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바카바 <사진=Wikimedia Commons>

만약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무엇으로 풀까? 나같이 먹을 것으로 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차(Tea)를 통해 진정 효과를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허브에서도 이러한 ‘스트레스 진정’에 특화된 식물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금지’된 것이 있다. 바로 이번 허브 노트의 주인공인 ‘카바카바(Kava Kava)’이다.

카바카바는 바누아투와 피지 같은 태평양 국가의 대표적인 허브 중 하나로 오랜 역사를 그들과 함께했다. 확실한 바는 없지만 본격적인 카바의 역사가 시작된 곳은 바누아투로 추측된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많은 카바 품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말리고 있는 카바카바의 뿌리, 보통 이 부분을 식용으로 사용한다. <사진=Wikimedia Commons>

카바카바는 진정제, 마취제 그리고 도취제 음료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데 활성 성분은 카발락톤(kavalactone)이다. 올해 초에 방영되었던 ‘정글의 법칙’에서 병만 족장이 ‘사카우’라고 불리는 카바의 뿌리로 만든 전통 음료를 체험해보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이때 나온 한 연예인이 이를 마시고 “되게 차분해진 기분이다”라고 말했었다. 카바카바에 있는 카발락톤 성분 때문에 신경계 활동을 감소시켜 진정 효과를 준 것이다.

▲ 카바카바의 뿌리를 짜내 만들어지는 차(茶) <사진=Dave Lonsdale>

이렇게만 긍정적으로만 보일 식물로만 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카바카바는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카발락톤 성분이 불안감 해소, 진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는 알려졌으나 이 성분을 장기 섭취하면 중독, 위장장애. 호흡곤란과 같은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금지된다. 그래서 2000년대 초기에 ‘다단계 판매’를 통해 미국에서 떼온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다가 적발된 사례들이 있었다.

카바카바를 먹는 곳은 위에 정글의 법칙에서 언급했듯이 태평양 섬 나라들이다. 사카우는 폰페이에서 카바카바를 지칭하는 말이고 코스라에에서는 카바라고 말한다. 햇빛에 말린 카바카바 뿌리를 빻아 물과 섞은 음료인데 약간 마 같은 질감의 칡향이 난다고 한다.

▲ 1891년에 그려진 카바 차를 만들고 있는 태평양 여성들의 그림 <사진=John La Farge/Wikimedia Commons>

태평양 국가를 여행하지 않는 이상 먹어볼 허브가 아닐 카바카바, 굳이 이 글을 보고 한국으로 가져올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부가 허용을 안한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파슬리, 민트, 로즈마리와 같은 유명한 서양 국가의 허브들이 아닌 태평양 지역의 부족 국가에서도 특별한 허브가 존재한다는 것, 세상엔 다양한 허브가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을 것이다.

카바카바 Fun Facts 스토리

▲ 통가 <사진=Wikimedia Commons>

이 허브에 대한 ‘통가’의 전설이 있다. 한 부부가 인적이 없는 통가의 한 섬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 딸의 이름이 ‘카바(Kava)’였다.

어느날 통가왕이 몇몇 부하들과 함께 음식과 쉴 곳을 찾아 이 섬에 상륙했는데, 왕을 먹여 살릴 식량이 없어 대신 부부를 딸을 죽이고 왕에게 제물로 삼았다고 한다.

나중에 그 부부는 그들의 딸 카바의 무덤에서 두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았고 두 마리의 쥐가 찾아와 각각 하나 씩 먹고 있었는데, 그 중 쥐 한 마리가 한 식물을 먹고 ‘취한 상태’가 되었다. 그 뒤 부부는 그 식물을 ‘카바’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취하지 않은 쥐가 먹었던 건 사탕수수였다고 하는데 여러모로 끔찍한 이야기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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