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새해 붉은 수탉의 해를 맞이하여 중국 길림성의 길림시에 위치한 화란덕 와이너리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 화란덕(華蘭德;Hualande) 와이너리의 눈 덮힌 포도송이

최근에 지구온화화로 독일의 아이스와인 생산이 거의 중단되어 가는 시점이고, 호주의 레드 아이스와인의 품질이 떨어져 와인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고, 이제는 캐나다와 중국의 아이스와인 생산국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천에서 중국 장춘공항으로 약 2시간 정도를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니 영하 -17℃의 겨울날씨를 처음 접하였다. 장춘에서 다시 길림시까지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약 1시간 동안 가는 길에는 온통 흰 눈으로 덮인 광활한 평야가 끝없이 펼쳐졌다. 보통 영하 -17℃의 날씨에 매일 내리는 흰 눈 속에 칼바람이 더욱 추위를 느끼게 하는데도 이지역의 사람들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즐기고 있었다. 길림시에서 장백산맥의 백두산 끝자락 계곡과 송화강이 만나는 교하(蛟河)마을까지 약 25Km 30분 정도를 가는 동안 흰눈이 계속 내리고, 흰 눈에 푹 잠들은 아름다운 화란덕(華蘭德;Hualande) 와이너리가 나타났다.
 

▲ 눈 덮힌 화란덕(華蘭德;Hualande) 와이너리 전경 및 와인 저장고 모습, 사진 위쪽 우측 아이스와인을 개발한 독일의 피터 스톡(Peter Storck)의 동상 

입구에는 화란덕의 아이스와인을 개발한 독일의 피터 스톡(Peter Storck)의 동상이 있고, 바로 옆에는 아이스와인 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세계적인 아이스와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아이스와인 관련 유물을 보관하고,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양조되는 아이스와인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중앙에 위치한 건물을 들어서면 와인 진열과 더불어 와인 시음장이 있었고, 지하에는 현대적인 와인 양조시설과 와인 저장고가 있었다.

2층에 올라가니 자그마한 불교 사원이 자리 잡고 복도에는 부처님의 그림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옆 건물로 옮기니 화란덕을 찾아오는 VIP, 기자를 위한 고급 레스토랑과 시음장이 있었다. 건물을 끼고 돌아서니 포도밭이 흰 눈에 묻혀 있고 정원에는 4층 석탑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란덕 포도원은 북반구 위도 42-44도로 뚜렷한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가진 장백산맥에서 300km를 이어온 북쪽 끝자락 기슭에 백두산의 정기를 받고 자랄 수 있는 천혜의 떼루아를 갖고 있다. 백두산의 암반수가 내려오면서 송화강을 만들고, 송화강 지류의 미네랄을 머금고 있는 계곡의 물이 포도밭 둘레를 휘감아 돌고 있으며, 햇볕이 잘 드는 포도밭에 포도들이 자라고 있다.

독일은 포도품종 리슬링으로 아이스와인을 만들지만 중국의 화란덕은 장백산맥에 자라는 토착포도품종인 산머루로 로제 아이스와인을 양조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유기농 농사법으로 관리하여 백두산의 정기를 포도송이에 그대로 품고 있다.

현재 포도밭의 재배면적은 4헥타르(약 12,000평)이며, 점차 포도밭을 개간하여 5년 안에 40헥타르(약 120,000평)까지 확대하고, 호텔 리조트 단지를 만들어 와인투어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거대한 꿈을 갖고 있다.
 

▲ 눈 덮힌 화란덕(華蘭德;Hualande) 포도원 전경과 꽁꽁언 포도

아이스와인의 원조는 독일로 제철에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건강한 포도를 남겨 두면 건포도처럼 말라붙어 있다가 영하 -7℃이하로 내려가면 바로 수확하여 포도가 꽁꽁 언 상태로 압착하여 발효시켜 양조해야 달콤한 와인이 되는데 수확량이 매우 소량이다.

