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술은 마셔도 별 이상이 없는데 레드와인만 마시면 두통이 오는 증상을 ‘레드와인 두통(Red Wine Headache)’이라고 한다.

이 증상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현상도 아니고, 의료계에서도 레드와인 두통을 따로 연구하기보다는 하나의 추론에 기초를 두고 생각하고 있다. 또 그 증상이 드문 것도 아니고 보편적이면서 편두통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움을 동반하면서 수 시간 계속되지만, 레드와인 두통은 양쪽 머리가 다 아프고 역겹거나 메스꺼움을 느끼지만, 구토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두통의 시작은 레드와인을 섭취하고 한 시간 내에 일어나는데, 그 속도와 정도는 마시는 양에 좌우되지만 예민한 사람은 한잔으로도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보통 레드와인에 의한 두통은 레드와인 70ml를 마신 후, 두 시간 내에 두통이 일어나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데, 가끔 편두통과 홍조현상, 충혈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레드와인 두통은 알레르기는 아니며, 아황산은 더군다나 아니다. 화이트와인이 아황산 함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페놀 화합물인 플라보노이드가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물질로 지목이 되었다. 페놀 화합물은 편두통을 유발하는 세로토닌(Serotonin) 등 신경전달물질을 혈소판에서 유리시키는 것으로 밝혀져, 레드와인이 편두통과 확실히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심장병에 좋다는 페놀 화합물이 두통의 주범이 되기도 하니까, 레드와인에 두통을 일으키는 사람은 이를 피하고 화이트와인을 마시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과음에 의한 두통은 현실적으로 고통이지만, 과학적인 연구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왜냐면 이러한 두통이 과음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