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데이라 섬 '봄은 꽃의 섬, 여름은 열정의 섬, 가을은 성숙의 섬, 겨울은 온화한 섬'

[칼럼니스트 고재윤] 우연한 기회에 마데이라 와인협회의 초청을 받고 멀고먼 와인투어 여정이 시작되었는데 기대와 호기심을 가슴에 안은 채 마데이라 섬에 도착하였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올드 빈티지를 시음할 수 있었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1894년 빈티지 와인부터 1898년, 1958년, 1969년, 1997년, 2001년 등의 다양한 빈티지를 시음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데이라 와인을 수입하고 있지만 마데이라 와인에 대한 정보가 없어 소개하고자 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며, 대서양의 진주라고 불리는 태고의 대자연이 숨 쉬는 산, 숲, 계곡, 바다의 완벽한 조화와 상호 공존하는 섬, 마데이라(Madeira)는 연 평균 16~22℃로 연중 온난하고 쾌적해 계절에 따라 봄은 꽃의 섬, 여름은 열정의 섬, 가을은 성숙의 섬, 겨울은 온화한 섬으로 변신하여 찾은 관광객들을 기쁘게 한다.

세계 3대 주정강화 산지(스페인 세리, 포르투갈 포트, 마데이라)로 알려진 마데이라는 누구에게나 쉽게 허락하지 않은 섬으로 모로코 앞바다 약 700km 지점에 떠 있는 세 개의 화산섬(포트 산토:Porto Santo, 디저타스:Desertas, 그리고 셀바젠;Selvagens)으로 이루어진 제도로, 면적은 778㎢이고 인구는 25만명이 사는 포르투갈 본토의 일부이다.

로마 시대에 그 존재가 알려져 '피플 아일랜드'라고 불렸으나 1419년 포르투갈의 왕자이자 항해왕인 엔리케(Henrique)의 명을 받아 조아 곤갈베스 자르코(Joao Goncalves Zarco)가 재발견하였고, 콜럼버스는 마데이라 섬에서 영주의 딸과 결혼해 항해술을 배웠던 역사적인 장소이며,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하면서 마데이라 섬은 와인의 랜드 마크로 인정받았다.

1450년에 베네치아 항해사 알비세 다 모스토(Alvise da Mosto)가 서술한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마데이라의 포도재배는 포르투갈 민호(Minho)지역에서 가져온 말바시아 캔디다(Malvasia Candida)를 심었으며, 그 후 25년이 지나서야 해외로 와인을 수출하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1478년 대영제국의 왕이었던 에드워드 4세(Edward IV)가 자신에게 반항한 클라렌스(Clarence)의 공작이며 동생이었던 조지(George)를 사형 선고를 하였을 때, 조지는 마데이라 와인 통에 빠져 죽기를 원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1776년 7월 4일 미국 독립선언을 축하하고 최초의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취임식 때 마데이라 와인이 공식적인 축배주로 선정되었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토머스 제퍼슨이 가장 사랑한 와인도 마데이라 와인이었다고 한다. 또한 1950년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마데이라 와인에 푹 빠져 마데이라를 방문하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하였다.
 

▲ 역사가 숨쉬고 있는 와인 저장실

주도(主都)인 푼샬(Funchal)은 대서양의 해(海)·공(空) 교통의 요충지이며, 대서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휴양지이고, 와인 역사가 숨쉬고 오래된 와이너리가 있는 지역이다. 마데이라 섬에 8개의 와이너리가 있으며, 그중에 Blandy's, Justino, H&H, D'Oliveiras, Barbeito가 유명하며, 1795년부터 1894년, 1898년, 1957년, 2001년 등 다양한 빈티지까지 보관된 저장실을 보고나면 와인의 보고라는 표현이 저절로 나오며, 오랜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가 있었다.

