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푸아스 드 부르고뉴(Epoisses de Bourgogne)’와 보르도 와인 <사진=Wikimedia>

나폴레옹이 치즈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기록을 보면, ‘카망베르(Camembert)’, ‘발랑세(Valençay)’, ‘미몰레트(Mimolette/Boule de Lille)’, ‘에푸아스(Epoisses de Bourgogne)’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폴레옹은 냄새가 아주 고약한 에푸아스 치즈를 가장 좋아했으며, 특히 그가 좋아하는 샹베르탱을 마실 때는 꼭 에푸아스를 곁들였다고 한다.

에푸아스는 이 치즈를 생산하는 부르고뉴 마을 명칭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치즈는 16세기 후반 시토파 수도승들이 개발하여 20세기 초반까지 나오다가, 점차 생산량이 감소하여 2차 대전 중에는 거의 사라졌다가, 이를 베르토(M. Berthaut)가 1956년 다시 복원하여 1991년에 AOC/AOP 치즈가 된다. 부르고뉴의 단일 농장에서 나오는 것은 전부 ‘페르미에’ 치즈이며, 그 밖에 크고 작은 농장에서는 ‘아르티사날’로도 나온다.

이 치즈의 강한 향은 숙성 기간 중 치즈의 외피를 브랜디로 자주 씻어주기 때문에 그 향이 베인 데에 미생물의 작용이 더해져 그렇게 된 것이다. 숙성은 4주 이상 하는데, 처음에는 물이나 소금물로 외피를 씻고 그 다음에는 여기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외피를 일주일에 한번에서 세 번 정도 세척을 한다. 그러면서 첨가하는 브랜디의 비율을 점차 높인다. 여기에 사용하는 브랜디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찌꺼기를 증류하여 만든 것으로, 이탈리아의 ‘그라파(Grappa)’와 비슷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포도 찌꺼기를 ‘마르(Marc)’라고 하는데, 이것으로 만든 브랜디를 ‘오 드 비 드 마르(Eaux-de-Vie-de-Marc)’라고 하며, 줄여서 ‘마르(Marc)’라고도 한다. 부르고뉴에서는 이를 ‘마르 드 부르고뉴(Mars de Bourgogne)’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숙성시키면 점차 고유의 향과 색깔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냄새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이를 먹지 못하게 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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