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에버바흐 수도원의 와인셀라 <사진=Wikimedia>

와인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수도원의 와인 양조’라고 할 수 있다. 중세시대 시들어가는 와인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킨 수도원은 와인 뿐 아니라 과학과 신학, 농업까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수도승은 현대로 보면 두뇌집단으로, 수도원은 국립연구소라고 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글을 모르던 시절에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잔소리하는 마누라도 없고 부양할 가족도 없이 수도원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으니, 모든 정보를 흡수하여 천문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에 글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정보력에는 차이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수도승은 포교보다는 자신의 도를 닦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성경을 읽지만, 하루 종일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게 종사하는 사람이다. 와인을 만드는 수도승이 있는가 하면, 치즈를 만드는 수도승도 있으며, 구두를 만드는 수도승도 있었다. 이렇게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자기 일에 대해서 연구하고 기록하여, 후배 수도승에게 물려주는 자세로 일을 하니까, 그 일은 세월을 거듭하면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면 기록은 없고 어깨너머 배우는 형식이라서 발전은 없고 ‘답습’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버지가 일찍 죽으면 그 기술은 끊기게 된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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