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4~5세기경 수도자들이 증류기술을 활용해 증류주를 만들기 시작하던 무렵 등장해 현재까지도 사랑 받고 있는 대표적인 해외의 전통 주류 중 하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현대적인 위스키가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최초 '분자 위스키'

▲ 세계 최초 분자 위스키 '글리프(Glyph)' <사진=Endless West>

지난 2019년 처음 공개된 세계 최초 ‘분자 위스키’가 새로운 제품 두 가지를 출시했다.

글리프(Glyph)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엔드리스 웨스트(Endless West)에 의해 출시되었으며, ‘글리프 스파이스(Glyph Spice)’와 ‘글리프 로얄(Glyph Royal)’ 등 총 두 가지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리프 스파이스는 육두구(Nugmeg), 카시아(Cassia), 오크 스파이스(Oak Spice), 캐러멜 언더톤(Caramel undertone), 바나나 아로마와 얼씨(Earthy)하고 세이버리(Savory)한 피니시가 특징인 중간 보디감의 아메리칸 버번 스타일의 위스키이다. 또한, 글리프 로얄은 셰리 캐스크 스카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제품으로 커피, 말린 과일, 탄 설탕, 아몬드 껍질, 셰리 등의 노트가 특징이다.

글리프 위스키들은 식물, 과일, 효모에서 추출한 향과 아로마 ‘분자’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다양한 증류주의 특정 맛, 아로마, 개성을 담당하고 있는 분자를 식별하기 위해 분석화학(Analytical chemistry) 기술을 활용하며, 자연(식물, 효모 등)에서 이에 맞는 재료들을 찾은 다음, 재료들의 분자를 ‘위스키 프로필’을 형성하기 위한 구성 요소로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위스키의 배럴 숙성은 수년이 걸리지만, 글리프의 경우 새로운 기술로 며칠 안에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과 이를 통해 소비자 및 무역 피드백 그리고 선호도에 따라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5일 숙성으로 21년산 위스키 맛을 재현한다?!

▲ 비스포큰 스프리츠 <사진=Bespoken Spirits>

최근 등장한 한 스타트업이 위스키 업계에 큰 논란을 일으켰는데,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일반적인 위스키의 기준을 완벽하게 깨부셨기 때문이다. 바로 실리콘밸리 소재의 스타트업 ‘비스포큰 스프리츠(Bespoken Spirits)’가 그 주인공이다.

비스포큰 스프리츠는 사실 ‘위스키’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증류주(Spirits)’를 파는 곳이다. 그런데 위스키 업계가 그들을 경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쉽게 말하자면 비스포큰 스프리츠는 포켓몬스터의 ‘메타몽’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첨단기술로 수십 년 동안 숙성 시킨 위스키의 ‘화학 성분’을 추출해 거의 똑같은 맛을 재현시키기 때문이다. 21년 동안 숙성해온 시간이 무색하게 5일 숙성 만에 ‘복사’해버린 것이다.

비스포큰 스프르치의 설립자 마틴(Martin)은 물질과학자이며 스튜(Stu)는 노련한 사업가이다. 마틴이 생각한 아이디어에서 스튜가 잠재력을 보고 탄생한 것이다. 그들은 증류주의 색, 향,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맛을 현대 과학, 기술 및 데이터로 설계하고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들은 위스키 숙성에 필수적인 배럴 과정에서 실제로 숙성하는 대신, 지속가능한 과학 기술을 활용해 배럴의 성분 자체를 추출해 바로 증류주와 섞어 아로마, 색상, 맛을 재현한다. 그들은 “우리는 오래되고 낭비적인 배럴 숙성 과정을 지속가능한 과학과 기술로 다시 재해석하고 대체했다”라고 설명한다.

대충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정말 건강에 안 좋아 보이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친환경, 지속가능성을 갖춘 생산 과정은 물론 착향제와 색소 모두 사용하지 않았으며, 또한, 목재 소비량을 97% 감소시키면서도 증류주 생산량을 20%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애저(Azure)를 이용한 AI 기술 접목해 화제

▲ AI 기술을 접목한 위스키 <사진=Mackmyra>

스웨덴의 디스틸러리 ‘마크미라(Mackmyra)’가 핀란드 기술자문 회사 ‘포카인드(Fourkind)’와 유명 IT 회사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작해 AI 기술을 접목한 위스키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클라우드 플랫폼과 애저 인지 서비스를 기반으로 디스틸러리의 창고에 있는 캐스크의 종류와 위스키의 숙성도를 분석해 최대 7,000만개 이상의 다양한 위스키 레시피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변인은 “AI를 사용하면 인간이 같은 일을 수작업으로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과정으로 해낼 수 있다”고 말하며 “기술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롭고 혁신적인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미라의 마스터 블랜더 ‘안젤라 드오라지오(Angela D’Orazio)’는 “우리는 기존의 전통적인 위스키 시장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하며, “AI를 디지털 개발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기술을 통해 양질의 위스키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완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마스터 블랜더라는 직업이 AI 기술을 통해 위협을 받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되지 않으며, 위스키 레시피가 AI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프로그램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전문지식과 인간의 감각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궁극적으로 AI 위스키를 만드는 결정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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