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일반적인 와인 애호가가 아니다. 그가 와인에 대해 말하는 방식은 몽테뉴적 의미에서 ‘에세이’적이다. 그는 인생을 깊게 들여다보고, 인생에서 느껴지는 맛을 와인을 통해 드러낸다. 와인의 객관적 사실과 정보에 몰두할 필요 없이 와인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와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와인이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또 와인을 어떤 방법으로 즐기는지, 와인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만의 체험적 글쓰기로 그동안 우리가 와인에 대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펼쳐낸다. 저자의 와인 이야기는 삶의 영역으로 떠오른 시, 소설, 철학, 역사, 그림, 음악, 달리기, 사랑, 영화, 커피, 음식, 헤이리에서의 일상 같은 모든 것이 와인과 어우러져 와인을 사랑하고 와인의 본질에 다가가는 개별적 방식으로 잠언화한다.
두말할 필요없이 저자에게 와인은 삶의 여러 빛깔을 켜켜이 펼쳐내는 프리즘과 같다. 인생에는 수많은 맛이 담겨 있다. 안동역에서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한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 꿈조차 꾸지 못했던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던 성취감, 일상의 자연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평온함 등 순간순간 마주치는 수많은 인생의 맛 못지않게 와인의 맛 또한 풍성하다. 인생의 맛 또한 섬세하게 느끼고 음미해야 풍성해지듯, 와인의 맛 또한 좀 더 예민하게 느껴야 와인이 뿜어내는 깊은 맛을 감지하고 표현할 수 있다.
저자에게 와인은 인생이다. 인생이 드러내는 모습을 깊게 응시하듯, 와인이 드러내는 풍성한 맛을 깊이 음미한다. 와인으로 드러내는 인생의 여러 모습은 지극히 공감각적이다. 우리가 느껴지는 시각과 청각의 오감이 와인을 통해 미감으로 귀결할 수 있을까? 저자의 글은 그것을 관통해낸다. 우리가 와인에 대해서 또는 와인의 맛을 잘 모른다 해도, 저자의 와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 맛을 간접적으로 또는 상상으로 느껴본다.
따라서 이 책은 와인 애호가는 물론 굳이 와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다. 인생을 비춰가는 저자의 와인 이야기를 꿰뚫는 것은 개인, 자유, 매혹, 쾌락이다. 인생은 반짝반짝 짧은 순간 빛나다 쓸쓸하게 사라져가는 한순간이다. 하지만 인간은 인생이 그저 무의미하거나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그 무엇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발견해냈다. 짧디짧은 한순간이 영원과 맞닿아 있고, 오히려 짧고 허무해 보이기에 너무도 소중하고 위대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는 그 위대한 인생의 짧은 단면을 와인의 맛으로 포착해낸다. 와인의 다양한 맛처럼 기쁘고, 슬프고, 황홀하고, 지루한 모든 것이 그저 ‘아름다운 삶’ 그 자체인 것으로서 모두 인생에 포함된다.
이 책만큼 독특하고 황홀한 와인 에세이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인생이 무색, 무취, 무감각하다고 느낀다면 잠시 모든 일을 멈추고 이 책을 펼치시라. 아마도 반드시, 이 책은 와인을 예민하게 음미하듯 좀 더 깊게, 좀 더 맛깔나게 인생을 들여다보고 즐길 수 있는 힘을 줄 것이기에...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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