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며 배달, 새벽 배송 서비스, 밀키트 사용이 늘었다. 집에서 삼시세끼 챙겨 먹다 보니 해 먹기가 귀찮기도 하고 매일 먹는 게 비슷비슷해 지겨워서다. 다들 같은 상황인 모양이다. 요즘에는 배달 주문도 타이밍을 잘 맞춰서 해야 하고 새벽 배송도 원래 마감 시간보다 반나절은 일찍 주문해야 조기 판매 종료를 피할 수 있다. 집콕 기간이 길어지며 이 마저도 슬슬 질리고 있던 와중, 다행히 꽃게철이 시작됐다. 꽃게찜은 하기도 쉽고, 새롭고, 맛있고 요즘 같은 때 집밥 음식으로 딱이다.

전 세계적으로 4,500여 종의 게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200여 종에 가까운 게가 서식한다. 이 중에서도 꽃게는 대게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먹는 게 중 하나다. 양 옆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등껍질 때문에 꽃게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다 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을 '곶'이라고 하는데 빗대어 '곶게'라고 부르다가 꽃게가 되었다. 서남해에서 잡히며 인천 인근에서 특히 많이 잡힌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먹는다.

▲ 꽃게 <사진=한국학 중앙 연구원>

여름 산란철은 금어기이고 그 전과 후, 봄과 가을이 제철이다. 요즘 한창 살이 바짝 오른 수게가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렇다. 숫게가 아니고 수게다.) 봄철 암게처럼 알이 그득하지는 않지만 담백하면서 감칠맛 높은 살맛이 일품이다. 본래 봄은 암게가, 가을은 수게가 맛있다. 참고로 암게와 수게의 구분은 아주 쉽다. 게를 뒤집었을 때 배의 딱지 부분이 크고 둥글면 암게, 좁고 뾰족하면 수게다.

▲ 왼쪽이 수게, 오른쪽이 암게 <사진=tvN '수요미식회' 캡쳐)

꽃게는 다른 게들과 마찬가지로 딱딱한 껍질이 있어 성장하면서 몸이 커지면 낡은 껍질을 벗어야 한다. 탈피할 때는 일부러 물을 잔뜩 먹고 몸을 부풀려 낡은 껍질 틈새로 비집고 나온다. 갓 탈피한 게는 낡을 껍질을 벗어던져 가볍고 물도 많이 먹어서 잠수를 못하고 바다 표면에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꽃게는 여름에 탈피하는데 이때의 게는 새 껍질을 만드는데 몸속 단백질과 지방을 거의 써버리고 물까지 너무 많이 먹어 맛이 없다. 여름은 여러모로 꽃게를 먹기 좋은 철은 아니다. 금어기는 8월 말에 끝나는데 이때에도 아직 게살이 덜 차오른 경우도 있고 올해처럼 9월 태풍 때문에 어업이 제대로 못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금어기가 끝나고 추석 즈음, 요즘이 본격적인 꽃게철이다.

꽃게를 고를 때는 살아 움직이는 게 혹은 냉동 꽃게를 사자. 꽃게는 죽고 나면 소화 효소가 자신의 살을 소화시키면서 살이 빠르게 물러 버린다. 눌러봤을 때 물렁하지 않고 들었을 때 묵직한 것을 고르자. 살아있는 꽃게를 사 오면 최대한 빨리 조리해 먹는 게 좋다. 냉동 보관해도 되지만 오래 두면 살이 질겨질 수 있다. 꽃게로는 찜, 된장찌개, 해물탕, 게장 등을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찜을 가장 많이 해 먹는다. 제철의 게는 그 자체로 맛있어서 찌기만 해도 충분히 맛있다. (해 먹기 간편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고기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야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풍미가 좋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게를 포함한 갑각류들은 자연 상태에서 이미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분자들이 풍부해서 굽지 않아도 충분히 풍미가 좋다. 게를 찔 때는 깨끗이 씻어 찜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충분히 물이 끓고 찜기에서 김이 올라올 때 게를 넣어야 한다. 조리 중에도 꽃게의 소화효소들이 살을 무르게 하는데, 이 작용은 60도 근처에서 가장 활성화된다. 높은 온도로 가능한 한 빨리 쪄내서 이 온도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등껍질이 밑으로 가게 하는 것도 잊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아까운 게의 내장이 찜기 아래로 다 흘러 버릴 수도 있다. 갓 쪄낸 게는 고소하고 짭조름해서 소스가 따로 필요 없다. 담백한 게는 화이트 와인과 아주 잘 어울린다.

▲ 꽃게찜 <사진=전국향토음식 용어사전>

꽃게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꽃게가 가장 많이 나는 인천 지역의 경우 생산량이 계속해서 줄어서 작년에는 2009년의 23% 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올해는 작년보다 더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 환경의 변화, 바다 오염, 중국 어선의 불법 싹쓸이 조업 등이 그 이유다. 게는 서로 잡아 먹는 습성 탓에 양식도 힘들다. 올해는 코로나로 외국인 선원과 중국산 그물 등을 구하기 어려워져 조업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올봄에는 암게의 가격이 너무 비싸져 마트에서 생 꽃게를 거의 팔지 않기도 했다. 다행히 올가을은 봄보다는 상황이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마트들에서도 요즘 꽃게 행사가 한창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야 꽃게를 살릴 논의도 더 활발해진다. 꽃게를 먹으려면 지금이 때다.

소믈리에타임즈 솜대리 somdae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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