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OBE, ComMA, MW <사진=Richard Brendon>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OBE, ComMA, MW은 세계를 넘어 국내에도 와인 업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저명한 와인 평론가, 저널리스트 그리고 작가이다.

와인과 관계없는 스코틀랜드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가 세계를 여행하며 와인 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상징적인 인물이 되기까지, 소믈리에타임즈는 그녀의 와인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와인 업계에서 일하신지 벌써 40년 이상이 되셨는데요, 와인 평론가와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특별히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스코틀랜드 국경 바로 남쪽에 위치한 컴브리아 북부의 46명이 사는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사실상 와인과는 관계가 전혀 없는 10대를 보낸 거죠.

저는 옥스퍼드 대학교를 다닐 때 와인을 처음 접했는데, 훌륭한 음식 그리고 와인과 함께 수학과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당시 저는 음식의 세계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와인과의 사랑도 진전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계기가 된 와인은 ‘샹볼뮈지니 레자뮤레즈 1959(Chambolle-Musigny, Les Amoureuses 1959)’ 였고요.

▲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와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그녀 <사진=jancisrobinson.com>

와인이 정말 매력적이었던 점은 감각적인 즐거움과 진정한 지적 자극을 결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리잔에 담긴 와인에 역사와 지리, 심리학, 창의력 그리고 많은 과학이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당시에 음식과 와인에 대한 주제는 다소 경박한 것으로 여겨졌고, 그리하여 저는 영국에서 가장 큰 여행 비즈니스 회사에서 3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전 이러한 직업에 오랫동안 싫증을 느꼈고 프로방스의 포도밭으로 향해 그곳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제가 원한 인생의 전부였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 음식과 와인에 관한 직업을 찾기로 결심했고, 1975년 12월 1일, 영국의 와인 무역 잡지 ‘Wine & Spirit’의 보조 에디터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Q2. 잰시스님의 경력에 대해 모든 것을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와인 업계에서 정말로 많은 일들을 해오셨는데요. 그중에서 자신에게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아마도 이제 막 와인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 이전의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한 외부 자극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제 커리어에 대한 계획을 딱히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저에게 많은 일을 제안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저는 도전하는 걸 좋아했죠.

▲ 와인을 시음하고 있는 잰시스 로빈슨 <사진=jancisrobinson.com>

Q3. 그렇다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요?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시험, TV 시리즈 제작(BBC 잰시스 로빈슨의 와인 코스), 책 집필(와인 아틀라스(Wine Atlas)) 그리고 아기를 갖는 것을 동시에 했던 것이 꽤 어려웠던 것 같아요.

또한, 디지털화 이전 시대에 80만 단어로 이루어진 ‘옥스퍼드의 와인 안내서(The Oxford Companion of Wine)’ 초판을 처음부터 다시 제작했던 것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와인에 대한 결정적인 학술 논문으로 페이지마다 깨알처럼 채워진 1,0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책이었어요.

Q4. 와인 평론가로서, 잰시스님이 생각하는 ‘좋은 와인’이란 무엇일까요?

저에게 있어 흥미로운 와인이란 과도한 단맛, 산성 그리고 타닌 또는 분명한 알코올이 없는 그리고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지속적인 피니시(finish)가 있는 와인입니다.

▲ 디자이너 리처드 브랜든과 함께한 '잰시스 컬렉션' <사진=Richard Brendon>

Q5. 최근에는 디자이너 리처드 브랜든(Richard Brendon)과 함께 자신만의 와인잔 & 디캔터 컬렉션을 출시하셨습니다. 와인잔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와인과 와인잔 매치를 위한 팁을 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40년 이상의 와인 시음 경험을 통해 확신하는 것은 스틸, 스파클링, 레드, 화이트, 로제, 알코올 함량 그리고 당도의 관계없이 단 하나의 와인잔이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스템이 있어야 하며, 아로마를 모으고, 와인을 흘리지 않도록 림(rim) 부분이 안으로 들어가 있으며, 와인과 가까이 접촉할 수 있도록 아주 얇은(wafer-thin) 두께인 것이 이상적입니다(이를 위해선 핸드메이드로 제작해야 하죠). 또한, 대부분의 파손은 손 세척 및 건조 중에 발생하기 때문에 식기세척기에 내성이 있는 것이 좋아요.

▲ 잰시스 컬렉션 와인잔 <사진=Richard Brendon>

단, 와인잔과 달리 디캔터의 경우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영(young) 한 와인을 위한 공기가 통하는 디캔터와 성숙한(mature) 와인을 위한 스토퍼(stopper)가 있는 디캔터요.

▲ 잰시스 컬렉션 디캔터 <사진=Richard Brendon>

Q6. 마지막 질문입니다! 와인 전문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자신의 코를 따라가고, 눈과 귀를 열어 놓으세요! 모든 것을 흡수한 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요즘 같은 경우에는 빈야드나 와이너리에 찾아가 경험을 쌓도록 노력해야 할 거예요. 행운을 빕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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