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를 기념하는 '잉글리시 스파클링 와인' <사진=Royal Collection Shop>

영국은 백년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보르도의 넓은 포도밭을 확보하면서 부지런히 실어 나르다가 보르도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고, 백년전쟁 후에도 프랑스 와인의 가장 큰 시장으로 발전하였다. 

16세기 해상왕국으로 위치를 확보하면서 네덜란드와 더불어 영국은 유럽 대부분의 와인시장과 운송업을 장악했고, 이를 통해 와인의 품질과 생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산지 별 와인을 감정하여 품질 단계를 설정할 정도로 와인소비의 선진국이었다. 프랑스와 관세문제가 발생할 때는 수입 선을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로 변경하면서 셰리와 포트, 말라가, 마르살라 등을 개척하여 와인 제조자나 상인으로 활약하면서 이런 와인을 세계적인 명주로 발전시켰다.

단순한 알코올음료가 '경험'을 이끌어내는 음료로 격상된 데에는 영국의 영향력이 컸다. 단단한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의 등장, 와인에 열광하는 부유한 시민 계층의 출현 등이 그것이다. 특히 보르도의 와인 시장은 영국이었고 와인 가격은 런던에서 정해졌다. 1950년대까지도 보르도 사람들은 “8월에 런던 날씨가 좋으면 보르도 와인에게도 좋은 해”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수입(금액으로)하는 나라는 영국이며, 이들은 국내 소비보다는 재수출을 위해서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와인을 사고파는 나라인지라 와인에 대한 평가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객관적이다. 그래서 영국 출신의 와인 비평가의 영향력은 막강하며, 영국인이 저술한 와인 책은 가장 객관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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