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6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부문이 오는 10월 28일, 29일 이틀간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다. 28일 오전 10시 30분에 준결선을 거쳐 29일 오전 11시에 결선을 대전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다. 벌써 6회째라니! (내가 위 대회에서 우승했을 땐 14년 4회 대회였으며, 5회 대회에는 준우승했다.) 참고로 와인은 소믈리에 국가대표 부문 12회째, 티는 티소믈리에 경기대회 3회째이다.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는 작년까지 함께 치러졌지만, 올해는 다음에 다른 행사로 분산 개최된다. 벌써 이번 대회 우승자가 누구일까 궁금하다. 많은 워터소믈리에 혹은 워터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지망생들이 차기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많은 분들께서 내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 관해서 질문을 해주신다. 그래서 앞으로 4주간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 관한 기획칼럼으로 경기대회 준비와 관전에 필요한 내용을 연재하고자 한다.

① 워터소믈리에 편
②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편
③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예선, 준결선 꿀팁
④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결선 꿀팁

지지난 주에 다룬 워터소믈리에 편에 이은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편이 지난주에 연재됐다. 이번 주는 경기대회 중 예선과 준결선을 준비했던 경험들과 팁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겠다.

(이론공부는) 뜨겁고 (오답노트는) 쿨하게

예선은 이론 필기 평가이다. 교재인 워터커뮤니케이션을 정독하고 달달 외워야 한다. 시험공부처럼 3번 이상 정독하고 나선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홈페이지에서 기출문제 및 문제은행을 출력한다. 풀고 나선 오답 노트도 한다. 다른 문제은행도 그렇겠지만, 풀다 보면 답이 없거나 많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혼자 머리 싸매고 씨름하기보단 쿨하게 넘기시길. 이런 큰 대회에 나오는 문제는 깔끔한 문제들로 선별되어 나오기 때문에 애매한 답을 가진 문제는 나올 가능성이 극히 작다.
 

▲ 준결선 진출을 위한 사투. 경기대회 예선전 <사진=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하나에 집중하시길

경기대회는 매년 열리는데 보통 8월에서 10월경 열린다. 예선은 3주에서 2달 전쯤 진행된다. 예선엔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뿐 아니라 티소믈리에, 와인소믈리에 경기대회도 함께 진행된다.

보통 식음료 업장 및 관련 업계 근무자와 관련 전공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하나의 분야에만 빠져있는 사람보다는 식음료 전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티나 와인에도 도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와인, 워터, 티에서 모두 수상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공부하고 대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대회에 접수하거나 예선 때는 보통 준결선과 결선의 시간표가 나오지 않는데, 장소사정에 따라 다른 대회끼리 시간이 겹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와인소믈리에 경기대회 준결선과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결선이 겹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결선에 다 진출할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도전하려는 의도는 일리가 있다. 우리도 대학 입시 때나 취업 준비 시, 면접이 겹쳐도 서류가 통과될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양의 원서를 넣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물은 굉장히 섬세해서 필기가 앞뒤 시간으로 배정되는 건 상관없겠지만, 테이스팅 실력을 평가받는 준결선의 경우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013년의 일이다. 물에 관심이 많았고, 주로 준비한 것도 물이었지만, 전통주 소믈리에 국가대표 부문에도 출전했었다. 2012년에 대학생 부문에 출전해 아쉽게 장려상에 머물렀다. 나는 2013년에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출전하기보다는 솔직히 국가대표 부문 장려상 정도에 욕심을 내고 출전했다. 그때 당시엔 학생이고 워터에 올인을 하기 전이다 보니, 여러 다리를 걸쳤다.

당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준결선에 진출한 사람은 10여 명,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준결선에 진출한 사람은 7명이었다. 준결선 결과 6명 안에 들면 장려상을 받기 때문에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가 훨씬 가능성이 높았다. 한 명만 제치면 충분히 국가대표 부문에서 장려상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워터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통주 공부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 같다. (워터를 충분히 준비하고 나서 전통주 공부를 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워터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이때 전통주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면, 전통주 쪽으로 포커싱을 했을 것 같다.) 거기다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는 예선 2등으로 통과했다. 혼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에 괜시리 설렜다.

하지만 나는 준결선 시간표를 보고 낙담했다. 아침 9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준결선에 바로 이어 아침 10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준결선이 잡혔다. 컨디션 유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 직전에 전통주를 테이스팅을 하는 최악의 경우의 수가 걸렸다.

