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맛있는 밥 짓기의 세 번째 이야기다.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도대체 어디에 밥을 지어야 제일 맛있는가요?' 와 '어떻게 밥을 짓나요?' 라는 질문이다.

쿠쿠인지 쿠첸인지 그리고 솥밥이 맛있다는데 솥밥을 어떻게 짓느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다.

여기저기 떠도는 자료들을 보면 다 ‘강’ 불에 밥을 하다 끓으면 불을 ‘중’ 불이나 ‘약’ 불로 줄여 5~10분간 더 끓인 후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는 식이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용하는 솥의 재질이 무엇인지, 가정에서의 열원은 무엇인지에 계절에 따라서 불 조절이나 시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시 이야기하면 다 방법이 같을 수 없다. 참고로 필자의 집 주방에는 가스레인지가 없다. 하이라이트 레인지를 사용하고 있다. 점점 여러 가지 이유로 가정에서 가스레인지가 사라지고 있다. 크게 가정에서의 열원을 보면 가스레인지, 하이라이트, 인덕션, 핫플레이트 등 여러 타입이 있고, 솥 종류만 해도 돌솥, 무쇠솥,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내열 자기 등 열전도율이 제각각 다른 솥이 매우 많다.

여기서는 밥이 되는 조리 알고리즘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가열을 시작한 후 솥에서 밥이 되는 과정은 온도 상승기, 비등기, 찜기, 뜸 들이기로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가 온도 상승기로 솥 내부의 온도 상승과 흡수 팽창, 그리고 호화가 시작하는 단계다. 화력을 ‘강’으로 하고 솥 내부의 온도가 98℃가 되기까지 시간이 10분 정도 소요되는 것을 최적의 상태로 꼽는다. 그 이유는 흡수와 호화의 밸런스에 관계가 있다. 쌀의 호화 개시 온도는 쌀 품종마다 달라서 약 60~75℃ 사이다. 제대로 호화가 이루어지려면 이 온도 구간대에서 충분한 열을 받아야 한다.

너무 빨리 온도가 올라가면 제대로 호화가 되지 못하고, 너무 천천히 온도가 올라가면 호화는 충분히 되지만 다음 단계인 비등기에서 필요로 하는 물이 부족해져 단단한 식감의 밥이 돼버린다.

호화란 쉽게 설명하면 쌀의 전분이 익는 것으로, 호화 또는 쌀 전분이 알파구조로 변형되기에 전문용어로 알파화라고도 한다.

호화 개시 온도란 쌀의 전분이 익기 시작하는 온도, 쉽게 설명하면 밥이 되기 시작하는 온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가 비등기로 솥 내부가 막 끓는 상태다. 이때는 솥 안의 남은 물이 격렬하게 끓어 전분 분자가 잘 분산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화력을 중으로 낮춰 5분간 더 가열한다.

세 번째가 찜기로 솥 안에 증기로 인해 밥이 수분을 머금으면서 촉촉해지는 단계다. 화력을 약으로 낮춰 15분간 더 끓인다.

이때까지 솥 안의 내부 온도가 98℃ 이상 되는 구간을 20분간 유지해야 한다.

네 번째가 뜸 들이기로 솥 안의 수분 분포가 안정화 되는 시기다. 불을 끈 후 약 10~15분간 그냥 두는 것이다. 솥의 남은 열(잠열)을 이용하는데, 솥의 재질에 따라 열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하는 재질의 솥은 뜸 들이기를 제대로 하려면 ‘약’ 불을 켜든지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뜸 들이기가 끝난 밥의 온도는 90~93℃로 솥의 재질, 외부 기온, 밥 짓는 양에 따라 달라진다.

압력솥은 내부온도가 약 120℃까지 올라간다. 온도가 내려가는 시간을 고려할 때 압력솥은 점화 후 15분이면 불을 꺼도 된다. 120℃에서 98℃ 정도 내려가는데 15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 밥 짓기 온도 곡선 <자료=박성환 소믈리에>

가끔 밥이 맛있는 온도가 왜 60℃인지 물어보는 분이 있다.

그 이유는 관능평가(맛 평가) 결과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답하면 참 과학적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건 흰밥의 경우고 좀 더 세세하게 이야기하면 같이 먹는 음식이나 요리에 따라 조금씩 온도는 달라진다.

이제부터 과학적인 이유를 찾아보자.

일반적으로 방금 지은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과거 CF에서 갓 지은 뜨거운 밥을 입안에서 호호 불면서 먹는 장면이 있었다. 얼마나 밥이 맛있게 보이는지 그 광고를 본 소비자라면 알 것이다.

방금 지은 밥은 약 98℃다. 뜸 들이기가 끝나고 나도 약 90~93℃정도다. 이때 주걱으로 뒤섞어주는데 그 이유는 밥솥 내 불필요한 수분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밥의 수분 평형을 위해서다.

밥주걱으로 밥을 뒤섞어 주어도 밥의 온도는 약 80℃가 넘는 고온이다.

