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의 와인 <사진=가산출판사>

‘파리의 심판’ 주인공의 기적이 가득 한 와인 이야기

1976년 프랑스 파리의 유명 와인 비평가들이 참석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파리의 심판The Judgment of Paris’에서 미국 나파 밸리의 와인 메이커 미엔코 마이크 그르기치가 만든 1973년 샤토 몬텔레나가 최고의 프랑스 샤르도네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하며 와인 세계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주인공, 그르기치의 자서전이다. 크로아티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양 떼를 몰고 다니던 소년이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경험하고 유고슬라비아 공산 정권의 감시와 탄압을 피해 탈출하여 고생 끝에, 자유의 나라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최고의 와인 메이커가 된 인생 여정을 담은 책이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긴 인생 이야기가 흥미로우며 서정적인 개인 추억들을 소환하며, 와인과 일체가 된 한 와인 메이커의 삶을 통해, 한 잔의 와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와 현대사에 얽힌 와인 역사를 잔잔하게 풀어나간다.

공산 유고슬라비아 탈출과 자유의 나라 미국 정착

<기적의 와인>은 1923년 크로아티아의 가난한 데스네 마을에서 태어난 미엔코라는 작은 아이가 살아온 이야기이다. 미엔코는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공산주의 체제 아래 어려운 젊은 시절을 보낸다. 좌절과 결단의 혼돈 속에서 친지들을 잃고, 기적을 체험하며 살아남은 그는 1954년 철의 장막을 넘는다. 얼어붙은 겨울 그는 캐나다를 거쳐, 자유의 나라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 최고의 와인 메이커가 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은 책이다.

22년이 지난 후 미엔코 마이크 그르기치는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세계 와인의 중심 인물로 우뚝 선다.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마침내 미국이 와인 왕국인 프랑스를 제패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르기치는 프랑스를 제치고 우승한 1973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를 직접 만든 장본인이었으며, 이 역사적인 사건을 계기로 미국 와인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르기치는 이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1977년 나파 밸리에 와이너리 그르기치 힐스 셀러를 설립했으며, 2008년에 드디어 미국 와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36년 만에 자유를 찾은 고향 크로아티아 데스네를 방문하고,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와이너리 그르기츠 비나를 설립하였다.

‘파리의 심판’과 미국 와인 이야기

그르기치는 20대까지 그의 조국 크로아티아의 운명처럼 기구했지만,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펼친 그의 인생은 캘리포니아 와인 역사와 맥을 나란히 한다. 한 와인 메이커의 자서전이지만, ‘위대한 미국 와인의 탄생’에 관한 책이며, 캘리포니아 와인의 발전사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1976년 ‘파리의 심판’에 대한 실제 이야기도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르기치가 만든 전설적인 1973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는 유명한 ‘파리의 심판’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4년에는 이 와인이 스미소니언 국립 미국 박물관이 선정한 ‘미국 역사를 만든 물건 101’에 포함되어 링컨의 모자와 그레이엄 벨의 전화 등과 함께 전시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는 와인 메이커로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나파 밸리의 성장을 극적으로 이끌어내었다. 지금은 3백 에이커가 넘는 그르기치 힐스 셀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책은 그르기치의 힘든 인생 여정과 놀라운 우승의 성공담을 회고하는 책이지만, 또한 나파 밸리의 격동기에 일어난 사건들과 미국 와인 양조 산업의 전통을 계승하고 성장시킨 인물들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을 포함하고 있다. 완벽한 와인을 추구하며 살아온 그의 예술적 인생관을 되짚어 보게 하는 감동적인 책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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