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거리에서 쌀가게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마트나 백화점에 있는 양곡 코너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런데 계속 줄어드는 쌀 소비량에 그마저 있던 양곡 코너마저 점점 자리가 작아지고 있다. 다양한 쌀들, 새롭게 개발되어 나오는 쌀을 볼 수 있는 곳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어느덧 양곡 코너보다는 와인 코너가 훨씬 크다. 필자 주변에 쌀 품종 5개를 말할 수 있는 사람보다 와인의 포도 품종 5개 이상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1인당 양곡 소비량은 56.9kg으로 2020년 57.7kg보다 0.8kg이나 줄었다. 매년 통계청 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양곡 판매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으니, 그에 따라 양곡 판매점의 규모나 그 수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당연한 현실이다.

오프라인에서 쌀 판매량은 점점 감소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다행히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쌀의 판매 실적은 신선식품 중에서는 1위라는 것이다.

쌀은 무겁고, 굳이 매장에서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고, 늘 먹던 것을 먹으니 온라인이 편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매장에서 직접 다양한 쌀을 보고 고르는 즐거움을 고객에게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고객이 인터넷으로 발을 돌리게 된다.

물론 오프라인 매장 보다 가격이 싼 메리트도 있지만, 도정된 지 오래된 쌀이 배송된다든지, 주요 상품 정보가 일부 표시되지 않는 등 소비자의 불만도 같이 증가했다.

점점 쌀 구경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가도 양곡 매장은 시각적으로도 그다지 세련되지 못하고, 상당히 시대에 점점 뒤처지는 느낌이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 롯데가 야심 차게 ‘제타플렉스’란 이름으로 새롭게 마트를 리뉴얼했다. 정말 근래에 본 마트의 양곡 매장 중 제일 신경을 쓴 것 같다. 점점 온라인으로 몰리는 고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모두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모이게 하는지에 그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매장에서는 고객이 더 많은 체험을 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등 진화하고 있지만, 양곡 매장만 항상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 잠실 쌀집 <사진=박성환>

제타플렉스에서 보여준 양곡 매장은 다양한 품종의 쌀을 볼 수 있고, 구매가 가능한 것, 고객에게는 품종별 맛 지도를 제공하고, 쌀 포장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에도 신경 쓴 점 등이 좋았다. 일본의 ‘아코메야’를 상당히 많이 벤치마킹한 흔적이 있었지만, ‘아코메야’ 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

더 맛있는 새로운 품종의 쌀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는 잘 모르고 경험을 해 볼 공간조차 없다는 것이다. 늘 먹던 거만 먹으니 더 맛있는 쌀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는 모른다. 요즘 제타플레스에서 가장 핫하다는 한 모금씩 맛보기가 가능한 와인 전문숍 ‘보틀벙커의 테이스팅 탭’을 보니 더욱더 비교 된다. 코로나인 영향도 있겠지만, 새로운 쌀이 나온다면 고객이 와인처럼 맛을 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해 보았다.

▲ 보틀벙커 내 테이스팅 탭 <사진=박성환>

보틀벙커처럼 엄청난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새로 알리고자 하는 쌀 2~3종 정도만 한 입 먹을 만큼의 작은 용기에 즉석밥처럼 지어 고객이 원할 때 바로 데워주면 될 텐데, 그런 시도를 하는 곳은 왜 없을까. 양곡 판매점에 이런 테이스팅이 가능한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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