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동북부 끝과 슬로베니아 국경에 위치한 프레포토(Prepotteo) 지역에 위치한 가족 와이너리 '롱코 세베로(Ronco Severo)'는 어떠한 화학제품도 쓰지 않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내추럴 와인 와이너리이다. 

롱코 세베로의 스테파노 노벨로(Stefano Novello) 대표는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우리가 보호해야 할 토지를 그저 빌린 것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자연에서 생산되는 것을 존중하며 그들만의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포도나무 1그루 당 적은 양의 과실을 생산하고자하는 철학을 갖고 포도는 최적의 숙성 순간에 손으로 수확하여 양조를 한다. 와인은 오크통과 병에서 숙성 후 어떤 유형의 여과도 거치지 않고 생산하고 있다.

그들이 생산하는 오렌지 와인 '리볼라 좔라(Ribolla Gialla)'는 큰 참나무 통에서 젖산 발효 후 24개월 숙성, 그리고 12개월 동안 그대로 유지하고 병입하여 최소 3개월 안정화 과정을 거친다. 

[알면 더 맛있는] 와인 테이스팅

도윤 기자 

맑은 느낌의 황금빛을 띈다. 오렌지 컬러, 노란 꽃향, 감귤, 오렌지, 부드러운 요거트와 같은 아로마, 둥그런 질감 속에 살짝 포도 껍질을 함께 씹는 듯한(맴도는 탄닌감) 잔잔하게 쭈욱 이어지는 여운(피니쉬)까지, 마치 햇살 가득한 오후 즐기고 싶은 오렌지와인이다. 

살짝 차가운 온도에서 즐기며 레드와인을 마시는 온도까지 다채로운 향과 풍미를 느껴보고 싶은 와인이다. 오렌지 마말레이드 빛깔만 봐도 여행갈 때 챙겨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김하늘 소믈리에

끈적거리는 (와인의) 눈물이 이 와인과의 결말을 상상케한다. 어쩌면 지독한 인연이 될까 혹은 해피엔딩이 될까. 탁한 오렌지 빛은 흐린 석양을 연상케하는데 어쩌면 우리의 밝지 못한 미래를 그리는게 아닐까. 생각보다 덜 공격적인 향에 상처많은 고양이가 떠올랐다. 더 다가와주길 바라면서 더 밀어내는 듯한 첫인상에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먼저 손을 내미니 과일향을 내어준다. 포근하게 안아주려니 날 야외 푹신한 소파로 밀쳐낸다. 어쩌면 자극적인 비주얼로 보일 수 있겠으나 흐린 석양 앞에 우리 둘 뿐. 누가 보는지 누가 지나가는지 전혀 신경쓰이지 않고 오로지 둘은 서로에게 집중할 뿐이다. 예상보다 덜 날카로운 향에 농축된 자몽 등의 시트러스향, 배 패션프루츠 복숭아 등 핵과일류, 흰꽃 등의 아로마가 매력적이며, 튀지않고 선을 지키는 풍부한 산도도 어쩌면 나와의 인연을 오래 가져가고픈 마음이 아닐까. 해피엔딩.

김동열 편집장

선명한 호박색에 차분한 느낌을 주는 빛깔을 보고 있으면 절제된 듯한 향이 코로 느껴진다. 과하지 않은 향은 잔을 빨리 입으로 가져가고 싶게 한다. 첫 입에는 풍미에 앞서 드라이함과 진한 과일의 느낌을 준다. 좋은 산미와 함께 미네랄리티의 느낌도 풍부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아한 맛의 변화가 느껴진다. 부드러운 타닌감과 함께 프레시함이 이 와인의 특별한 우아함을 선사한다. 빨리 테이스팅 하는 것 보다 오픈하고 시간을 두고 마시면서 그 변화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첫 입보다 긴 피니시를 경험하게 해 준다. 풍미가 강한 치즈, 버터에 두른 새우구이와 함께 페어링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드라이 오렌지 와인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롱코 세베로 리볼라 좔라 와인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소믈리에타임즈 도윤·김동열·김하늘 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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