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래되어 단조롭게 보이는 샤토 건물

보르도 그랑크뤼 3등급인 샤토 지스쿠르(Chateau Giscours)의 역사는 13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700년전에는 요새화된 성으로 지어졌으나, 와인을 생산하게된 것은 1552년 무렵부터다.

프랑스 혁명 직전에는 당시 보르도의 유력 가문인 생 시몽(Saint-Simon) 가문의 소유였지만, 혁명 정부에 의해 압수되었고 1793년 보스턴 출신의 미국인 존 그레이와 조나단 데이비스에게 그 소유권이 넘어가게 되는데, 그 이후에도 수차례 소유권 이전이 있은 후 1845년 페스카토레 백작이 지스쿠르를 매입하고 피에르 스카윈스키라는 매니저를 채용한 후부터 본격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 지스쿠르 와인과 샤토 뒤 테르트르,자매 샤토였으나, 샤토 뒤 테르트르는 2021년 매각되어 분리되었다.

중력 흐름(Gravity Flow) 방식이란, 와이너리내 포도의 반입부터 착즙, 발효, 저장, 숙성, 출하의 전 과정에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설계함으로써 와인에 공기가 섞이거나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기계적 펌핑을 하면 와인이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나무의 치명적인 질병인 백분병의 치료에도 큰 공헌을 한 인물로, 무려 50년 동안 샤토 지스쿠르를 관리했는데, 지하 셀러에서의 와인 이동은 자연스러운 중력의 힘에 따라 움직여야한다고 주장하고 물류 이동에 중력 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식 와이너리는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샤토의 별관, 테이스팅 룸

1995년에 에릭 알바다 옐게르스마에게 지스쿠르의 소유권이 넘어가게 되는데, 3년 뒤인 1998년 샤토 지스쿠르는 Margaux AOC 법을 위반하는 큰 불명예를 겪게 된다.

그 후, 1954년 알제리 출신의 니콜라스 타리(Nicolas Tari)가 지쿠르스의 새 주인이 되었고, 포도원의 재건과 확장에 전념하게 된다.

타리는 1976년 보르도 그랑크뤼 협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하였고, 그 유명한 '파리 심판'에서 11명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 지스쿠르의 VIP 테이스팅 룸

이런 사기 행각의 여파로 샤토 지스쿠르의 명예는 크게 실추되었고, 옛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혐의 내용은 지스쿠르의 세컨드 와인 'La Sirene de Giscours' 20만 병을 만들면서 Margaux 지역 포도가 아닌 Haut Medoc 포도를 몰래 섞어서 만들었다는 것인데, 결국 유죄로 인정되었다.

이 사건은 해고를 당한 전직 직원의 밀고로 인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샤토 지스쿠르의 명성 회복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은 알렉산더 반 비크(Alexander van Beek)인데, 그는 24세 때인 1995년 가을 포도 따기 일용직으로 시작하여 와이너리 총괄 매니저까지 승격했는데, 그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샤토의 명성도 회복되고 와인의 품질도 많이 개선되었다.

▲ wine dispenser로, 빈티지 별로 맛볼 수 있다.

특히 2015빈은 Giscours 와인을 새로운 품질 수준의 반열에 올려놓게 되는데, 이후 빈티지들도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Giscours는 2000년부터 기계 수확에서 손 수확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 시점이 품질 향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빈티지들은 계속 품질이 좋아졌고, 특히 2009빈은 향이 풍부하고 질감이 부드러운 개성이 강한 와인으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다.

샤토 지스쿠르의 추천할 만한 좋은 빈티지는 2020년, 2019년, 2018년, 2017년, 2016년, 2015년, 2014년, 2012년, 2010년, 2009년, 2008년, 2005년, 2001년, 2000년 및 1961년이다.

▲ 지스쿠르 별관옆으로 광대하게 펼쳐진 포도밭이 보인다.

샤토 지스쿠르는 총면적이 165헥타르로, 이중 102헥타르가 Margaux AOC에 속하는데, 65%의 까베르네 소비뇽, 30%의 메를로, 3%의 쁘띠 베르도, 2%의 까베르네 프랑에 식재되어 있으며, 모두 43개의 분리된 Plot으로 구성되며, 주로 Chateau Giscours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63헥타르의 포도밭은 오 메독 AOC에 속하며 여기서 나는 포도로 Haut Medoc de Giscours를 생산하고 있다.

▲ 지스쿠르 포도밭의 토양 단면을 보여준다. 작은 자갈들이 많이 보인다.

토양의 대부분은 자갈이 많고, 모래와 석회석이 섞여있다. 포도나무의 수령은 평균 45년 정도이다.

포도원의 20% 정도에는 비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샤토 지스쿠르에는 총 26개의 스테인리스 탱크와 42개의 콘크리트 Vat이 있으며 작게는 20헥토리터에서 큰 것은 250헥토리터까지 들어가는 크기이다.

말로락틱 발효의 80%는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진행되며, 20%는 오크 배럴을 사용한다. 

▲ 셀러에서 숙성중인 와인

와인은 평균 18개월 동안 50%의 New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된다.

최고의 와이너리들은 이렇게 원류 관리를 철저히 한다. Chateau Giscours는 메독 지역의 샤토 중 처음으로 광학 분류기를 사용해서 포도를 선별하고 있는데, 사람 손을 겨쳐 엄선된 포도알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포도알을 한 알 한 알 광학적으로 분석하여 미세한 결점이 있는 포도알을 고압 분사 장치로 걸러냄으로써 최적의 포도알들만 골라져서 양조에 쓰이고 있다.

▲ 시음했던 2012빈 와인 

Chateau Giscours는 숙성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는 2~3시간 정도 디캔팅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올빈의 경우는 침전물만 제거하고 바로 마셔도 좋다. 

샤토 지스쿠르의 연간 생산량은 25,000 케이스 정도이며, 세컨 와인으로 La Sirene de Giscours를 만들고 있다.

▲ 우리 일행을 맞이해주는 홍보담당 직원

최소 10~12년 정도 숙성한 후 마시는 것이 좋으며 빈티지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15~30년 정도에 최고의 포텐셜을 보여줄 수 있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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