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십여 년 전부터 쌀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뉴스를 분기별로 접해본 것 같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0년 전인 2007년 1인당 쌀 소비량은 76.9kg였다. 그러다 2012년 70kg의 벽은 무너져 버렸다. 2016년에 61.9kg까지 줄어들었고 2017년에는 60kg의 벽마저 무너져 59.6kg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쌀 재고량도 어마어마하다. 작년 말 기준으로 236만 톤이나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가공상품을 만들어 소비를 늘리려고 한다. 결국 사료용으로까지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무려 52만 톤이나 사용하겠다고 하니 놀라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한다.

국가 식량 자원 확보를 위해 농경지를 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농가의 소득원이 줄어드니 농민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게 할 수도 없다.

매년 재배되는 쌀 품종을 보면 새누리, 추청, 황금누리라는 품종이 전체 재배면적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 품종들은 모두 다 다수확 품종으로 한마디로 질보다 양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품질이 아닌 양을 따지는 수확량이 많은 품종만 심고 있으니 무슨 밥맛을 논할 수 있겠는가?

필자의 다른 칼럼인 ‘좋은 쌀, 나쁜 쌀, 이상한 쌀’ 첫 화에 어떤 품종의 쌀이 많이 재배되는지 나와 있다.  

쌀은 밥이 아닌 여러 다른 식품으로 가공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수준의 쌀 가공식품들은 떡, 국수, 막걸리 같은 전통주, 식혜, 뻥튀기와 같은 쌀과자, 식초, 조청 거기에 햇반과 같은 무균밥, 냉동 볶음밥 등의 상품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점점 더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빵, 쿠키, 디저트, 아이스크림, 수프, 카레, 현미유, 맥주 그러던 것이 더 발전해서 바이오 플라스틱, 세면용품, 화장용품, 바이오 에너지에 이어 사료, PET FOOD에까지 이른다.

쌀도 가공적성이란 것이 있다. 가공해서 어울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다양한 상품에 어울리는 다양한 쌀 품종이 있지만, 무작정 재고쌀을 가지고 억지로 가공상품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워낙 재고가 많으니 이것저것 다 만들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어울리지 않는 상품이 있을 수도 있다.

밥은 쌀의 강점을 살린 이상적인 음식이다. 물론 자연 발효하는 식초나 현미유 등도 좋은 식품에 속한다. 낱알 채 먹기에 좋은 음식이 되는데, 이걸 가루로 내 다른 식품을 만들면 그 장점들이 많이 사라져 버려서 아쉽지만, 쌀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 가능하면 쌀로 만들 수 있는 적합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단순 이슈용이 아닌 실제 소비자가 많이 구입하여 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상품이 개발되어야 한다. 알레르기가 없고, 소화가 편한 쌀이 가진 이미지는 너무나 좋다.

하나하나 어떤 상품들이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이야기해 보자.

1) 베이커리 상품

식빵이나 케이크, 쿠키 등 쌀로 만든 다양한 베이커리 상품이 있다. 최근 이런 쌀 베이커리 전문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 빵은 원래 밀가루로 만드는 음식이다. 쌀가루로는 빵이 될 수가 없다. 그런데 빵을 만든다. 식품 공학적으로 불가능한 식품이다. 그런데 빵이 된다.