북쪽 해안 산타나(Santana)는 화산지대로 1,800m 높이의 피코 도 융칼(Pico do juncal) 산을 중심으로 급경사 길이 위험스럽게 꼬불거리며 이어지고, 급경사면에 걸친 아름다운 별장처럼 꾸민 집과 포이오스(Poios)라고 불리는 계단식 포도밭이 어울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키며, 186헥타르에 가파른 언덕에 포도나무가 재배되고 있어 농부의 수작업으로 하는 포도농사이기 때문에 정성과 열정이 포도송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지역의 떼루아는 작열하는 태양과 더불어 습한 여름과 상대적으로 따듯한 겨울을 가지고 있으며, 연간 강우량이 500mm정도로 포도재배에 적합한 지역으로 화산재 토양은 현무암이 주를 이루고, 마그네슘, 산, 칼륨, 유기물, 철분, 인 성분이 풍부하여 와인에 미네랄 함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 별장처럼 꾸민 집과 포이오스(Poios)라고 불리는 계단식 포도밭 모습

마데이라 와인 양조법은 17세기에 발견된 것으로 무역선이 마데이라 와인을 싣고 무더운 적도 지역을 지날 때, 변질된 와인의 맛이 더 좋아진 것을 발견하고 아예 열을 가해서 맛을 내는 '에스투파젬(estufaagem)'과 ‘칸테이로(Canteiro)’라는 양조법을 사용한다.

마데이라 와인은 가열실에서 또는 햇빛에 노출된 채로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보내면서 와인속의 당분은 모두 카라멜로 변하게 되고 이상한 맛이나 향으로 변질되지 않으며 서서히 열로 인해 산화되는 에스투파젬 후에 와인을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온도가 높은 캐스크(cask)에 최소한 2년 동안 보관시키는 칸테이로 과정을 거친다.

마데이라 와인은 와인의 최대 적인 열과 산화과정을 이미 양조와 숙성과정에서 거쳐 병입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으므로 거의 영구적으로 보관을 할 수 있으며, 높은 산도와 캐러멜화 된 설탕 향의 특징을 갖게 된다.

마데이라 와인은 품종별 와인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드라이(Dry) 혹은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는 세시얼(Sercial) 포도품종, 미디엄 드라이( Medium Dry)는 베르델호(Verdelho) 포도품종, 미디엄 리치(Medium Rich)는 부알 (Boal) 포도품종, 리치(Rich)는 말바시아(Malvasia) 포도품종 만을 사용하여 양조하며, 틴타 네글라(Tinta Negra)는 블랜딩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마데이라 와인은 복합적인 아로마는 물론 관능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낮과 밤 어느 시간대에 마실 수 있는 편한 와인이며, 앞서 언급한 포도품종별 4가지의 와인은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서 즐길 수 있다.

첫째, 세시얼 혹은 드라이 와인(Sercial or Dry Wine)는 밝은 루비 색깔을 갖고 있으며, 풀 바디하면서 달콤한 열대과일 향이 좋아 식전주로 좋으며 올리브, 구운 아몬드, 캐비아, 연어 카나페, 마요네즈가 들어간 전채요리와 잘 어울린다. 연어와 같이 훈제 생선요리, 황새치, 참치, 갈치, 갑각류, 스시, 생산 무스, 그리고 부드러운 염소치즈에 어울린다. 또한 토닉 워터와 슬라이스 레몬, 그리고 얼음을 곁들인 마데이라 와인은 산뜻하게 즐길 수 있다.

둘째, 베르델호 혹은 미디엄 드라이 와인(Verdelho or Medium Dry Wine)는 구조감이 탁월하며, 황금빛을 띈 와인으로 식전주로 적합하며, 올리브, 구운 아몬드, 말린 과일과 매우 잘 어울리고, 콩소메 수프, 생선 크림수프, 양파수프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햄, 훈제 야생고기, 치즈, 마늘이 들어간 버섯요리, 거위 간 요리에도 추천한다.

