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촉발된 와인 업계의 풍선효과

얼마 전 부동산 6.17 규제 발표로 인해서 바로 언급된 부분이 ‘풍선효과(Balloon Effect)’ 라고 하는 현상에 대해서 각종 매체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언급했습니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서 와인 업계에서도 이러한 풍선효과는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불황 속 와인 인기 실감, 전반기 와인 수입 작년보다 10% 증가] 라고 하는 소믈리에타임즈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일단 수입량 자체가 증가했고, 특히 온 트레이드 시장 보다는 오프 트레이드 시장쪽으로 풍선 효과가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와인바와 호텔과 같은 곳에서 와인 마시는 부분이 어렵다 보니, 백화점/마트와 같은 곳에서 와인 구입해서 집에서 혼술 내지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와인 한 잔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코로나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없기에 와인 업계 역시 장기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코로나로 촉발된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인 '비대면/언택트'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와인 유투버들은 원래대로라면 구독자들과 와인 시음회를 열거나 해서 진행해야 하는 부분을 사실상 여러 이슈로 인해서 불가능하다 보니, 유투브 라이브로 열면서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전에 이러이러한 와인을 마실 것이다 라고 공지하고, ‘랜선 시음회’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함께 와인을 마시는 일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리는 랜선시음회 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는 오프라인 시음회가 아닌 온라인에서 시음회 하는 모습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사진은 2015년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양윤주 소믈리에가 떡볶이와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유투브 라이브 방송 화면.

좋던 싫던 우리는 '비대면/언택트'로 가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현재까지 특정  와인 시음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례가 없어서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도 조금씩 그리고 조심히 와인 시음회나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만약 어느 한 곳의 행사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순간 이러한 행위는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는 반대로 온트레이드 부분은 고전을 금치 못한 바가 있습니다. 물론, 온트레이드 부분에서도 20-30대가 자주 찾는 내추럴 와인바는 코로나 확산시를 제외하고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영업이 잘 이뤄졌고, 40-50대를 주로 영업 대상으로 하는 일반 와인 바는 고전을 면치 못했던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씩 영업이 정상화 되고 있는 것 같지만,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언택트(Untact), 비대면의 시대’의 와인 업계에 대한 새로운 자극

코로나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전세계에 언택트/비대면의 시대를 열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부분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쿠팡과 마켓컬리를 모르던 분들이 인터넷으로 모든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게 되었고, 와인도 4.3 규제 개선으로 온라인에서 결제가 가능해졌습니다.

온라인 결제가 가능해지면, 자연스럽게 ‘왜 배송은 안되느냐' 라고 하는 화두를 던지기 시작할 것이고, 일부 와인샵들은 자연스럽게 사용자 편의를 위해서 택배 배송 등을 하게 될 것이고, 일부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여기는 배송 안되나요?’라는 소비자 말에 ‘네 안됩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와인샵 대표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국세청 역시도 2015년 120개 소매점에 대한 온라인 판매 적발 사건 처럼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통신 판매에 대한 적발 행위를 적극적으로 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 2015년도와 마찬가지로 올해 온라인 판매 적발을 하게 될 경우, 온라인 결제가 되는 것이라서 몰랐다 라는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요즘 같은 코로나 때에 사람을 직접 대면하라는 것이냐 그러다 확진자라도 다녀가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라는 식으로 항변하는 등 팽팽히 대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재미있는 서비스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던 ‘픽업 배송지’를 하나로 묶어내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ITZU’의 행보가 눈에 뜹니다. ITZU는 일부 편의점 업계가 자사의 편의점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서비스 하고 있는 부분을 별도 시스템으로 개발해서 하고 있는 곳으로 최근 모 프렌차이즈와 협약을 맺고 그 포문을 열었습니다.

▲ 수입사와 픽업지를 플랫폼 형태로 스마트오더 시스템을 구축한 ITZU. 와인 보다는 타 주류가 많기는 하지만, 와인 업계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와인 수입사로는 빈티지코리아와 몬도델비노가 입점해 있다.