식빵을 만들 때는 강력밀가루를 사용하듯이 베이킹용 강력 쌀가루를 사용한다. 이것은 쌀가루에 밀 글루텐을 넣어 만든 원료이다. 밀이 빵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다 이 글루텐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소화가 안 된다든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다. 물론 아무리 밀 글루텐이 들어있다곤 해도 밀가루로 만드는 빵보다는 조금 더 속이 편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일단 수입용 쌀가루로 만든 강력 쌀가루의 가격은 일반 밀가루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우리 쌀을 소비하는 게 목적인데 수입쌀이 웬 말이냐? 그런 우리 쌀로 만든 강력 쌀가루는 밀가루 대비 3배 정도 비싸다. 똑같은 빵을 3배나 더 비싸게 돈을 주고 사 먹을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 내가 먹는 쌀 빵이 3배 정도 비싸지 않으면 그건 수입 쌀가루로 만든 빵이거나, 쌀가루가 조금 들어있거나 빵집 사장이 적자를 보면서 만드는 빵이다. 물론 박력분으로 만드는 것도 있다. 이건 그냥 쌀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 쿠키나 케이크 시트 같은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쌀 빵에는 밀 글루텐이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쌀로 빵을 만들면 3배나 원가가 높아진다. 이걸 소비자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주변에 쌀 빵을 즐긴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이게 수익이 된다면 왜 대기업들이 서로 앞다투어 쌀 빵을 만들지 않을까? 이미 답은 있다. 안타깝게도 쌀 빵은 밀가루 빵보다 맛이 없다 그렇다 보니 쌀이라는 이미지만으로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때 쌀 빵이 좀 있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찹쌀 도넛 정도의 제품만 보인다.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아닌 개인 베이커리에서는 적극적으로 쌀을 이용해 케이크나 쿠키를 만드는 곳이 있지만, 쌀 소비량을 늘리기엔 역부족이다.

2) 수프, 카레

▲ 쌀로만든 카레, 청정원 '카레여왕'<사진=chungjungone.com>

쌀로 만드는 뻔한 식품에서 눈을 돌린 참신한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7년 풀무원이 최초로 쌀로 루(ROUX)를 만들어 쌀 수프 2종을 출시했다. 이 제품 이후 봇물 터지든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었다. CJ에서는 쌀 수프가, 청정원에서도 쌀로 ‘카레여왕’ 이라는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래 쌀은 루(ROUX)로 만들 수 없다. 쌀 빵처럼 글루텐을 넣지도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쌀 수프라기보다는 크림 죽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가공식품에 새로운 분야에 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선 개발연구원들에게 상이라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침 대용식 개념에서 쌀 수프의 성공을 빌었지만, 지금은 카레 제품만 판매되고 있다.

3) 아이스크림, 라이스 밀크

아이스크림은 이외로 간단하다. 밥을 해서 아이스크림 머신에 넣고 돌리면 된다. 밥이 들어있는 젤라또는 인기도 있고, 밥 식감은 아이스크림과도 어울린다. 단지 소량이 들어간다는 점과 프렌차이즈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라 마트의 아이스크림 상품에는 쌀 아이스크림이 없는 것이 아쉽다.

▲ 이천 쌀 아이스크림 <사진=박성환 밥소믈리에>

유튜브를 보면 쌀을 볶은 후 믹서에 갈아 라이스 밀크를 만드는 동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유를 대신할 수 있는 여러 대체유인 소이 밀크, 코코넛 밀크, 아몬드 밀크, 라이스 밀크 중에서도 라이스 밀크는 베지테리안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음료다. 게다가 알레르기 프리, GMO 프리인 음료다. 라이스밀크는 쌀, 현미유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맛을 위해서 소금과 넛맥, 계피 등의 허브를 약간 넣어도 된다. 안타깝게도 판매하고 있는 라이스 밀크를 보면 두유처럼 온갖 첨가물이 다 들어있는 제품과 단순히 현미유, 소금, 향 정도만을 넣을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데 일본 제품의 경우 정말 물과 쌀만으로 라이스 밀크를 만들고 있으니 그 기술력이 놀랍다. 고기를 대체한 미트 프리 제품의 시장이 급 성장 하듯이 알레르기 프리, GMO 프리인 라이스 밀크도 전 세계적으로 그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측된다. 좀 더 많은 기업이 라이스 밀크를 만든다면 더욱 더 좋은 상품들이 개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일본 라이스 밀크<사진=shin-shouhinn.com>

4) 전통주

매년 무슨 시기만 되면 농진청에서 무슨 품종을 개발했다. 어디에 효능이 있다. 이런 뉴스를 지겹게 본다. 하지만 이런 기능성 특수미는 구하기가 쉽지 않고, 실제 그것을 활용한 히트 상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단 하나 온 국민이 다 아는 히트 상품이 있는데 그것은 백세주다. 시원하게 얼린 생백세주는 정말 맛있다. 백세주는 ‘설갱’이라는 양조용 쌀로 만든 전통주이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술이니 설갱과 백세주를 개발한 연구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단순하게 쌀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쌀을 이용한 히트상품의 개발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다음회에서...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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