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에는 큰 감나무가 몇 그루나 있었다. 가을에 외갓집에 가면 감이 지천이었다. 감나무마다 감이 주렁주렁 열려서 내키는 대로 따 먹을 수 있었다. 어린 내 기준에서 감나무는 까마득하게 높았는데, 대나무 장대로 감을 따는 게 재밌어서 감이 익은 계절이면 늘 내 키보다 더 큰 대나무 장대를 들고 휘청거렸다. 대청마루 위에는 항상 따놓은 감이 있었는데 그건 잘 건드리지 않았다. 감을 따는 게 재미있었을 뿐 아니라 한 번은 홍시를 만든다고 뒀던 떫은 감을 잘 못 먹어 숨이 넘어갈 뻔했기 때문이다. 가을이 지나가도 감의 흔적은 곳곳에 남았다. 처마에는 외할머니가 만들어 둔 곶감이 주렁주렁 달렸고, 장독에는 감식초가 그득했다. 가끔은 곶감으로 담근 수정과를 담가 먹기도 했다. 

▲ 감나무 (사진 출처: 영동군)

외갓집의 감은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을이면 여전히 감을 먹는다. 귤, 사과 등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과일 중 하나인 감은 지금이 딱 제철이다. 마트 과일 코너, 시장 과일상점에 가면 매대마다 그득그득 감이 쌓여있다. 다른 과일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부담도 없다. 김해 진영, 경북 상주와 청도, 경남 창원 감이 눈에 많이 띈다.
감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했다. 예로부터 즐겨 먹은 과일인 만큼 다양하게 먹는다. 아삭아삭한 단감을 깎아 먹기도 하고 익혀서 홍시나 연시로 먹기도 한다. 참고로 아삭아삭한 감의 상태를 단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단감은 감의 상태가 아니라 품종을 말한다. 일본에서 전파된 품종으로 과육이 아삭아삭한 상태에서도 떫지 않아 아삭아삭하게 먹기 좋다. 단감은 오래 두어도 홍시가 잘 되지 않고 단단할 때 먹는 게 가장 좋다. 추가로 홍시나 연시는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비슷하지만 보통은 감나무에서 익은 감은 홍시, 딴 후에 후숙한 감은 연시라고 한다. 
감은 가공해서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반만 말리면 반건시, 껍질을 깎아 통으로 말리면 곶감, 조각조각 썰어서 말리면 감말랭이가 된다. 감또개도 있는데 감말랭이와 비슷하지만 너무 작은 감이나 약간 흠이 있어 곶감으로 만들 수 없는 감을 버리지 않고 먹기 위해 쪼개 말린 것이다. 감을 삭혀서 감식초를 만들기도 한다. 감은 음식에도 활용하는데 곶감을 넣은 음료인 수정과가 가장 유명하다. 이외에도 설탕에 졸여 말려 정과로 만들기도 하고 가루나 말랭이 조각을 써서 떡을 만들기도 한다. 요즘에는 감으로 샐러드, 주스, 파이도 만들어 먹는다.

▲ 단감을 얇게 썰어 샐러드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맛이 더해져 맛있다.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일본에서 감을 오랫동안 즐겨 먹었다. 이 두 나라는 감을 먹는 방식도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생으로도 먹고 말려서 먹기도 하고 가공해서 떡으로도 먹는다. 감은 원산지가 아시아로 유럽에는 19세기경 아시아에서 감이 전파되었다. 뒤늦게 전파된 만큼 유럽에서는 우리나라만큼 흔한 과일은 아니다. 유럽 내에서는 주로 스페인에서 감을 생산하며 생 과일로 먹는다. 미국에는 아시아 감과는 조금 다른 자생 감 품종이 있는데 생으로도 먹고 파이 속 재료로도 쓴다.

▲ 감 파이 (사진 출처: Taste of home)

감을 고를 때는 예쁜 것을 고르면 된다. 단감은 모양이 반듯하고 색깔이 얼룩덜룩하지 않아야 좋다. 꽃받침(잎사귀처럼 보이지만 실은 꽃이 떨어지고 남은 꽃받침이다.)이 파릇파릇하면 신선한 감이다. 아삭아삭하게 먹는 만큼 만져봤을 때 단단해야 한다. 홍시도 흠이 없고 전체적으로 빨갛고 고르게 익은 것을 고르자. 곶감은 분이 하얗게 난 것이 좋다. 간혹 꺼림칙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은 하얗게 마른 당분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분이 많이 날수록 달고 잘 익은 곶감이라고 보면 된다. 분이 하나도 없이 밝은 주황빛으로 익은 곶감도 많이 파는데 이런 곶감은 오히려 유황 살균처리를 한 곶감이다. 단감이나 홍시는 봉지에 넣어 야채실에 보관하고, 곶감은 금방 먹을 것은 냉장실에 오래 두고 먹을 것은 냉동실에 보관한다.

곶감은 보통 10월 말에 깎아 2달간 건조하므로 올해 곶감을 먹으려면 아직 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 시장에 나온 곶감은 올해 것은 아니다. 이렇게 표현하니 괜히 아쉽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일은 아니다. 올해 감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실컷 감을 즐기다 철이 지나가면 그때부터 곶감이 시작되는 것이다. 감은 과일 중 비타민 C가 가장 높은 편이다. 비타민 섭취를 생각하면 감만 한 과일이 없다. 단, 감 속 타닌 성분 때문에 지나친 감 섭취는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과유불급임을 잊지 말자.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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