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소믈리에가 발달한 유럽(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한 레스토랑이 워터소믈리에를 운용할 만큼 발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물 매출이 증가해야 한다. 워터소믈리에는 물 매출 상승에 기여해야 한다. 결국, 자기 몫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상품성과 경쟁력, 경제적 가치 등을 증명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과 도태가 순식간에 일어나는 이 시대와 환경은 기다려주지 않고, 냉정하기 때문이다.

우선 업장에서 물 매출이 증가하기 위해선 물이 리스트 업이 되어야 한다. 이에 관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에 대한 관점의 논제인데, 물 매출이 나오지 않는데 리스트 업을 해야 하는가, 리스트 업을 안해서 물 매출이 나오지 않는가로 논의된다. 지금까지 전자의 경우가 우세했다. 하지만 요즘 시대 흐름을 살펴보면 후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음을 던져 본다.
 

▲ 사람들이 물을 사 마시지 않기 때문에 리스트에 올리지 않는 것인가? 리스트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안 팔리는 것인가? <사진=Martin Riese>

후자의 물음에 응답한 곳이 있다. 최근 청담동과 신사동 쪽의 몇몇 레스토랑에서 워터 매출에 대한 시도가 시작됐다. 처음에 기본 물을 제공하지 않고, 고객에게 워터 주문 유무에 대해 묻는다. 업장의 정책에 따라 무조건 물을 구매해야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조건에 따라 기본 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결국 선택권은 고객이 쥔다. 고객은 테이블 위에 있던 물을 마실지 말지 고민하던 선택권에서 이제 '무료 탭 워터'를 마실지, '테이블 프리미엄 워터'를 마실지, 어떤 음식에 어떤 물을 마실지에 대한 선택권으로 바뀌었다.

나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할 일이 생겼다. 지난 3월 청담동에 오픈한 한 레스토랑에서 워터 리스트 컨설팅 제안이 들어 왔다. 나는 음식 컨셉에 맞게 워터 리스트를 만들었고, 업장에서는 5개의 워터 리스트를 추가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매장에 방문했는데 두 달간 워터 평균 월 매출이 900만 원 정도 나왔다. (레스토랑의 좌석은 60석 정도) 하루 평균 30만 원에, 주말에는 50만 원 정도였다. 750ml 한 병에 만 원 정도 하니 하루에 약 30 ~ 50병 정도가 팔린 것이다. 이 매출이면 무리해서 주니어 워터소믈리에 한 명 정도 채용할 수 있는 규모는 된다. 이 가능성이라면 워터 매출이 반 토막 나도 한 번 채용을 고민할 정도는 된다. 담당자가 꾸준히 관리하고 시행착오를 겪어 노하우가 생기면 다시금 매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워터 매출이 생겼을까?
 

▲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BLT스테이크 디너세팅 모습. 테이블에 올려진 프리미엄 워터가 한껏 테이블의 품격을 상승시킨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유럽과 미주 등에서 프리미엄 워터를 즐겼던 사람(유경험자)이면 구매할 것이다. 매출 규모를 보면 워터 주문 경험이 없던 고객(무경험자)도 분명히 주문을 했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내가 생각한 요인은 다음과 같다. 기분 내기 위해서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물도 선택해야만 한다. 선택 옵션은 '무료로 제공되는 탭 워터'와 '만 원 정도 하는 프리미엄 워터'이다. 주먹보다 작은 디저트, 와인 한 잔도 2만 원이 넘기에 이미 가성비라는 것은 머릿속에서 흐려졌다. 이미 10만 원이 넘는 코스를 먹는데, 물은 탭 워터를 마실 수 없는 것이다. 옆 테이블을 돌려보니 테이블마다 예쁜 물병이 한 병씩 올려져 있다. 자세히 보니 물잔도 다르게 준비된다. SNS에 찍어서 올려도 예쁠 것 같다. 파인다이닝에서 만 원 메뉴가 있다니, 싸게도 느껴진다. 한 번 경험해보자! 이런 상황이 보통의 워터 첫 주문이다. (물론 억지가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임을 참고해 주세요)

이렇게 워터를 주문하고, 고객은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다음에 또 구매를 할 것이다. 워터바에서의 경험상 고객은 워터소믈리에가 추천한 워터에 새로움 혹은 색다름을 느끼면 다음에는 무조건 다른 물을 찾는다. 그리고 전에 마셨던 물과 비교해 본다. 그리고 워터소믈리에에게 또 새로운 물을 추천받는다. 그렇게 자신의 스타일의 워터를 찾는다. 워터소믈리에는 고객 경험을 토대로 말해준 피드백을 듣고 새로운 워터의 경험을 선사한다.

고객에게 값진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결국 서비스맨의 숙명이다. 더 값진 경험을 하기 위해 더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는다. 더 가치 있는 경험을 한다면 고객은 더 높은 값을 지불할 용이가 있다. 특히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선 더욱 그렇다.
 

▲ 런치에는 와인 페어보단 넌알콜 페어가 낫지 않을까? <사진=픽사베이>

나는 워터 리스트 업에 관심이 있는 업장 지배인이나 소믈리에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코스에 워터 리스트를 포함해 달라고. 혹은 와인 페어 중 코스의 한 페어정도는 워터로 구성해 달라고. 고객들에게 좋은 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자연스럽게 워터의 섬세한 매력이 와인, 음식과 녹아든다면 워터 판매,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물론 와인 대신 더 낮은 원가의 물을 써서 페어 매출이 떨어질 염려도 있겠지만, 그만큼 워터가 순이익을 더 높일 수도 있고, 관리도 와인 보다는 쉽다는 장점이 있다. 페어 중 워터 원가 포션이 낮기 때문에, 메인 디쉬 페어를 조금 더 유동적으로 신경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런치 코스에 활용한다면 알콜 보단 논알콜 포션이 높은 매칭으로 더 가볍고, 덜 부담스럽게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물에 빠지게 되고, 워터소믈리에가 된 것도 결국 다양한 물맛, 예상하지 못했던 물맛을 봤기 때문이다. 물들 중에서도 차이가 있고, 더 가치가 있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물맛을 아는 특별한 사람일까. 물맛이 특별한 것일까.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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