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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하의 와인스케치북] 와인과 사람을 대하는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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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9.15  13: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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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함께하는 테이블에서는 상대방이 와인 잔을 대하는 모습만 봐도 그 사람이 와인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와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즉 눈앞에 있는 와인을 제대로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인지 여부가 쉽게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와인을 마시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 마시는 거 와인만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에티켓이라 불리는 몇 가지 사항들을 잘 기억해 두면 좋을 것이다. 여기에 같이 마시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조금의 노력이 더 해진다면 금상첨화다.

▲ 에티켓이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림=송정하>

와인 잔의 다리(스템, stem) 또는 받침을 잡는다.

언젠가 한 번은 와인 잔의 다리(스템)를 잡는 것이 구태의연하고 쿨 하지 못한 것처럼 여겨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굳이 스템을 잡을 것이 아니라 내키는 대로 잔의 커다란 볼(bowl) 부분을 움켜줘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와인을 마시는 것이 익숙한 유럽인들도 이렇게 잔을 잡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와인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면 이는 잘못된 시음 방법이다. 와인은 종류마다 가장 적합한 서빙 온도가 있는데 손으로 볼을 잡으면 손의 열이 와인에 전해져 맛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와인이 너무 차갑게 제공됐다면 재치를 발휘해 잔의 볼을 잡아 온도를 높여볼 수는 있지만 말이다.

와인 잔을 ‘바라본다.’

사실 와인을 바라보는 데에는 몇 초도 걸리지 않는데 이 행위를 생략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소믈리에나 와인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사람이라면 와인 시음의 첫 단계인 이 부분을 허투루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와인의 다양한 색조와 강도, 와인 잔의 표면에 흐르는 점도 등이 와인을 맛보기도 전에 와인에 대한 많은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물론, 전문가들처럼 정색을 하고 와인 잔을 높이 들어 조명에 가까이 갖다 댄다든가 흰 냅킨을 배경 삼아 뚫어지게 관찰함으로써 화기애애한 자리를 썰렁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긋이 바라본 후 “참 아름다운 진한 루비색이네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나의 섬세함을 표현할 줄 아는 것으로 족하다.

와인 향을 맡는다.

각종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음식의 냄새가 미각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물며 다채로운 향으로 가득한 와인은 오죽하겠는가. 처음에는 와인잔을 흔들지 않은 채로 코를 슬며시 갖다 댐으로써 코의 감각을 깨운다. 그리고 나서 잔을 살짝 흔들면 와인의 다양한 향이 모아진다. 이렇게 모아진 향은, 포도 품종에서 비롯된 각종 과일향에서부터 와인이 생산된 지역과 제조 방법을 알려주는 2차적인 향과 오크향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아주 넓다. 한번은 강의 시간에 리슬링 특유의 휘발유 향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앞에 앉아 계시던 분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맞다. 와인에는 휘발유뿐 아니라 가죽, 고기 냄새까지 별의별 향기가 다 있을 수 있고 이런 의외성이 또 와인의 매력 중 하나다.

와인을 오물오물한 후 마신다.

와인을 한 모금 입안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 본 후 마신다. 와인이 달콤한가, 드라이한가? 식욕을 돋울 만큼 산도는 적당한가? 너무 떫지는 않은가? 앞서 맡은 와인의 향이 입안에서도 전해지는가? 향과 풍미가 오래 지속되는가? 어느 하나가 튀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혔나? 등을 생각하면서 마신다면 아주 좋지만,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아는 단순한 방법으로 음미하는 습관만 들여도 좋다.

잔을 부딪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한다.

서양과 우리의 문화에서 크게 다른 점 중 하나가 바로 이 것 아닐까? 프랑스에서 살 때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는 것이 참 어색했던 적이 있다. 새파란 눈에서부터 왠지 흐리멍덩한 회색 눈까지 밝고 다양한 색의 눈을 쳐다보는 것이 꽤 어려웠다. 그들 눈에는 우리의 진한 밤색 눈이 더 도발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서양에서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은 존중의 표시이다. 우리라면 어떨까? 어디다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냐, 너 몇 살이냐? 까지 싸움 나기 십상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존중의 행위는 와인 시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선물 받은 와인의 가격을 말하거나 품질에 대해 평하지 않는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진귀한 음식과 훌륭한 소믈리에가 서비스해 주는 고가의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역시 가장 맛있는 와인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붓하게 어울려 마시는 와인일 것이다. 이때 여럿이 모인 가운데 와인 한 병을 선물로 들고 온 친구를 앞에 두고 와인의 가격에 대해 묻는 실수는 정말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내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그 와인에 대한 품평까지 늘어놓는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자리가 될지 모른다. 근데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 송 정 하

법대를 나왔지만 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아 프랑스 보르도로 떠났다. 보르도 CAFA에서 CES(Conseiller en sommellerie:소믈리에컨설턴트 국가공인자격증), 파리 Le COAM에서 WSET Level 3를 취득했다. 사람이 주인공인 따뜻한 와인이야기를 쓰고 싶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송정하 noellesong0520@gmail.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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