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간 편의점, 소매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의 확장과 스마트오더 규제 완화, 거리두기로 인한 혼술 영향은 '와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었던 한국의 와인 시장에서 '한국와인'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한국와인 관계자와 소믈리에, 한국와인 생산자들이 함께 한국와인 산업에 대해 논의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8월 26일,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에서 개최된 영동군과 매일경제가 주최하고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관하는 '제8회 한국와인대상'이 최다 출품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친데 이어서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는 9월 30일(목) '한국와인 생산산업 및 한국와인대상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 한국와인 생산산업 및 한국와인대상 온라인 간담회

국가대표 소믈리에 한목소리 "품질 수준이 높아진 한국와인"

한국와인대상 심사위원단으로 참석한 국가대표 소믈리에들은 입을 모아 한국와인의 품질 수준이 이전과 달리 매우 좋아졌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화이트 와인의 품질에 대한 호평이 많았고, 레드와인 또한 품종 특성에 맞게 품질이 준수하다고 평했다. 

최정원 소믈리에(유탑마리나호텔&리조트)는 "화이트, 로제 와인의 수준이 매우 올라왔다. 한국 레드와인의 경우에 일부 밸런스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페어링만 잘 된다면 매우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인다"라고 언급했으며, 안중민 소믈리에(SPC 그룹)는 "전반적으로 품질이 우수했고, 특정 와인은 블라인드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한 예도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조현철 소믈리에(라빈리커 스토어)는 "감동적인 심사"였다며 "레드와인의 경우 폭시함이 특징이며, 퀄리티가 매우 좋은 와인도 있었다. 같은 레드 와인이지만 스타일이 매우 다양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와인 생산자 "노력의 결실 맺어가는 중"

2000년 이전 한국와인들은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와인을 생산하였지만, 와인애호가들에게 외면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의 와인생산자들이 달라진 위상을 체험하고 있다. 한국와인의 경우 수입산 와인들과 달리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어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생산자들의 매출 또한 전반적으로 높아 졌다.

한국와인대상에서 다이아몬드, 그랜드골드를 수상한 와이너리들은 간담회를 통해 매출이 호조세를 보인다고 언급했다.

샤토미소의 안남락 대표는 "이전부터 꾸준히 품평회에 참가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준비한 덕분인지 여러 이유로 매출이 예전보다 올랐다"라고 언급했으며, 고도리 와이너리의 최봉학 대표는 "힘이 많이 들긴 했지만, 이번 추석 선물세트의 주문이 정말 많았다"라고 전했다. 수도산 와이너리의 백승현 대표 또한 "온라인 판매가 호조를 보인다. 명절 특수로 인한 것보다도 전반적으로 매출이 올랐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와인대상에 출품한 미라실의 서장원 대표는 "처녀 출품이지만 좋은 평을 받게 되어 기분이 좋다. 수상결과를 바탕으로 수상 3종 세트를 기획하였는데, 명절 기념품으로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아 매우 만족스럽다. 이러한 노하우를 업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안중민 소믈리에(SPC 그룹)는 "업장에 전통주 리스팅이 많이 생겼고, 외국인들에게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와인을 식당에서 찾아보긴 쉽지 않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들은 소믈리에와 함께 소통하고 협업하여 마리아주 등 전통적인 궁합을 제안하면 좋은 마케팅이 될 것"이라며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와인의 미래, "체계화된 기준 마련 필요"

'한국와인' 생산자들의 매출은 높아졌지만, 전반적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심사위원과 한국와인 관계자들은 공통으로 체계적인 시스템, 한국와인 기준 등의 확립으로, 주류 매장에서의 접근성과 한국와인의 특징이 반영된 별도의 평가 기준 개선, 한국와인 정보의 통일성, 각종 한국와인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최정원 소믈리에(유탑마리나&리조트)는 한국와인의 심사와 관련하여 "와인 스타일이나 증류주별 차별화가 필요하며, 한국와인의 평가 지표에서 '맛'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지역적인 특징과 품종, 스토리, 라벨디자인, 와이너리의 철학 등등 여러 요소를 검토하여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이정훈 소믈리에(그랜드워커힐호텔)는 "수상 와인의 경우, 상위 와인들만 조명을 받고 나머지 와인들이 소외된 듯한 느낌이 드는 듯 하다. 하지만, 실제 시음을 통한 심사에서 수상와인과 수상받지 못한 와인의 품질과 맛 차이는 정말 크지 않다. 앞으로 가능하다면, 소믈리에타임즈 등 와인 전문 미디어와 협업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수상 와인들의 소개와 정보전달이 필요할 것 같다"라며 평가 이후 콘텐츠 등을 통한 마케팅 안을 제시하였다.