결과는? 둘 다 탈락했다. 전통주는 7등(꼴등)을 했고, 워터도 준결선 탈락했다. 확실하게 준비하지 못한 자의 결과였고, 여기저기 다리를 걸쳐놓았던 자의 최후였다. 나는 이 대회를 계기로 슬럼프에 빠졌었다. 워터, 전통주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 학교 수업, 학교 발표 등 모든 게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나만의 방법을 찾길

이 대회 이후에 나왔던 4회 대회, 5회 대회 땐 준결선을 통과해서 2년 연속 결선에 진출했다.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우승을 했던 4회 대회의 경험을 위주로 이야기해보겠다.

3회 대회 땐 나름 이론에 대해선 탄탄히 준비했지만,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기복이 심했다. 물에 대해 아는 사람들과 자주 자리를 가지면서 그 사람들만의 독특한 구별법을 이해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방식을 구축하지 못했다. 오히려 물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구별 방식을 만들었을 때 더 좋은 과정을 보였다. 나는 좋은 팔로워(Follower)였다.

4회 대회 땐 누구랑도 대회준비를 하지 않았다. 혼자 준비했고, 대회를 앞두고 많은 테이스팅 기회를 갖지 않았다. 일 년 동안 꾸준히 그 물들을 마시면서 나만의 구별법을 찾았다.

예를 들어, 게롤슈타이너(Gerolsteiner, 독일)는 내가 근무하던 워터바에서 생과일에이드인 레몬에이드와 자몽에이드의 베이스로 사용됐다. 탄산이 빠지기 때문에 큰 용량이 아닌 500mL 용량의 물로 사용했는데, 에이드 두 잔을 만들면 마지막에 50mL 정도 남았다. 남은 물은 보통 다음 잔에 사용하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내 입에 버리는 걸 허락하셨다. 일 년 가까이 의식하고 테이스팅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익숙한 물맛이 되었고, 특유의 미네랄, 돌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또한, 대회에서는 보통 5분 전에 잔에 따르기 때문에 원래의 탄산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주로 마셨던 건 남겨졌던 탄산수였기 때문에 기포는 거의 다 날아간 상태였다. 준결선을 준비하기엔 나에게 최적의 조건이었다.

또한 중간에 페리에이드라고 페리에(Perrier, 프랑스)를 이용한 에이드도 개발이 됐는데, 같은 방식으로 페리에 또한 내겐 익숙한 맛이 되었다. 나중엔 혼합음료를 맛보고도 게롤슈타이너를 사용했는지, 페리에를 사용했는지 또한 어렵지 않게 맞추게 되었다.

준결선 전 2주가 중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면 그때부턴 컨디션 싸움이다. 보통 예선 결과가 나오고 준결선까지 3~4주의 시간이 주어진다.

최대한 사람 만나는 기회를 줄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음식도 가려서 먹어야 한다. 국내 1호 이제훈 워터소믈리에에게 직접 들었던 이야기인데, 테이스팅을 위해서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스시도 간장 없이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4회 대회 땐 따라 해봤다. 술도 피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빵과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만 찾아 먹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5회 땐 사정상 이런 노력을 들이지 못했고, 우승을 놓쳤다.

또 테이스팅의 빈도는 줄이는 게 좋다. 나만의 테이스팅 방법을 그 시간에 찾는다면 이미 늦었다.
 

▲ 테이스팅은 몇 종류만 가지고 각각의 제품마다의 차이를 느끼는게 더 효율적이다. <사진=김하늘 워터소믈리에>

테이스팅은 가급적 일주일에 한 번 빈도로, 한 번에 많은 종류의 물을 테이스팅하기 보다는 5개 이내로 하는 게 좋다. 일주일 남았을 때 마음이 급하다고 많은 종류의 물을 테이스팅하다가는 혀가 피곤해진다. 또한, 종류가 많고 돈이 많이 들다 보니 준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1/n으로 테이스팅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 테이스팅은 간단하게 종류 몇개만 놓고 하는게 효율적이다. <사진=김하늘>

그렇다 보면 2주 전, 나만의 방법이 노출되거나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이 돈다. 거기다 많은 종류의 물 앞에서 물맛도 헷갈리기 시작하고 결국에 무너지기 쉽다. 차라리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같이 테이스팅을 하고 2주 전부턴 혼자 소량으로 하는 게 낫다. 그 테이스팅 하는 시간에 결선에서의 다른 평가항목을 준비하는 게 결선 때 더 경쟁력이 있다.

결선준비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에...
 

▲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칼럼니스트 소개] 김하늘은? 2014년 제 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자로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며 연속 입상했다. 다수의 매체와 인터뷰 및 칼럼연재로 ‘마시는 물의 중요성’과 ‘물 알고 마시기’에 관해 노력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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