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한국와인의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기후나 토양이 와인용 포도재배에 적합할까, 혹은 식용포도로 만든 한국와인이 수입와인과 비교하여 경쟁력이 있을까 등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와인을 테이스팅 해보면 향과 맛, 밸런스가 좋고 음식과의 매칭에 있어 뛰어난 와인들을 발견하게 된다. 국내의 몇몇 와인들은 국제와인기구(OIV)가 승인하는 '아시아와인트로피(Asia Wine Trophy)'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해를 거듭함에 따라 품질이 향상되고 안정화되어가고 있는 한국와인 덕에 우리나라도 이제 당당히 와인 생산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세계와인시장에서 한국와인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품종개발, 재배·양조법 연구, 품질향상, 유통개선,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과제가 있겠지만, 글로벌화를 위한 전략을 중심으로 한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보고자 한다. 특히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이 있는 이웃 나라 일본은 어떠한 전략으로 자국의 와인을 세계시장에 어필하였는지 그 성공 요인들을 기술해보면 다음과 같다.

▲ 140여 년의 와인 역사를 가진 일본와인은 최근 5년간 수출량이 20배가 증가하였다. <사진=www.pref.yamanashi.jp>

140여 년의 와인 역사를 가진 일본와인은 최근 5년간 수출량이 20배가 증가하였다. 근래 10~15년 사이 와인의 품질이 급속도로 향상되면서 각종 국제와인품평회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세계와인시장에 적극적으로 마케팅한 결과이다. 일본음식의 글로벌화, 사케의 글로벌화에 이어 일본와인을 글로벌화 하기 위해 생산자, 유관기관, 지자체 및 정부는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다.

첫째, 일본와인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고슈(甲州) 품종의 국제와인기구(OIV) 등록’을 들 수 있다. 고슈품종은 1300년 전 일본 땅에 들어와 토착화된 일본 고유의 포도품종으로 그 DNA를 분석해보면 동양계 유럽종(V.vinifera)에 속한다. 일본 국세청은 2009년도에 고슈품종을 자국의 양조용 포도로서 OIV에 등록할 것을 결정하고 주류종합연구소와 협력하에 2010년 6월 등록에 성공하였다. 이로 인해 일본의 포도가 처음으로 와인 양조용 품종으로 세계에 인정받게 되었고 고슈와인은 와인라벨에 'Koshu'라고 기재하여 EU로 수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 일본 국세청은 2009년도에 고슈품종을 자국의 양조용 포도로서 OIV에 등록할 것을 결정하고 주류종합연구소와 협력하에 2010년 6월 등록에 성공하였다. <사진=정영경 소믈리에>

또 2013년도에는 교배품종인 ‘MBA(Muscat Bailey A) 품종’을 OIV에 등록하였는데 이로써 일본은 자국 고유의 양조용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는 개성 있는 와인 생산국임을 전 세계 와인 시장에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일본와인이 세계화 되는 데에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일식(日食) 붐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정부의 주도로 일식의 세계화를 추진하기 시작하였고 2007년도에는 일본 레스토랑 해외보급 추진기구(JRO)를 발족, 2011년에는 대외 문화홍보 수출정책인 쿨재팬(Cool Japan)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등 꾸준히 일식의 세계화에 힘써 왔다.

그 결과, 2013년도에는 일식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해외의 일식 레스토랑의 수는 2006년에 2만4천 개이던 것이 2013년도에는 5만5천 개, 2015년도에는 8만9천 개로 확장되었다. 해외에의 일식 보급으로 일본음식과 마리아주가 좋은 일본와인을 찾는 외국인의 수는 점차 증가하게 되었고, 일본와인의 품질향상과 국제품평회에서의 수상으로 인한 인지도 상승은 해외에 있는 일식 레스토랑으로 일본와인이 수출되는 데에 있어 디딤돌 역할을 하였다.

▲ 매년 2월 영국 런던에서 고슈 시음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일본 ANN News 캡쳐>

셋째, 일본의 최대 와인 산지인 야마나시(山梨)에서는 8년 전부터 ‘KOJ(Koshu of Japan) 프로젝트’를 추진, 매년 2월에 영국 런던에서 고슈품종으로 만든 일본와인을 홍보하는 시음회를 개최하고 있다. 시음회에는 유명 와인저널리스트를 비롯하여 소믈리에, 와인수입판매업자 등이 참가하여 아시아 일본의 고유품종으로 만든 고슈와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행사는 일주일 정도 진행되며, 올해 2월에도 200여 명이 넘은 관계자들이 시음회에 참가하여 일본와인에 대한 호평을 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야마나시의 와이너리 11곳이 협력하여 고슈와인 판매촉진을 위해 자체적으로 시작하였던 행사였고, 해가 거듭될수록 반응이 좋아 그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지금은 지자체와 정부에서도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여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음회를 통해 유럽에서의 일본와인 인지도는 상승하였고, 그 효과는 수출 증대로 이어졌다.

