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라운드 그룹전 Poetic Resonance 포스터 <사진=아트라운드>

오는 7월 15일(수) 오프닝을 시작으로 8월 14일(금)까지 개최되는 아트라운드의 두번째 기획전 「Poetic Resonance」가 메인 포스터 디자인 공개와 함께 관람객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아트 컬렉티브인 아트라운드(A.ROUND)는 국내의 유망한 신진 작가들을 조명함과 동시에 국내외 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지역의 미술애호가들에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거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의 본질을 깨트리고 새로운 의미와 존재 이유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명을 주제로 한다. 이와 같은 재정립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보통의 사물이나 대상을 바라볼 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교감하게 된다.

지난 2월 첫 기획전 <블라인드 스팟>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 상반기 개최 예정이었던 두번의 기획전은 올 하반기와 내년초로 각각 연기되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지역 문화예술계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더하고자 이번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별도의 오프닝 행사는 진행하지 않는다.

우고 론디노네, 남춘모 등 국내외 주요 작가들로 구성

설치전경 <사진=아트라운드>

누리아 푸스터(b.1978)는 <Winter Poem> 시리즈에서 나뭇가지, 놋쇠 판, 금속 막대와 같은 일반적인 사물들을 조합해서 시와 같은 서정적인 구성을 지닌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다. 푸스터는 사진 작품에서도 풍선, 자전거 타이어, 책상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를 끌어들임으로써, 시적 잠재성을 직시하고, 평범함 속에 가려져 있던 사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시도한다. 우고 론디노네(b.1964)는 강렬한 색감과 팝아트적 요소를 사용하여 일상의 사물을 탈바꿈시킨다.

창문 모양의 <The Naked, 2018> 에서 창틀에 불투명한 유리를 삽입하며 외부를 바라보는 창의 본질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동시에, 창에 비친 내부 공간과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유도한다. 이명호(b.1975)는 <나무> 연작에서 나무 뒤에 하얀색 캔버스를 세우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나무라는 대상을 원래의 자연적 맥락으로부터 분리시키고, 나아가 예술의 아름다운 대상이자 주목할 만한 존재로 전환시킨다.

남춘모(b.1961)는 빛의 변화과정을 다양하게 나타내고 공간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선(line)이라는 요소를 사용하는데, 이는 이전의 단색화 작가 그룹이 선에 접근했던 방식과 구분된다. 리슈루이(b.1981)는 폭발하는 빛 또는 그 파장을 평면의 캔버스 회화 위에 옮기는 작업방식을 통해 관람객에게 빛을 감상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리차드 케네디(b.1985)는 <관객이 없는 오페라> 시리즈에서 오페라의 각 요소와 장면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본 전시의 영상작품에서 케네디는 일반적인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비중 낮은 역할만 맡아왔던 흑인 배우들이 주인공이 되는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각기 다른 여섯 명의 작가는 페인팅, 설치 조각, 사진과 영상이라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사물과 대상을 다루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아트라운드의 정석호 디렉터는 “어떤 방식이든, 어떠한 울림이든 관람객은 그 공명 속에서 작품과 본인 사이의 교감에 집중하게 된다” 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아트라운드가 주목하는 작가: 누리아 푸스터

▲ 누리아 푸스터 - <기체 행성> 시리즈, 2016 <사진=아트라운드>

이번 전시에는 아트라운드에서 주목하고 있는 해외 유망 작가인 누리아 푸스터의 설치와 사진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푸스터는 1978년 스페인 알코이 지방에서 출생하여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사진, 설치 및 조각 등의 매체의 재구성을 통해 물질 간의 고유한 긴장감이나 절제된 혼돈의 관념을 탐구한다. 푸스터는 현실의 물질적 부분을 자기반성의 장치로뿐만 아니라 사물의 자연적인 헤게모니를 입증하는 행동과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누리아 푸스터는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 다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해왔으며,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의 모던아트센터(IVAM)에서 한병철 교수의 ‘성취 사회’를 주제로 한 푸스터의 전시 또한 8월말까지 진행된다. 또한 그녀는 프랑스 파리의 장식미술박물관, 마드리드 예술서클(Círculo de Bellas Artes) 및 산탄데르의 센트로 보틴 미술관에서 전시하였는데, 해당 전시에 함께 출품한 작가들로는 마틴 보이스, 올라푸르 엘리아손, 마틴 키펜버거, 피오나 레이와 같은 세계적 거장들이 있다. 푸스터의 작품은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 뉴욕 아모리쇼, 아트쾰른 및 ARCO 마드리드에 출품된 바 있으며,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퍼블릭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리차드 케네디의 신작 영상작품 선보여

▲ 리차드 케네디 , 2020, 영상캡쳐 <사진=아트라운드>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지하 공간에서 상영되는 리차드 케네디의 몽환적인 영상 작품이다. 케네디는 뉴욕 브로드웨이의 다양한 예술공연과 오페라 경험을 바탕으로 오페라의 각 요소와 장면을 해체하여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에게 오페라는 그를 예술 세계로 이끈 원천이자, 어떻게 하면 흑인 다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하도록 영감을 준 대상이다. 판타지, 비극, 화려함 같이 오페라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흑인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반영하지만, 현실에서 흑인 연기자들이 맡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며, 심지어 관객 중에서도 흑인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케네디는 <Masc Off> 에서 일반적인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비중 낮은 역할만 맡아왔던 흑인 배우들이 주인공이 되는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케네디에게 이번 퍼포먼스는 기존 오페라의 틀을 깨는 용감한 도전이자, 동시에 흑인들도 노예나 백마탄 왕자님 같은 진부한 묘사를 벗어난 자유로운 주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있다.

리차드 케네디는 작년 독일 베를린의 페레스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이어서 국내에서는 서울의 갤러리2와 부산의 조현화랑의 전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5월 베를린에서 열린 케네디의 두번째 개인전은 코로나로 침체된 미술계 상황에서도 모든 작품이 솔드아웃 되어 작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케네디는 다음주부터 베를린에서 개최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전시와, 오는 가을 파리의 팔레드도쿄에서 대규모 단체전을 앞두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전은희 기자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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