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밥 소믈리에로서 보다 많은 정보를 드리기 위해 쌀을 공부하고, 다음으로는 밥 짓는 설비를 공부하고 그러다 보니 마지막으로 물까지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물을 공부하다 보니 물은 쌀보다 훨씬 마케팅이나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다는 것에 그리고 고객에 맞춰 세분화되어 있는 사실에 놀랐다.

가끔 ‘아기에게 첫 이유식을 먹이려고 하는 데 어떤 쌀이 제일 좋나요?’란 질문을 받는다.

생후 4개월이면 이제 이유식을 시작한다. 쌀로 갈아 10배 죽(미음)으로 만들어 먹인다. 그런데 쌀은 어떤 쌀을 사용하는가?, 대부분의 이유식 책을 보면 이유식용 소고기는 기름기가 적은 안심 부위라고 똑같이 적혀있다.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대부분 어머니들은 한우 안심으로 아기 이유식을 만든다. 그런데 쌀은 어딜 봐도 특별한 내용이 없다. 그냥 쌀 아니면 찹쌀이다.

물론 쌀은 그 어떤 음식보다 소화에 부담을 주지 않기에 아기가 먹기 제일 쉬운 음식 중 하나다. 밥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서양에서도 아기 첫 이유식은 쌀로 만든다. 그렇다면 그 쌀 중에서도 아기 이유식에 더 적합한 품종은 무엇일까?

‘이유식에 적합한 쌀’ 이것 하나만으로 마케팅을 해도 충분한데 그런 쌀이 하나도 없다. 필자 역시 이 질문에 ‘유기농 저아밀로스 쌀’로 먹이세요. 아니면 전에 필자가 다른 칼럼에서 이야기 한 품종인 ‘하이아미’가 좋습니다. 이 정도가 고작이다. 갈수록 하이아미를 마트에서 보기가 어려워지니 인터넷 외에는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다 워터 소믈리에 관련 서적을 보던 중 아기용 물의 마케팅이 잘 되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우선 아기에게 좋은 생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아래의 내용은 워터 소믈리에에게 있어 필독서인 ‘워터 커뮤니케이션(고재윤 저)’의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아기는 체중의 80%가 물이기에 성인보다 더 많은 수분섭취가 필요하다. 모유를 먹이는 아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분유를 먹이는 아기는 생수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장 기능이 약한 아기는 물 분자구조가 작고 흡수가 잘되는 종류의 생수가 좋다. 특히 이유식에 사용되는 물은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건강을 지켜주는 깨끗한 생수가 좋으며, 생후 3개월 이상의 아기는 미네랄 성분이 중간 정도인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과잉 섭취된 미네랄은 소변으로 배출되긴 하지만 인체에 불필요한 미네랄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성인의 2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아기에게 좋은 생수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의 와일드알펜에서 생산하는 ‘와일드알프 베이비 워터(Wildalp Baby Water)로 칼슘 45mg/l, 중탄산염 196mg/l, 마그네슘 12mg/l 등이 함유되어 있고 용해도가 높아 끓이지 않고도 분유가 잘 녹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일본 시마네현의 ‘아카짱미즈’도 천연 알칼리 이온수로 물 분자구조가 작아 분유가 잘 녹으며, 장 발달이 덜 된 아기에게 적합한 40~50mg/l 경도로 장 흡수력도 뛰어나다. 그리고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은 생수로는 영국의 ‘힐돈’, 이탈리아의 ‘솔레’, 벨기에의 ‘스파’가 좋다]

우리 물 중에도 있다. 엄마 양수와 미네랄 성분 구성비(마그네슘:칼슘:칼륨=3:1:1)가 똑같다는 물이 ‘아기용 물’로 까다로운 엄마들에게 인기가 있다.

▲ 다양한 아기 물 (Wildalp, 강원심층수, Wakodo) <사진=각사 홈페이지>

왜 아기에게 좋은지 스토리가 잘 짜여 있다. 이런 것을 본받아 쌀도 마케팅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 설 명절에는 한 대형마트가 다양한 쌀 선물 세트를 선보였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쌀과 같은 실속형 선물들의 매출이 증가했다. 디자인도 좋아졌다. 상품 구성력이 좋아진 점만으로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

명절뿐만 아니라 다른 때에도 쌀을 선물용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떠할 때 활용할 수 있을까?

가까운 일본의 경우 ‘아기 쌀’이란 것이 있다. 무슨 쌀일까?

일본의 경우 아기를 출산하면 주변 지인들과 친척들에게 많은 선물을 받는다. 그러면 받은 선물의 약 1/3~1/2 정도 금액에 해당하는 선물을 답례품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아기 얼굴이 프린팅된 쌀 포장지에, 태어난 아기 체중만큼의 쌀을 담아 친지들에게 보낸다. 직접 아기를 안아 볼 수 없지만, 아기 얼굴이 디자인된 아기 체중만큼의 쌀을 보내 이런 아기가 태어났다는 것을 알린다.

그럼 왜 쌀이 답례품으로 선택되었을까?

쌀을 한자로 쓰면 米(미)다. 米라는 한자는 八(팔) 十(십) 八(팔)이 합쳐진 글자로 ‘88번의 손길을 거쳐야만 만들어지는 쌀에는 88명의 신이 머무른다’고 한다. 그리로 米는 아래로 펼쳐진 모양의 八(팔)이 겹쳐진 모양으로 점점 운이 열리는 행운의 글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출산 선물로 인기를 얻는 것이다.

아기 체중만큼 담아 선물하는 쌀 그 아이디어가 매우 재미있다.

명절 선물이 아닌 다양한 선물에 쌀이 사용되어 조금이나마 생산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아기 체중 쌀 <사진=아마존재팬>

마지막으로 아기 이유식용으로 적합한 쌀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특정 브랜드의 쌀을 홍보할 수는 없기에 하이아미 품종 외 저아밀로스 쌀이라고만 했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저아밀로스 쌀이 무엇인지 알기는 어렵다. 그나마 구매가 가능한 저아밀로스 쌀은 다음과 같다.

밀키퀸, 밀키프린세스, 진상, 골든퀸3호, 백진주 등이 있다. 이 품종이 전부 유기농 재배는 아니다. 그리고 저아밀로스 품종은 다 일반 품종보다 비싸다. 가능하면 유기재배 쌀을 권장하지만, 2013년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5회 세척 후 30분간 불린 후 새 물로 밥을 지을 때 백미의 경우 잔류 농약이 약 2/3 이상 제거된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는 검출한계 이하의 안전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왕이면 유기농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세척방법으로 충분히 잔류 농약을 제거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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