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스럽게 열린 포도

인간은 물과 소금을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체를 죽여서 먹는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동물을 죽여서 맛있게 먹는 동물성 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배추나 시금치 같은 식물성 식품도 생명체를 통째로 먹어치우고, 쌀이나 보리도 살아있는 어린 생명체를 먹는 셈이다. 몇 가지 예외가 있는데, 자기 새끼를 먹이기 위해 내놓는 ‘우유’는 동물의 것을 빼앗아 사람이 먹는다는 다소 치사한 면이 있고, 계란 중에서 무정란을 들 수는 있겠지만, 잘 생각해 보면 조금 꺼림직 한 측면도 있다.

▲ 어린 포도

그러나 과일은 씨를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내놓는 것이라, 이를 먹고 씨를 앞으로 뱉거나 뒤로 뱉으면 생명을 살려주는 일이다. 포도를 비롯한 과일은 “나를 먹어주세요!” 외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씨가 여물지 않았을 때의 과일은 알맹이가 작고, 단단하고, 시고 쓴맛을 가득 넣어서 동물들이 먹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고, 그것도 안심이 안 되어 잎과 똑같은 보호색을 띠고 있다. 그러나 씨가 여물어 가면, 알맹이가 커지면서 부드러워지고, 적절한 신맛에 단맛을 가득 넣어 주고, 향까지 풍기면서 동물을 유혹한다. 그러면서 동물들 눈에 쉽게 띠도록 갖가지 색깔로 치장까지 한다. 동물들은 이 과일을 먹고 씨만 멀리 뱉어주면 된다. 그러면 과수가 원하는 종족번식의 목적은 달성되고, 동물은 맛있고 배부르니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아마도 에덴동산이 이런 과일로 꽉 차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