후 카츠누마의 재벌이었던 미야자키(宮崎)가 이곳을 인수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그는 1892년 자신의 집을 개조하여 첫 번째 와인 양조장을 세우고, 1904년에는 두 번째 양조장(현 샤토 메르시앙 홍보관)을 건립하여 대량 생산 시설을 갖추는 등 오늘날 일본 와인 산업에 불씨를 붙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일본 와인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바로 가와카미 젠베(麻井宇介)이다.

▲ 창업자 미야자키(宮崎)와 젊은 양조가 ‘츠지야(土屋 龍憲)’와 ‘다카노(高野 正誠)

그는 19세기 후반부터 포도재배와 와인양조를 시작하였고, 1927년에는 지금의 일본 레드와인을 대표하는 ‘머스캣 베일리 A(Muscat Bailey A)’라는 교배품종을 개발하는 등 일본 와인역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그는 1932년과 1933년에 ‘포도 사전’이란 제목의 책 3권을 출판하는 등 일본 와인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주며, 지금까지 ‘일본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1966년 국제와인대회에서 일본 와인 최초로 금상을 수상했으며, 그 후 유수의 세계적인 와인 품평대회에서 출품하여 금상과 은상 등을 차지하는 영광을 가져 왔다. 야마나시 현의 고유한 포도 품종 고슈는 물론 서양 포도 품종인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등을 재배하며, 여기에 일본의 기후, 풍토 등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맛의 와인을 개발하여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와인품평회에서 237개의 금메달을 수상하였고, 최근에는 미국, 프랑스, 홍콩 등의 와인 품평회에 초대를 받아 ‘일본 샤토 메르시앙 와인’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1990년에 ‘메르시앙’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였고, 1300여 년 전에 카스피해 부근의 코카시스에서 재배되었던 포도품종이 실크로드를 통해 불교와 함께 들어오면서 일본 사찰에 심어진 포도를 모종(母種)으로 하여 1975년 고슈 포도품종을 개발했고, 1976년에 고슈 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면서 일본의 토착 품종 와인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2000년 프랑스 보르도의 대학과 공동으로 ‘고슈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산도가 있고 기품 있는 와인생산에 성공했다.

특별히 가츠히사 후지노 수석 양조가의 메르시앙 와인강의 후에 9개의 와인을 시음하였는데 최근에 호사카, 마리코지역에서 재배된 샤르도네, 리슬링, 소비뇽 블랑,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 매력적이었다.

▲ 가츠히사 후지노(藤野 勝久) 수석 양조가

특히 고슈 그리스 드 그리스 2015(Koshu Gris de Gris, 2015)와인은 1년에 15,000병으로 한정 생산되며, 짧은 시간 포도 껍질을 함께 사용한 후 스테인리스와 오크배럴을 사용하여 발효 숙성하며, 일명 오렌지 와인이라고 했다. 밝은 오렌지 색상, 살구, 복숭아의 야간 단맛의 풍부한 과일향, 섬세한 맛이 좋으며, 음식과 조화는 튀김 요리, 스시, 생선회, 가벼운 닭고기, 오리구이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약 5분정도 걸어서 와인 박물관과 시음장을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산 아래 탁 트인 잔디밭에 많은 사람들이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와인을 시음하는 모습은 너무 한가롭고 낭만적이었다.

▲ 샤토 메르시앙(Chateau Mercian) 박물관과 시음장의 정원

와인 박물관에는 메르시앙의 와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대별 도표, 각종 사진, 사용했던 양조설비, 오크통, 도구들이 지하, 1층, 2층에 잘 진열되어 있고, 외부에는 미야자키(宮崎)동상이 있으며, 정원 중앙에 보르도 신주를 모시는 신사(神社)도 있었는데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양조가들이 헌신적으로 메르시앙을 도와준 것에 대한 보은이었고, 일본 최초로 말을 이용한 포도농사와 포도를 수확하고 운반한 것도 보르도의 영향이라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

▲ 샤토 메르시앙(Chateau Mercian) 박물관의 오크 발효조

와인 시음장에서 다양한 고슈 와인, 샤르도네, 메를로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등이 진열되어 있고 간단하게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시음하고 남은 와인과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매우 잘 조화가 되었다.

동경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로리앙 시라유리의 타카오 우치다(內田 多加夫)사장, 가츠히사 후지노(藤野 勝久) 수석양조가의 정성에 감동하면서 고마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10년 후에는 한국와인도 일본와인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김포행 비행기에 올랐다. 
 

▲ 고재윤 교수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이면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120여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고재윤교수 jayoun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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