이런 뜨거운 밥이 맛있다고 하는 분도 있다. 돌솥이나 냄비에 바로 지어 나오는 밥의 경우 정말 80~90℃ 정도 된다. 하지만 무심코 밥을 넣었다간 입안이 다 데일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 밥을 주걱으로 퍼서 밥공기에 옮겨 담아내면 약 70~80℃ 정도다. 솥에서 밥그릇에 옮겨진 밥은 금방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음식을 맛볼 때 5℃ 이하 70℃ 이상이면 너무 차거나 뜨거워 혀가 맛을 느끼기 어렵다. 70℃가 넘어가면 자칫 혀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한국인의 경우 일본인보다 좀 더 뜨거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이다. 일본에는 ‘네코시타’(고양이 혀)라는 말이 있다. 뜻은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명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뜨거운 것을 못 먹는 사람이 많다는 문화적 증거다.

설렁탕의 경우 70~75℃가 맛있고, 된장국은 62~70℃가 제일 맛있는 온도다.

그리고 점도가 있는 수프나 죽의 경우 약 60~70℃가 제일 맛있다. 물론 차의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온도가 맛있다.

60℃도 높은 온도지만, 이제 혀 화상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온도다.

밥은 뜨거워야 제맛인데 70℃가 넘어가면 맛을 제대로 볼 수가 없고, 또 국이나 탕보다는 약간 낮은 온도로 제공되어야 하다 보니 그게 60℃인 것이다.

다음은 밥의 노화 온도와 관계가 있다. 60℃부터 밥이 되기 시작한다는 호화 개시 온도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걸 반대로 보면 60℃ 이하부터 밥은 노화되기 시작한다.

밥의 노화 온도는 0~60℃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이건 흰밥의 경우다. 밥도 같이 나오는 국이나 탕에 따라 조금씩 어울리는 온도가 다르다. 요리가 달라지면 온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극단적인 예로 초밥의 경우 밥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6~37℃일 때가 제일 맛있다.

이제 메이저 전기회사의 밥솥을 한번 살펴보자

다 보온 기능이 있는데, 과연 메이저 전기밥솥 회사의 보온 온도는 몇도일까? 회사마다 알고리즘이 달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 제조사별 보온 온도 <자료=박성환소믈리에>

친절하게도 대부분 업체가 제품 사용 설명서에 기본 설정 보온 온도를 표기해 두었다.

대부분 기본 설정 온도가 70~74℃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설정 온도 범위를 보면 60~80℃로 60℃ 이하는 없다.

이 정도면 그릇에 옮겨 담아내면 약 60℃ 정도의 밥을 먹을 수 있다.

왜 이런 온도에서 보온할까?

첫 번째는 위생적인 문제다. 이보다 더 온도를 낮추면 미생물이 증식해 변질할 수 있기에 이런 고온에서 보온한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은 대부분 5~60℃ 구간에서 증식할 수 있고, 특히 20~45℃에서는 매우 활발히 증식이 일어난다.

두 번째 맛이다. 밥을 짓는다는 것은 쌀에 물을 넣고 가열하여 전분을 호화시켜 분자구조를 알파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분을 익히는 것이다. 그것을 호화라고 하고 분자 상태가 알파 형태로 변하기에 알파 화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반대는 밥이 노화된다고 하고 분사 상태가 베타 구조가 되어 베타 화라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쌀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호화 개시 온도가 60~80℃로 60℃는 넘어야 쌀 전분이 익기 시작한다. 이걸 다시 반대로 이야기하면 60℃보다 낮으면 밥은 노화하기 시작한다. 노화된 밥은 맛이 없다. 그래서 60℃보다 높은 온도에서 보온하는 것이다.

여러 자료를 보다 보면 45~48℃일 때 밥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 자료도 있다.

온도를 측정하는 시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에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온도를 측정하는 기준 시점을 알려줘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밥맛은 단맛과 감칠맛이 대부분인데 체온보다 약간 높을 때

그 맛의 강도가 제일 강하다. 그래서 그 온도에 맞추어 이야기하기에 그렇다. 그런데 실제 온도가 45~48℃ 정도의 밥을 입에 넣어 먹어 보면 데우다 만 것 같은 느낌으로 따끈따끈하지 않다. 이 온도는 이미 밥이 노화가 되는 온도다.

60℃ 정도의 밥과 반찬을 입에 넣고 씹어 먹다 보면 온도가 내려간다. 밥을 씹어 먹다 보면 어느새 그 온도가 45~48℃까지 내려간다. 그럼 그때가 가장 맛을 느끼기 좋은 온도가 된다. 입안에서 이 온도를 맞춰야지 미리 온도를 내려 제공하면 안 된다. 밥은 노화되기 시작하고 미생물적으로도 좋지 않다.

일본의 유명 카레라이스 전문점의 고객 매뉴얼을 보면 밥 제공 온도가 60℃±10℃ (50~70℃)로 정해져 있다.

최근 병원식의 경우 나트륨을 적게 섭취하기 위해 국 온도를 조금 낮추어 제공하기도 한다. 국 온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짠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기에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거기에 맞춰 밥 온도도 조금 낮춰야 한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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