송기범 소믈리에(현대그린푸드) 또한 "와인 보틀의 백 레이블에 와인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가 제대로 구축되고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와인 시장이 성장한 국가들의 경우 와인에 대해 통일되고 정리된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여 소비자가 와인을 구매하고 시음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라며 데이터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다른 관계자 및 전문가들 또한 '와인 용어의 통일성', '한국와인 카테고리의 명확한 구분', '와인 정보 및 데이터 구축 등의 필요성을 공통으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국와인연구소장 최정욱 소믈리에는 "현재 한국의 술에서 과실주에 편입이 되어 있는 한국와인의 경우, 별도의 기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림부에서도 이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지만, 한국와인만 별도로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다. 다행히 와인 데이터의 경우 한국와인 생산협회와 함께 각종 한국와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개설할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위트 레드'와 '드라이 레드'에 대한 기준의 명확성이 없어 레드와인의 품평이 까다로웠다는 의견에 대해서 영동농업기술센터 김금숙 과장은 "해당 부분은 자체적인 연구과제를 통해 기준마련을 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aT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음을 확인하여 머지않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한국와인대상

한국와인대상과 관련하여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앞으로 행사의 발전과 한국와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간과 예산이 넉넉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이었다. 

(사)한국국제소믈리에 협회장 고재윤 고황명예교수는 "앞으로 한국와인과 행사의 발전은 예산이 풍족해야 가능할 것이다.

올해의 경우도 어렵게 영동 쪽에서 예산을 마련하여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동군에서 어떻게 행사를 확장할 것인가에 따라 세미나라던지 우수 와인에 대한 소개 등 마케팅 요소 등이 필요하다. 분명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주최 측에서는 금년도 문제점을 보완하여 내년도 행사 준비가 잘 진행되길 바란다"며 의견을 전했다.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영경 국장은 "올해의 경우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홍보 또한 일찍 진행되어 원활한 행사가 추진되면 좋겠다. 일찍부터 영동군, 심사위원들과 함께 협의를 통해 품평회 또한 좀더 깊이 있게 구성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홍연 부회장은 "이제는 한국와인대상의 인지도가 잘 잡혀 있다고 본다. 특히, 이번 행사를 서울에서 진행한 것은 여러의미로 긍정적이었고, 참가업체 또한 만족했다. 서울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되면 영동이 주최가 되는 지역이지만, 다른 지역들도 자극받을 수 있고, 시간과 예산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동의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한국와인 생산자들은 앞으로는 예산 문제와 관련하여 출품업체에서 출품비를 내는 방향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특히 처음으로 영동군이 아닌 '서울'에서 진행한 이번 품평과 관련하여 앞으로도 서울에서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와인 생산자의 입장에서도 한국와인대상이라는 품평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한국와인을 알리고 시장 성장을 위한 전국적인 대회임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해당 의견에 입을 모았다.

영동농업기술센터 김금숙 과장은 "한국와인대상과 관련하여 예산 수립에 대해서는 아직 이른 시기라서 답을 드릴 수 없다. 행사와 관련하여 추후에 '소비자 평가' 부문을 도입하려고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고재윤 고황명예교수는 "한국와인의 현주소는 품질은 많이 개선되었으나, 더 발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마케팅 등이 부족한 이유에서인지 한국와인은 국내 기반이 아직 약하다. 와인 소비자들은 주로 첫 와인을 프랑스 와인으로 경험하다 보니 익숨함의 문제로 아직 한국와인에 대한 기피 현상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한국와인으로 와인을 시작한다면 이러한 한국와인 기피 현상을 점차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와인 레이블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협업하여 통합작업을 해야 앞으로의 국제화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와인 생산자분들은 와인 품질 유지를 위한 노력뿐 아니라 와인의 브랜드화에도 힘을 내야 한다"고 총평했다. 이어 "영동군 및 소믈리에와 한국와인 생산자와 함께 좋은 자리 마련하여 감사하다. 협회도 한국와인을 위해 노력하여 최우선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와인연구소장 최정욱 소믈리에가 진행한 이번 간담회에는 한국와인대상 심사위원장인 고재윤 경희대고황명예교수를 비롯한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등 6인과 협회 관계자, 김금숙 영동군 와인연구소 과장 및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한국와인 대상 심사결과 분석 평가', '한국와인 산업의 발전방안', '향후 한국와인대상 개선방향' 등을 주제로 약 90분간 논의를 진행하였다.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 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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