▲ 올해로 15년째인 이 품평회는 국내에서 재배된 포도로만 만들어진 일본와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품평회로써 전국으로부터 매년 700여 종의 와인이 출품된다. <사진=www.pref.yamanashi.jp>

넷째, 일본와인의 세계화에 기여한 또 하나의 요인으로 와인의 품질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야마나시대학 부속기관인 와인과학연구센터는 과실주를 연구하는 일본 내 유일의 연구기관으로서 첨단 세포공학, 유전공학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반연구로부터 최신 포도재배 및 와인 양조의 실용연구까지를 총괄하는 연구센터이다. 이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일본 국내에서는 매년 ‘일본포도·와인학회(ASEV JAPAN; American Society for Enology & Viticulture Japan)’가 개최되어 포도의 재배, 양조, 개량, 성분분석 등의 연구 및 세미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와인의 품질 향상을 위해 매년 국내 와인 품평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15년째인 이 품평회는 국내에서 재배된 포도로만 만들어진 일본와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품평회로써 전국으로부터 매년 700여 종의 와인이 출품된다. 부문은 독특하게도 8개 부문으로 구분되어지는데, 일반적인 레드·화이트·스파클링 부문 등의 구성이 아닌, 유럽계 품종 부문, 국내개량 품종 부문, 고슈 품종 부문, 북미계 품종 부문, 유럽·국내 교배품종 블랜딩 부문 등으로 상세히 구분되어 있다.

▲ 일본와인 품평회(Japan Wine Competition) 모습 <사진=www.pref.yamanashi.jp>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출품 와이너리에서는 자사의 와인과 같은 품종,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타 와인들과 직접 경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타 와이너리의 와인과 비교 테이스팅 해봄으로써 자사 와인의 품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등 품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올해 개최된 2017년도 품평회에는 전국 99개의 와이너리에서 726종의 와인이 출품되어 315종이 수상을 하고, 그중 26종의 와인이 금상을 수상 했다. 여기서 수상한 와인들은 외교부의 협력을 얻어 세계 재외 공관의 공식행사 등에서 사용되어지는 등 해외 홍보의 기회와 함께 일본와인의 세계 인지도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

다섯째, 일본은 1994년 이래 매년 지속해서 국제와인품평회에 일본와인을 출품하여 수상함으로써 일본와인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2002년도를 기점으로 총 수상 와인 수가 10종이었으며, 2012년도에는 55종으로, 현재는 각 와이너리마다 다수의 와인들이 국제수상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마나시 카츠누마(勝沼)에 위치하고 있는 샤토 메르시앙(Chateau Mercian)의 경우에는 2016년도에 8개의 국제품평회에서 총 25종의 와인이 수상하였고, 2017년도에는 7개의 국제품평회에서 32종의 와인이 수상하였다. 이처럼 일본와인은 국제와인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국의 와인을 평가받고 인정받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끝으로 일본 국세청이 시행하는 와인라벨법과 와인의 지리적표시제도(GI)를 들 수 있다. 일본은 자국의 와인을 보호·진흥하고 소비자가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법률에 근거하고 국제적 규정에 입각한 라벨표시법을 제정하였다. 예를 들어 와인라벨에 ‘일본와인’이라고 명시하기 위해서는 국산포도만을 원료로 하여 국내에서 제조하여야 하며, 해외원료인 농축과즙이나 수입와인을 사용하여 제조한 와인에는 그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지명(와인산지명, 포도의 수확지명, 양조지명)이나 포도품종명, 수확연도를 기재할 때에도 규제를 두어 국내외의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였다.

▲ GI를 일본 와인에 도입하였고, 야마나시 현이 처음 시행하였다. <사진=정영경 소믈리에>

또한 국세청은 유럽의 AOC와 유사한 제도인 지리적표시제도(GI)를 국내와인에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지리적표시제도란 어떤 특정한 산지에서 특정적인 원료나 제조법 등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만이 그 산지명(지역브랜드)을 독점적으로 명명할 수 있는 제도인데, 와인에 있어서는 처음으로 야마나시현이 지리적표시제(GI)를 시행한다.

이로써 정부는 와인 산지로서의 ‘야마나시’를 법률로 보호하고, 야마나시현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일정한 규제와 심사를 거친 와인에만 ‘야마나시(공식표기: GI Yamanashi)’라는 지역명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해외로의 와인수출시 지역브랜드 효과를 기대하고, 정부승인의 'GI Yamanashi' 표기로 품질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게 하였다.

이 법안들은 2015년도 10월에 고지가 되어 3년의 경과 기간을 두고 2018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국세청은 와인에 있어서의 지리적표시제도를 야마나시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시행할 것을 검토 중에 있는데 이를 통해 일본와인의 전국적인 품질 향상과 대외 신뢰도 상승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일본와인은 세계와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야마나시에 사는 혹자의 말에 의하면, 2020년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본와인이 세계와인시장에 안착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그때 전 세계인들로부터 일본와인의 품질을 인정받는다면 향후 일본와인 시장은 순항을 하게 되리라 보는 것이다.

일본은 아마도 향후 3년간 와인의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노력할 것이며, 와인라벨법 제정 등과 같은 국제적 규정에 입각한 시스템들을 마련하고자 할 것이다. 이미 야마나시에서는, 2008년도부터 '야마나시 와인 산지 확립 추진회의'를 개최하여 일본와인의 시장확립을 위한 10년간의 프로젝트 진행해 왔고, 올해부터 새로이 향후 10년간 일본와인을 발전시켜 나갈 제2회째의 추진계획안을 확정했다.

일본와인, 일본의 정책, 연구기관, 시스템들이 우리보다 더 낫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보다 와인의 역사가 빨라 먼저 시행해 온 다양한 정책 중에 우리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겪었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우리가 사전에 걸러낸다면 한국와인의 빠른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해를 거듭함에 따라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가는 한국와인이 하루빨리 세계인들로부터도 러브콜을 받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영경은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의 사무국장을 역임하였고, 경희대학교에서 와인소믈리에학 석사를 수료하였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조리외식경영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의 총무 부회장을 맡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정영경 kisa1006@naver.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