이곳 화란덕 아이스와인은 흰 눈이 펑펑 내리는 11월 중순에 영하 -8℃에서 직접 손 수확을 하고, 독일의 라인-팔츠 와인 연구소의 교수진이 화란덕 와이너리에 직접 방문하여 독일 아이스 와인을 정통 양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여 양조하기 때문에 최고 품질의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화란덕의 역사는 매우 짧지만 짧은 시간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CEO 쥬(Mr. Xu)의 특별한 아이스와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며, 고품질을 지향하는 경영철학이 있어 가능했다. 2007년 중국 길림성의 사업가 쥬는 건축자재를 수출입하기 위해 우연한 기회에 독일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때 잠시 여유 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독일의 대표적인 와인산지인 모젤지역을 여행하게 되었고, 1661년에 설립되어 400년의 역사를 가진 스톡 와이너리(Storck winery)에서 아이스와인을 마신 후에 정신없이 푹 빠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5년 후 중국 북동지방에서 크게 사업에 성공하면서 Harry International Group의 회장이 되었고, 2012년에 스톡 와이너리의 오너인 피터 스톡(Peter Storck)과 독일 라인-팔츠 와인 연구소 교수진을 중국 길림성으로 초대하면서 아이스와인에 대한 프로젝트가 구체화 되었다. 그는 아이스와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4명의 투자자를 끌어들여 중국에서 새로운 로제 아이스 와인을 양조하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스와인의 브랜드를 독일에서 가져 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화란덕’이라고 하였는데 그 의미는 ‘중국과 독일이 함께 나누는 우정’으로 ‘화란덕 아이스와인’은 아이스와인의 본고장인 독일의 우수한 와인양조기술과 중국 북방지역의 토착 포도품종 산머루 포도가 만나 세계 최고의 아이스 와인을 양조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로제 아이스와인을 들고 있는 화란덕(華蘭德;Hualande) CEO 쥬(Mr. Xu)와 화란덕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

아이스 와인 중에 로제 아이스와인은 연인을 위한 '사랑의 묘약', 혹은 가족을 위한‘행복의 바이러스’라고 한다. 화란덕 아이스와인은 독일 아이스와인의 전통적인 맛과 중국 백두산의 자연이 선사하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풍미를 느낄 수가 있다.

필자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4종류(화이트, 로제, 레드, 로제 아이스와인)을 시음하였는데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화이트 와인과 로제 아이스와인이었다.

화이트 와인(2015)은 ‘용안’이라는 중국 토착품종으로 만들었으며, 약간 붉은 색이 보이는 흰색이며, 매우 신선한 향과 더불어 복숭아, 레몬, 리치, 무화과, 살구꽃 향이 나며, 중간정도의 자연적인 꿀 같은 단맛으로 중간 정도의 바디와 긴 여운을 갖고 있다.

로제아이스와인(2015)은 산머루의 개성이 그대로 표현되면서 아주 매혹적인 로제 칼러이며, 중간 정도의 바디로 자두, 건포도, 복숭아, 아카시아 꽃, 무화과 향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며, 꿀 같은 단맛이 입안을 감싸면서 우아한 과실향이 묻어나며, 백두산의 천혜적인 신선하고 신비로운 자연의 향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음식과 조화는 내가 생각한 예상을 뒤엎고 중국 음식과 환상의 궁합이 되는 것을 경험하였는데 화란덕 VIP 레스토랑에서 중국 음식과 마셨는데 나의 고정관념을 확 바꾸어 놓았다. 서양음식과는 케이크, 파이, 과일 등과 어울린다.

그리고 화란덕 로제 아이스와인은 ‘효도와인’으로 안성맞춤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아름다운 체리 로제색깔에 토종 꿀맛 같은 와인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폴리페놀의 함유량이 많아 부모님들의 심질환 관련에 건강에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길림에서 장백산은 영산으로 불리고 있으며, 장백산까지 가는데 꼬박 4시간 정도 걸리며, 가는 고속도로 옆의 마을은 연기만 피어오르고 어느 누구도 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너무 추워서 밖으로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 오면서 머릿속에는 지워지지 않은 것은 온통 끝없이 펼쳐지는 백색의 눈 속 포도밭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고 탄생한 아름다운 체리 로제색상의 화란덕(華蘭德) 아이스와인의 특별한 맛 때문이었다.
 

▲ 고재윤 교수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이면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사)한국외식경영학회 회장, 한국호텔리조트학회 회장,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회장,(사)한국관광학회 부회장, (사)한국관광호텔경영학회 부회장, (사)한국컨벤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1997년 국내 최초로 와인 소믈리에교육을 도입하였고 와인을 학문으로 승화하였으며, 국내 최초로 불모지였던 워터 소믈리에, 티소믈리에 교육을 개설하고 학문적 영역으로 개척한 학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120여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고재윤교수 jayoun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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