셋째, 부알 혹은 미디엄 리치 와인(Boal or Medium Rich Wine)는 풀 바디하며, 열대 과일향이 풍부하고 열대과일, 말린 과일, 케이크, 과일 타르트와 탁월한 조화를 이룬다. 영한 부알 와인은 부드러운 치즈와 잘 어울리고, 올드 빈티지 부알 와인은 숙성된 치즈와 잘 어울린다. 치즈와 버터가 들어간 야생 과일 수플레와도 잘 어울리는 이 와인은 밀크 초콜릿, 단 과자, 생크림 케이크에 환상적인 궁합이며, 파이프담배나 시가에도 완벽한 조화로 시가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넷째, 말바시아 혹은 리치 와인(Malvasia or Rich Wine)는, 어두운 색상을 띄고, 풀 바디하면서 아로마가 풍부하며, 열대과일, 마른 과일, 호두와 땅콩, 헤이즐넛과 잘 어울린다. 또한 과일 케이크, 과일 타르트, 버터 비스킷, 밀크 초콜릿, 단 과자, 포르투갈 치즈, 블루치즈에도 잘 어울리며, 특히 쿠바의 하바나 시가와 함께하면 진가를 맛볼 수 있다.
 

▲ 마데이라 올드 빈티지 와인

그리고 마데이라 와인 용어를 이해하면 더욱더 마데이라 와인과 친숙해지면서 마데이라 와인의 비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첫째, Frasqueira는 빈티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품질이 좋은 와인이며, 병입 하기 전에 최소 20년 동안 숙성을 하는 와인이며, 둘째, Colheita는 그해 수확한 포도로 양조하며, 빈티지 표시법에 의해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5년 이상 숙성기간이 필요하며, 셋째, Colheita with Designation of“Variety”는 그해 수확한 단일 포도품종 100%로 양조하며, 빈티지 표시법에 의해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5년 이상 숙성기간을 가져야 하며, 넷째, Canteiro는 양조과정에서 발효이후 알코올 과정을 거친 후 배럴에 보관되는 이 와인은 최소 2년 동안 숙성시킨후에 다시 캐스크 통에서 3년 이상 보관한 후에 병입한 와인이며, 다섯째, Designation of Age는 숙성 기준에 의해 마데이라 와인이 규정한 특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빈티지 표시법에 의해 5년, 10년, 15년, 20년, 30년, 40년으로 구분하며, 여섯째, Reserve or Mature는 특정 기준에 의해 5년 숙성된 와인이며, Old Reserve or Very Mature는 특정기준에 의해 10년 숙성된 와인을 말하며, Special Reserve는 특정기준에 의해 10년 숙성된 와인이며, Selected Wine- Sample-Standard는 와인양조협회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고 3년 숙성한 와인이다. 일곱째, Solera-Batch는 빈티지 와인을 10%와 나머지는 품질이 좋은 다른 와인과 블랜딩한 후에 병입한 와인이며, 마지막으로 Rain water는 황금색을 띠고 대중적인 테이블 와인을 말한다.
 

▲ 고재윤 교수

고재윤박사는 현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www.winekisa.com) 이면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사)한국외식경영학회 회장, 한국호텔리조트학회 회장, 한국와인소믈리에학회 회장,(사)한국관광학회 부회장, (사)한국관광호텔경영학회 부회장, (사)한국컨벤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2010년 프랑스 보르도 쥐라드 드 생떼밀리옹 기사작위, 2012년 프랑스 부르고뉴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작위, 2014년 포르투칼 형제애 기사작위를 수상하였고, 1997년 국내 최초로 와인 소믈리에교육을 도입하였고 와인을 학문으로 승화하였으며, 국내 최초로 불모지였던 워터 소믈리에, 티소믈리에 교육을 개설하고 학문적 영역으로 개척한 학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커뮤니케이션(2010), 워터 커뮤니케이션(2013), 티 커뮤니케이션(2015), 보이차 커뮤니케이션(2015), 내가사랑하는 와인(2014) 외 다수가 있으며, 논문 120여편을 발표하였다. 현재는 한국와인, 한국의 먹는 샘물, 한국 차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뛰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고재윤교수 jayoun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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