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34번째 칼럼에서 아기와 쌀에 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고령자와 쌀(밥)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우선 단어의 선택이 중요하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을 위해 개발되었고, 주 소비층이기에 고령 친화식이라 한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노인이 연상되는 단어를 사용하면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는다.

고령 친화식=노인식=환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대한 완곡한 표현을 찾아보아도 실버라는 단어를 비롯한 시니어, 뉴식스티, 골드, 고령 친화식 등 다른 단어로 바꾸어 표현하려 하지만, 다 좋아하진 않는다.

그나마 제일 완곡한 표현이 케어푸드 정도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케어푸드라고 하면 노인식, 병원식, 환자식, 회복식, 다이어트식, 고열량식, 영유아식, 개호식과 같은 특수용도식 등과 잘 구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 식품 간의 차이도 알지 못한다.

갑자기 왜 고령친화식 이야기일까?

우리나라는 2017년 말쯤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그 후에도 급속도로 고령자가 증가하여 2026년에는 결국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유식을 만들던 식품회사들이 이제는 고령 친화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관련 고령 친화식 식품 시장 규모도 2011년 5,104억 원에서 2015년 7,903억 원으로 최근 5년간 54.8%나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서 병원식 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는데 병원 위탁 급식시장 규모는 올해 1조 4,000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한다.

우리가 모유 이후 맨 처음 먹는 음식이 바로 쌀로 만든 미음이 아닌가! 나이가 들어 결국 맨 마지막에 먹는 것도 결국 쌀로 만든 미음이거나 진밥과 같은 부드러운 밥을 먹게 된다.

흰쌀이 탄수화물 덩어리여서 몸에 안 좋다고 이야기하던 사람들도 태어나 처음 미음을 먹었을 것이고, 그 마지막도 결국 미음이 될 것이다.

고령자의 문제는 결국 우리 국가의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며,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지금 현재 가장 무서운 질병은 ‘암’이지만, 이제는 암보다는 치매,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신경계 질환이 가장 무서운 질병이 될 것이다.

지금 국가도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령자 환자에게는 특히 저작 곤란 (음식을 씹는 것)과 연하 곤란(음식을 삼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신체적 노화로 인한 근력의 손실, 치매와 같은 뇌 신경계 질환에서는 환자의 85%가 연하곤란이 발생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뇌에서 씹어 넘기세요’라고 신호를 줘도 입에서 제때 딱딱 맞춰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식괴가 기도로 넘어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소화기 계열 암 환자의 경우, 방사선 치료에 의한 부작용 중 하나가 기도 및 식도 협착으로 이는 다시 연하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외 구강 건조증, 간 이식 수술 부작용 등과 같은 다양한 질환으로 연하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대부분의 뉴스 기사에서 연하식(嚥下食)을 연화식이라고 잘못 표기해서 사용하고 있는 점부터, 우리가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말해준다.

주변에서 흔히들 이가 없으면 임플란트를 하면 된다고 하지만, 임플란트를 한들 제대로 씹어 먹지 못하는 고령자들을 필자는 무수히 많이 보았다.

이런 분들에게 쌀로 만든 미음이나 진밥이 제공되며, 일반적인 식사가 어렵기에, 다짐식이나 무스식을 진행하게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은 제대로 된 다짐식이나 무스식을 제공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죽이나 미음에 같이 음식물을 넣고 믹서에 갈아 제공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효소처리 및 점도 증진제등 여러 가지 보조식품이 필요하지만, 워낙 고가이다 보니 제대로 된 연하용 죽을 제공하는 곳이 드물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거의 모든 병원이나 요양센터에서 소비자의 단계 맞춰 4~6단계로 물성이나 강도가 세분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 일본 요양병원의 연하식 <사진=일본 쥰세인 병원>

지난 11월 11일 고령 친화식품의 한국 산업표준(KS)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고 한다.

우리도 곧 일본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3단계로 구분하여 제정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이 가정에서나 병원에서도 이런 값비싼 연하식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식괴(食塊) – 의학용어로 음식물을 입에 넣고 씹어 부순 후 타액(침)과 혼합하여 삼키도록 만든음식물 덩어리를 말한다.

* 연하식(嚥下食 / Dysphagia Diet Food) – 연하장애식이라도고 함. 음식물이 구강 내에서 인후, 식도를 통해 위장 내로 정상적으로 이동하는데 장애가 있는 것을 즉 삼킴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음식을 말한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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