다른 하나는 주류 온라인 도매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는 ‘벨루가 비즈니스’가 있습니다. 기존 도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현재의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도매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변경하고 있는 곳으로 윈비노를 시작으로 올빈와인/빈티지코리아/몬도델비노/타이거인터내셔날/오늘와인/인덜지/비더블유아이코리아/메타베브코리아 등 새로운 유통 채널에 목말라 하고 있는 수입사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종과 주종에 따른 시장 규모에 따라 책정하는 입점료가 최초 1회에 한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 온라인 주류 도매 쇼핑몰을 표방하고 있는 벨루가 비즈니스 화면. 빈티지코리아를 비롯한 많은 수입사들이 새로운 채널 중의 하나로 살펴보고 있다.

이 두 개의 서비스 모두 기존의 규제로 인해서 현재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스타트업들로 기존 와인 업계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ITZU의 경우, 플랫폼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이외에 궁극적으로 규제 개선 이후에 온라인 배송이 전면 허용될 경우, 오히려 불필요한 시스템이 된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며, 중간에 픽업지에 대한 수수료 부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벨루가 대비 공급자 부분이 와인 업계 보다는 다른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된 것도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ITZU에서는 몬도델비노코리아와 빈티지코리아 정도가 참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벨루가 비즈니스의 경우, 맥주 큐레이션 관련된 B2C 서비스로 시작했다가 정부 규제로 인해서 폐업하고 현재 하고 있는 서비스가 그 대상이 수입사와 레스토랑/와인샵과 같은 B2B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레스토랑이나 와인샵이 얼마나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것인가 하는 이슈가 존재합니다.

발주하는 것이 전부가 다 아니라는 것이죠. 이러한 움직임에 최근 와인비전이나 와인21.com이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업장을 위해 수입사와 소믈리에를 묶어 컨설팅을 하거나 홍보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IT 인프라에 투자할 시간

앞선 풍선효과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프 트레이드 비율이 높은 수입사일 경우 이번 코로나 사태는 예상 외의 호재(!)가 되었을 것이라 보고, 남아 있는 하반기 역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으로 시장은 격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작년 말부터 와인 업계가 4-5천원 대의 와인을 풀어 마중물 역할을 한 와인들이 조금 더 수준을 높여서 와인 시장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 4-5천원 엔트리급 와인 중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몬도델비노의 더와인오쩜영. 4,9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좋은 와인으로 이번에 업그레이드한 더와인 칠쩜영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몬도델비노 인스타그램)

올해 와인업계는 큰 돌발변수가 없다면 전년 대비 좋은 실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온 트레이드에 치중했던 곳과 영세 수입사의 경우에는 이슈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오프 트레이드 시장 중점을 둔 수입사와 내추럴 와인 수입사는 나름 좋은 매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렇게 실적이 좋을 때 그 다음 시장을 살펴보고 준비하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하시길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 상위 5위 안에 들어가는 수입사들의 경우라면 전사적 지원 관리 시스템인 ERP을 시작으로 재고관리, 수발주 등 다양한 내부 시스템에 대한 부분도 정비와 함께 웹과 같은 외부로까지 체계적으로 연결되어야 진정한 IT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중소규모의 수입사라면 IT화를 위한 외부 대행사에 대한 비용을 아까워 하지 말고 투자해서 웹사이트 정비라고 실시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번 4.3 규제 개선을 바탕으로 온라인 웹사이트의 정비와 결제 연동 등을 통한 온라인 판매 그리고 픽업지에 대한 다양한 프랜차이즈와 소매점 업체들과의 연동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온라인으로 전면 개방되었을 때 직배송 및 몰인몰 입점 등의 현상이 벌어졌을 때를 위해서 현재 와인 수입사와 소매점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에 대해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외부에서의 인력 채용 등을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직접 고용이 아닌 외부 대행사에게 위탁을 한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인력이 이에 대한 부분을 잘 알고 있어야 일도 잘 시킬 수 있기에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은 필수입니다.

지금까지 코로나 시대에 있어 와인 업계에 일어난 일과 최근 이러한 현상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 살펴보았고, IT 분야에 대한 투자를 할 것을 요청 드렸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가올 온라인 시대에 있어서 내부 인력들을 IT 관점에서 어떻게 교육을 시킬 것인지 그리고 수입사의 생산성 이슈에 대해서도 한번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 양 재 혁 대표

필자는 한메소프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IT 분야에서 비정형 데이터 관리와 일본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9년에 와인과 IT의 결합을 주제로 (주)비닛 창업하여 서비스 준비 중인 스타트업 대표이다. WSET Level 2를 수료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양재혁 iihi@vin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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