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의 위로의 마리아주, 콥 샐러드 <사진=이주현>

함께하면 더욱 좋은 것들이 있다. 가령, 나에게 있어 커피와 책이 그렇다. 따로 즐겨도 충분히 좋지만,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일명 ‘꿀조합’들이다. 음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함께하면 맛과 영양이 더욱 좋아지는 조합이 있다. 그중 하나가 샐러드이다. 신선한 각각의 재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걸쭉한 드레싱과 섞이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풍요로운 맛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상큼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토마토 카프레제’를 살펴보자. 신선한 토마토와 쫄깃쫄깃한 모짜렐라 치즈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식재료다. 하지만 이 둘이 한 그릇에 담겨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 세례를 받고 나면 완전히 다른 요리로 탈바꿈한다.

▲ 신선한 토마토와 야채, 치즈, 그리고 발사믹 소스가 버무려진 토마토 카프레제 샐러드는 좋은 '꿀조합 요리'의 예다.

가열하여 익히거나 튀기는 등 별다른 조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맛이 창조된다. 바로 이것이 샐러드가 가진 최대 매력이 아닐까.

이는 한국의 쌈 문화와도 닮은 데가 있다. 상추에 깻잎을 겹겹이 쌓고, 그 안에 고기, 파, 마늘을 듬뿍 넣어 한 입에 넣으면 어떤가. 따로 먹으면 절대 안 나는 황홀한 맛이 난다.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의 쌈과 서양의 샐러드는 그 본질이 비슷해 보인다.

세상에는 수많은 샐러드 종류가 있지만, 그중 필자에게 제일 좋아하는 것 하나만 꼽으라면 '콥 샐러드'를 선택하겠다. ‘콥 샐러드’는 'Cobb'이라는 셰프가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채소로 만든 샐러드에서 유래했다. 탄생 배경은 다소 초라해 보이지만, 지금은 근사한 손님용 요리로 사랑받는 샐러드가 되었다.

필자가 콥 샐러드를 각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오감을 자극하여 평소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과일과 채소의 껍질을 다듬고, 일정한 크기로 썰다 보면,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선명한 자연의 색감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1+1은 2가 아닌 무한대,
함께하면 새로운 맛으로 태어나는
'콥 샐러드와 샴페인'

▲ 이주현의 위로의 마리아주, 콥 샐러드 <사진=이주현>

콥 샐러드에 들어가는 재료는 정해진 것이 없다. 냉장고 사정대로 재료를 꺼내고, 정갈하게 손질한 뒤에 커다란 그릇에 담아내면 나만의 '콥 샐러드'가 완성된다.

▌필요한 재료

아보카도, 토마토, 계란, 새우
* 요거트 드레싱:요거트1개(85g), 올리고당 1큰술, 레몬즙 1큰술, 홀그레인 머스터드 1/2큰술, 마요네즈 2큰술, 파마산 치즈 1큰술(선택), 후추 살짝

▌만드는 과정

1. 껍질을 제거한 새우는 데친 뒤에 식힌다.
2. 삶은 계란, 토마토, 아보카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분량의 드레싱 재료를 섞은 뒤 샐러드에 곁들인다.

참으로 신기하다. 아보카도, 토마토, 새우, 계란을 따로 먹었을 때는 절대 안 나던 맛이 난다. 재료를 예쁘게 다듬고 한 데 모아서 섞어 주니 한층 풍성해진 맛으로 그 노고에 보답하는 듯하다. 고소하지만 퍽퍽한 계란을 먹다 보면, 상큼한 토마토가 입 안에서 톡톡 터지고, 진한 맛의 새우 알갱이가 뒤이어 나오면서, 부드러운 아보카도가 입 안을 싸악 감싼다. 들어간 재료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입 안에서 신나게 춤을 춘다. 재료 각각의 고유한 맛이 느껴지는 것 뿐만아니라 새로운 맛이 무한대로 펼쳐진다.

가벼운 샐러드나 달콤한 디저트를 먹을 때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내 오면 센스 선택이 된다.

기본적으로 톡톡 튀는 청량한 와인이 싱그러운 샐러드와 기분 좋은 페어링을 보여 준다. 다만, 지나치게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은 샐러드 재료 본연의 맛을 덮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은 샐러드나 까나페와 같이 가벼운 음식과 곁들이는 식전주로 제격이다.

특히, 사과나 배 등 풍부한 과실향과 토스티한 풍미, 섬세한 기포를 가진 드라이 샴페인은 아보카도, 토마토, 치즈 등이 들어간 샐러드의 맛을 한층 우아하게 함과 동시에 고급스러운 식탁 분위기도 선사한다.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야 하며,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요즘이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서 콥 샐러드에 샴페인을 곁들여 여유있는 주말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하면 좋은 사람이 있다면 초대해보자. 식재료도 함께하면 이렇게 풍성한 맛을 내는데,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선사할는지, 요리연구가인 필자는 인생과 요리 역시 그 본질이 동일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 이주현 요리연구가

이주현 칼럼니스트는 감성을 담은 요리, 무드앤쿡(Mood & Cook)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며 요리연구가 및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주현의 위로의 마리아주'를 통해 소믈리에타임즈 독자에게 맛있는 음식과 와인 한 잔으로 일상에 위로의 순간을 선물하고자 한다. 

소믈리에타임즈 이주현 칼럼니스트 mood_c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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