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환 밥소믈리에

2012년 세계 물맛대회(Berkeley Springs International Tasting)에서 대한민국 청주정수장의 K-Water가 당당히 7위를 했다. 쉽게 설명하면 청주시 수돗물이 세계 물맛대회 7위를 했고, 그 수원지는 대청호 물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이 지역의 물이 좋다는 것이다.

밥 소믈리에가 왜 갑자기 물 이야기를 할까?

내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런 스토리를 왜 쌀에 접목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다. 맛있는 쌀이 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여러 조건에서 품종 다음으로 자연환경이다. 자연환경이라는 것이 토양, 기후, 수질로 물맛 좋은 곳의 쌀이 맛있을 수밖에 없다.

와인에서의 떼루와(Terroir)와도 같은 것이다. 이런 걸 잘 활용해서 충분히 스토리를 담은 쌀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맛있는 밥 짓기 편, 손쉽게 밥맛이 더 좋아지는 밥 짓기 TIP을 이야기했다.

간수, 정종, 미림, 숯, 식초, 샐러드 오일, 육수를 넣을 때 어떤 원리로 밥맛이 더 좋아지는지 설명했다.

이번에는 순수하게 밥과 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일반적으로 물맛을 이야기할 때 물속의 미네랄 성분 중에서 칼슘, 칼륨, 규산은 물맛을 좋게 하고, 마그네슘, 황산이온, 염소는 나쁘게 한다고 한다.

그럼 이것을 밥 짓는 물에 결합할 때에도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부분도 있다.

좋은 물의 조건 중에서 무조건 미네랄 함량이 많은 물이 아닌 미네랄의 균형 있게 함유된 물을 좋은 물이라 한다.

그렇듯 밥 짓는 물 역시 미네랄 성분들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밥 맛과 미네랄의 상관관계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칼슘이 소량일 때는 단맛을 내지만 너무 많으면 쌀의 섬유질이 단단해져 오히려 푸석푸석한 밥이 되고, 밥 색깔도 어두워진다. 마그네슘의 경우 미량일 경우 단맛을 내지만, 많을 경우 떫은맛을 낸다. 소량의 칼륨은 밥맛을 끌어낸다고 한다.

이렇게 까지는 아니더라고 보통 밥을 지을 때 연수로 지으면 밥맛이 좋고, 경수로 지으면 쌀의 섬유질이 단단해져 찰기가 없는 밥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예전 같으면 무조건 ‘연수로 밥을 지으세요.’라고 했겠지만, 쌀알이 단단하고 푸석푸석해야 어울리는 요리가 있다. 이런 요리를 할 때는 오히려 경수로 밥을 지으라고 권장하고 싶다,

요리마다 어울리는 품종의 쌀이 있다는 것을 필자의 다른 칼럼에서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요리마다 사용할 쌀을 제각각 준비할 수 없다. 찰기가 강해서 리소토나 볶음밥에 어울리지 않는 쌀이 있다면 이런 밥 짓기 방법으로 요리에 어울리는 밥을 만들 수 있다.

밥에 적합한 물의 경도는 50~60mg/L로 연수는(0~60mg/L), 중경수(60~120mg/L), 경수(120~180mg), 강경수(180mg/L 이상)로 구분한다.

순수하게 밥맛만 본다면 연수로 밥을 짓는 게 맞다. 하지만 요리에 따라 밥이 푸석푸석해지는 경수를 사용해도 무방할 때가 있다.
 

▲ 일본 물 자판기 <사진=박성환>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대형마트에서 물 자동판매기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식수로 사용하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대형마트마다 대형 물 자판기가 설치되었고, 구매 금액에 따라 지급되는 쿠폰으로 자동판매기에서 물을 무료로 받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 어느 가정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수기가 대형 마트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정수한 후 다시 미네랄을 추가한 용도 별 맞춘 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이미 소비자가 요리나 용도에 따라 다른 물이 필요하고, 밥에 어울리는 물이 어떤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요리에 어울리는 밥 짓기와 품종 그리고 물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가져 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쌀 생산자나 유통업자의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Terroir (떼루와) – ‘토양’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포도를 재배하는 데 꼭 필요한 기후, 태양, 토양, 수질 등의 자연적 환경과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까지 이야기한다.

* 경도 – 물속의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량으로 크게 연수, 중수, 경수로 나뉜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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