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취미와 기호활동을 기반으로 즐기면서 어느 정도 내공을 쌓은 사람을 애호가라고 한다. 국내에선 물을 즐기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워터 애호가라는 말은 아직 국내에선 어색하다. 외국에선 ‘미네랄 워터 라이프(Mineral Water Life)’라는 말도 있다.

나는 직업적으로 매주 다양한 물을 테이스팅하기 때문에 순수한 워터애호가라고 보긴 어렵다(물론 즐긴다). 물론 국내에 재작년부터 탄산수 시장이 도래하면서 탄산수 소비가 늘었지만, “탄산수는 이렇게 즐기면 더 맛있어”라는 건 딱히 없는 것 같다. 과연 워터는 어떻게 즐길까?

먼저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답은 없다. 사실 답을 만들어주고 싶지도 않다. 즐기는 건 자신의 몫이다. 가글을 하거나 되새김질만 하지 않는다면, 주변 사람들한테 크게 민폐 될 행동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 한 소년이 1.5L 볼빅을 입에 대고 마시고 있다. 큰 용량의 물은 오픈한 뒤 빨리 마셔야 물 내 미생물 증식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입에 대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또 햇빛이 강한 곳에선 물을 빨리 마셔야 좋다. 혼자 마시는 경우에는 작은 용량의 물을 추천한다. <사진=픽사베이>

내 지인 중에 한 명은 얼음물을 즐기는 운동(헬스) 매니아다. 평소 생활할 때는 물을 입에 대지도 않다가, 운동을 할 땐 2L짜리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운동을 하는 2시간 동안 하루 권장 수분섭취량을 소비한다. 나는 지인에게 우려를 표했는데, 방법이 없다. 본인이 그 패턴을 이미 즐기고 있으니.

탄산수를 즐기는 지인은 냉장고에 보관하여 가장 차갑게 마신다. 그 지인은 입에서 톡 쏘는 느낌을 즐긴다. 차가운 콜라 500mL를 마셔도 트림 한 번 안 한다. 예전에 하루는 그 지인과 탄산음료를 마셨던 적이 있다. 누가(글쎄, 나는 아니었던 것 같다) 탄산음료를 마시고나서, 어떤 소리가 냄새와 동반하여 입에서 살짝 새어 나왔는데, 그 지인의 경멸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재차 얘기하지만 나는 아니었던 것 같다).
 

▲ 한 청년이 해변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가끔은 입에 정확하게 조준하지 않아야 물 마시는 느낌이 날 때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런 사람도 있는 반면, 나는 위장이 약해서 강한 탄산을 마실 땐, 마시고 나서 곤란할 때가 있다. 나는 탄산수를 마실 땐 15도 정도에 맞춘다. 보통 냉장고에서 보관하다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실온에 놓아두고 테이스팅한다. 나는 적당히 차가운 온도의 탄산수가 제일 좋다.

미국의 저명한 물 전문가인 마이클 마스카(Michael Mascha) 박사도 나와 같은 타입인지, 강한 탄산수의 테이스팅 적정 온도를 18도라고 정의하였다. 하지만 국내에선 대부분 맥주처럼 차갑게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또 지인 중에 한 명은 식사 중에 물을 절대 안 마시는 사람이 있다. 요새 시중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 워터들은 대부분 각자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나도 가끔 음식과 함께 프리미엄 워터를 즐길 때가 있는데, 지인에게 좋은 생수라고 추천해도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그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식사 중에 물을 마시면, 위에서 음식이 둥둥 떠다녀”라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식사 중에 많은 물을 마시게 되면, 소화액을 희석시켜 음식의 소화에 방해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식사 중에 술은 마시는지 모르겠다. ‘술배는 따로 있다’는 말이 공감된다.

정말 다양하다. 답은 없다. 즐기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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