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단 2년 만에 달라진 '와인'의 위상

언제부터일까? 한국의 주류시장에는 소주와 맥주가 쌓아놓은 성 옆에 어느새 와인이라는 성이 우뚝 섰다.

코로나라는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더욱더 깐깐해진 소비자의 주머니는 '와인'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상품에 열리기 시작했다. '혼술', '홈술' 키워드를 앞세워 소비자를 두드린 와인은 성공적으로 대중에 안착했다. 코로나와 함께 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와인은 가정을 넘어 각종 업장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술이 되었고, 2년 전 '우리들만의 리그'와 같은 와인 시장은 대중에게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으며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TV나 뉴스, 라디오 등 대중매체와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와인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고, 무엇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너도나도 와인 경험에 앞장서 와인을 소비하고, 공부하며 인스타그램 등 SNS에 와인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와인 구매에 대한 접근성 또한 개선되어 웬만한 도시의 중소형 마트는 물론이거니와 전국의 편의점과 각종 주류 소매점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와인을 판매 중이며, 서울이나 주요 도심의 외각 지역에도 비교적 주차가 수월한 장점을 앞세워 대형 와인 할인점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의 많은 주류 소비자들은 소주와 맥주를 넘어 언제 어디서든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구매하고 즐기기 시작했다.
 

◼︎ 와인 업계의 전례 없는 호황, 오히려 '조심'

이렇게 소비자 시각에서 체감적으로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국내의 와인업계의 전반적인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국내의 전반기의 와인 수입액은 3,80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수입액을 기록하기도 하며 맥주의 아성을 넘어섰다.

국내의 주요 와인 수입사들은 올해 전반기를 보내며 연말 목표를 다시 상향 조정했다. 과거 소극적인 유통방법에서 벗어나 직접 소매점을 공격적으로 오픈하고 운영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하고, 다양한 와인들을 소싱하여 더 다채로운 구성을 선보이고 있다. 대형 유통사들은 각종 앱을 통해 와인 스마트 오더 시스템을 구축하며 바쁜 한해를 보냈다. 이미 뜨거운 여름은 지나갔지만, 9월에는 '추석'이라는 특수에 와인업계는 어느 때보다 뜨겁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의 주요 와인수입사 중 한 곳인 레뱅드매일의 마케팅 총괄 박소영 전무는 "작년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성장은 7월과 8월 조금 주춤하는 듯했지만 9월을 기점으로 다시 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석 특수를 맞는 요즘은 어느 때보다 선물로서 와인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것이 체감된다. 유통 채널들에서도 와인은 대세가 되어 많은 바이어 측에서 문의가 들어오고, 기존에 와인을 취급하지 않던 대형 유통 채널들의 문의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라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이어 "성장도 좋지만,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곧 닥칠 수도 있는 소비가 정체되는 순간을 대비하고 있다"라며 최근의 업계의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함께 전했다. 

소비자의 와인 소비패턴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와인 선호 가격대는 양극화를 보인다. 과거와 다르게 3만 원 이하의 와인 소비와 10만 원 이상의 와인 소비가 늘었다. 중간 가격대의 와인은 비교적 성장이 둔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 가파른 성장세의 한국 와인시장, 성장세 주춤한 미국 와인시장보다 "매력적"

국내 와인시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해외에서도 감지한 모양이다.

글로벌 와인 조사전문 업체 와인인텔리전스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으로 미국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10위에서 8계단 올라 2위를 차지한 ‘한국’ 역시 올해에도 같은 자리를 유지했다.

와인인텔리전스의 ‘더글로벌컴패스 보고서(The Global Compass Report)’는 매년 주요 경제 및 와인 시장을 탐구하고 있는데, 와인 시장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요인들을 토대로 '가장 매력적인 와인시장' 순위를 매기고 있다.

와인인텔리전스의 CEO 룰리 할스티드(Lulie Halstead)는 “미국의 경우 와인 판매량 부문에 있어 두드러진 해였다. 정부의 부분적인 경기부양책에 의해 자금이 지원되었고, 강력한 경제 회복을 이루며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었다”라고 1위 시장의 포인트를 설명했다. 

할스티드는 한국의 성장에 더 주목했는데, 그녀는 "2위인 한국의 경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주류 전문 연구기관 IWSR(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Record)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와인 소비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이 +11% 이상 증가했다”라고 말하며 한국 와인시장의 특별한 성장세를 전했다.

2021년의 글로벌 와인 업계는 시장마다 각자의 상황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 올해 큰 폭의 성장을 이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의 경우 내수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다. 코로나19 규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해외가 아닌 자국 내에서 와인을 구매하게 되며 성장한 것이다.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과 같은 남미 시장의 경우 소비자 기반 확대, 전자상거래의 부상, 소비자의 모험적 태도 등과 같은 요인으로 순위가 상승했다. 

반면, 관광 사업에 의존적인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의 경우 자국 내에 소비되는 와인의 양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에 하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앙골라와 남아공의 경우 각각 경제적 문제와 주류 판매 금지 조치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편, 미국과 한국을 더불어 이번 조사에서 상위 5위 시장은 영국, 아일랜드, 독일 순이었으며, 콜롬비아는 한국, 브라질, 루마니아, 싱가포르와 함께 새로운 ‘성장하는 와인 시장’에 합류했다.

◼︎ 글로벌 와인 시장의 성장, '전자상거래'가 견인

전 세계적으로 올해 와인 시장을 이끈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꼽자면 ‘전자상거래’이다. 세계 시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와인 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전례 없는 와인시장의 성장 기회가 창출되었다.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기존 와인애호가들은 코로나19 제한이 풀리더라도 온라인 구매를 계속 애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시장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해외와 마찬가지로 비대면 '스마트 오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만 2년도 되지 않아 국내 주요 편의점, 마트, 와인수입사, 전문주류샵에 이어 제과점까지 대부분의 유통채널이 스마트 오더 기능을 구축해 와인 소비 촉진을 주도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의 소비자는 어디서든지 와인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담아 이전보다 편리하게 구매하게 되었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한국의 와인시장이다. 물론 예측할 수 없는 국내의 정세와 전자상거래의 규제, 수입으로 인해 비교적 높게 형성된 와인의 가격 등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있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주요 와인 소비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김동열 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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